[서초포럼] 중소기업 경쟁력과 출산율

김충제 2023. 11. 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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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마무리로 바빠지는 이맘때면 올해 경제보다는 내년 경제에 대한 전망과 분석이 주요 기관이나 언론의 관심사가 된다. 2024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올해보다 소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우리나라는 올해보다 높은 2%대 초반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주요 기관에서 예측하고 있다. 다소 높아진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내년 한국 경제는 여러 위험요소에 노출된 상황에서 저성장 기조가 지속된다는 점에서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한국 경제를 구성하는 부문별 경쟁력을 강화하여 내실을 다지는 것 외에는 성장을 위한 뾰족한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경쟁력과 관련하여 특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중소기업의 경쟁력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이 여전히 성장의 주 엔진 역할을 하고 있지만 기업 수와 고용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 없이는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튼튼히 할 수 없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대기업의 3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 격차도 확대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

필자는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은 국가경제를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추락하는 출산율을 높이는 중요한 방안 중 하나라고 주장해왔다. 중소기업의 낮은 생산성은 결국 대기업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으로 연결되고, 이는 출산율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문화에서 출산의 전제조건은 혼인이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혼인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2022년)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비 대기업 종사자의 결혼확률은 1.43배 높게 나타난다. 또한 대기업 종사자의 첫째 출산 확률 역시 중소기업 종사자보다 1.3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한편 정규직은 비정규직에 비해 결혼확률이 1.65배, 첫째 출산확률은 1.89배 높은데 문제는 많은 비정규직 종사자가 중소기업에 고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의 비정규직 고용비중은 2022년 기준 40%를 넘어 대기업의 비정규직 비중보다 26%p가량이나 높고 그 차이도 확대되고 있다. 결국 전체 고용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 종사자의 상대적으로 낮은 출산율은 전체 출산율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에 따른 임금 상승 그리고 중소기업 종사자의 혼인율 및 출산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까. 여러 정책을 얘기할 수 있겠지만 필자는 중소기업 정책 개선의 핵심은 인센티브 구조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상당수 중소기업 정책이 기업보호 성격을 가진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위기 시 일정 수준 보호가 필요하지만 그 보호가 일상적이 되면 보호대상은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중소기업으로 분류되면 각종 지원과 혜택이 있지만 그 범주에서 벗어나 대기업이 되는 순간 여러 규제와 제약이 따른다면 중소기업으로 안주할 인센티브가 생기는 것이다. '피터팬증후군'과 같은 용어는 이 같은 인센티브 구조를 표현하는 것이며, 중소기업의 경계선상에 있는 기업이 기업분할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려는 행태 등도 기업보호정책의 부작용이다. 따라서 필자는 '중소기업 졸업보상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기업이 성장하여 중소기업 범주에서 벗어나게 되면 세금혜택, 연구개발(R&D) 지원 등으로 오히려 보상을 해주는 것이다. 기존 지원정책을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성과에 대한 추가적 보상이므로 제도 도입에 대한 저항도 적을 것이다. 중소기업 정책은 그 구체적 내용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정책의 기본구조가 안주의 인센티브가 아닌 성장의 인센티브 구조로 설계돼야 한다.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은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강화함과 동시에 국가적으로 큰 위험요소인 인구감소를 극복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정책과제인 것이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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