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외곽슛, 크리스 폴은 놔두라고?
올 시즌을 앞두고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승부수를 걸었다. 오랜 시간 동안 적수로 싸워온 ’포인트 갓‘ 크리스 폴(38‧183cm)을 영입한 것이다. 예상치 못했던 깜짝 행보였다. 어시스트왕 5회, 스틸왕 6회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창때의 폴은 단점을 찾아보기 힘든 완벽한 야전사령관으로 불렸다.
역대로 따져도 그보다 더한 명 포인트가드 찾아보기 쉽지않다. 규격외 사이즈인 매직 존슨과 오스카 로버트슨(당시 기준) 그리고 1번의 기준을 바꾼 스테판 커리 정도를 빼고는 누구와 비교해도 크게 꿇리지 않는다. 지금도 충분히 대단한 포인트가드로 평가받고 있지만 우승이나 MVP같은 굵직한 업적이 함께했다면 쟁쟁한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폴은 최고의 퓨어 포인트가드이자 듀얼가드이다. 일단 평소의 스타일만 보면 정통적인 1번에 가깝다. 주로 넓은 시야와 패싱센스를 바탕으로 리딩에 주력하는데 필요하다 싶은 순간에는 해결사나 에이스 모드로 빙의하기도 한다. 동료들을 살려주는 플레이도 일품이지만 본인의 공격력 또한 빼어나기 때문이다.
퓨어 포인트가드로는 역대 10위안에 넉넉하게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이며 슈팅가드로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어지간한 팀의 주전급 활약은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은바있다. 여기에는 빼어난 운동신경과 높은 BQ, 거기에 더해 원체 드리블 능력이 좋은 이유가 크다는 분석이다.
상당히 다이나믹하게 드리블을 치면서도 좀처럼 공을 흘리지않는 컨트롤과 키핑 능력이 돋보인다. 어지간해서는 스틸을 허용하지 않으며 거칠게 압박수비가 들어와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좁은 틈새로 볼을 컨트롤해가며 패스면 패스, 공격이면 공격을 자유롭게 펼친다. 이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대부분 1번의 경우 게임 리딩이 좋은 선수는 공격이, 공격에 강점이 있는 선수는 리딩이나 패싱게임에서 아쉬움을 주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이게 정상이다. 각자가 잘하는 영역이 있는지라 어릴 때부터 그쪽으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이 당연하다. 제이슨 키드가 커리처럼 득점하고, 러셀 웨스트브룩이 존 스탁턴처럼 냉철하게 팀원들을 지휘하기는 그림은 상상하기 힘들다.
폴은 그러한 밸런스가 아주 좋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본적으로 정통 포인트가드의 성향을 띄고 플레이하면서도 듀얼가드로도 경기를 지배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바 있다. 여기에 수비 또한 강력했다. 보통 폴 정도 되는 사이즈의 테크니션은 공격에서는 펄펄 날아도 반대로 수비에서 약점을 드러내는 경우가 흔하다.
아무리 센스가 좋아도 더 큰 선수들이 신장이나 체격의 우위로 밀어붙이면 고전할 수 밖에 없다. 폴은 다르다.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어지간히 차이가 나는 선수들이 힘으로 공략해도 좀처럼 열세를 드러내지 않았다. 거기에 집요하면서도 지능적인 수비를 통해 상대를 괴롭혔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교묘한 반칙이나 플라핑에도 일가견이 있다. 과거 작은 체구로도 만만치 않은 수비 능력을 뽐냈던 존 스탁턴을 연상케 할 정도였는데 이러한 플레이에 말려들어 멘탈이 깨진 선수가 한둘이 아니다. 폴하면 생각나는 대표적인 공격무기 중 하나는 미드레인지 점퍼다.
초창기 그는 폭발적인 운동능력이 돋보이던 선수였다.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직접 치고 들어가 림어택을 통해 마무리하는 능력이 빼어났다. 하지만 무릎부상 이후 운동능력이 일부 떨어졌으며 거기에 더해 본인 또한 언제 또 다칠지 모른다는 생각에 지나치게 무리하지 않는 방식으로 공격 스타일에 변화를 줬다.
미드레인지 점퍼를 장인 소리를 들을 정도로 끌어올렸는데 이는 상대 수비를 더욱 어렵게 했다. 어설프게 거리를 주자니 정확한 3점슛이나 미들슛이 연신 림을 가르고 밀착 마크를 들어가면 드리블 실력을 앞세워 삽시간에 돌파를 성공시켰다. 무엇보다 그에게는 패스라는 또 다른 선택지가 있는지라 한두개를 노려 틀어막는 극단적인 수비도 통하지 않았다.
물론 이런 폴도 세월을 거스를수는 없었다. 그의 나이는 불혹을 얼마 남겨놓지 않았다. 어지간한 선수 같았으면 은퇴했을 나이로 기량 유무를 떠나 지금까지 뛰고있는게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런 만큼 폴을 영입한다고 했을 때 골든스테이트 팬들도 깜짝 놀랐다. 더욱이 반대급부로 내놓은 선수가 팀내 최고 기대주였던 조던 풀(24‧193cm)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물론 풀은 매경기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이며 커리어 초반에 비해 기대치가 많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린과의 불화까지 겹치며 팀과 오래하기 애매한 입장에 놓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와 폴의 나이 차이는 14살이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 해도 그럴만한 가치가 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던 이유다.
그럼에도 골든스테이트가 승부수를 던진 것은 대상이 바로 폴이기 때문이었다. 누구보다도 영리하고 승부욕이 강한 선수인지라 스테판 커리(35‧188cm), 클레이 탐슨(33‧198cm), 드레이먼드 그린(33‧198cm) 등 기존 베테랑들과 호흡이 잘 맞을 것으로 판단했다. 팀을 완전히 갈아엎을 것이 아니라면 빅3가 기량을 유지하고 있을 때 승부를 보는게 맞았다. 수년 후 풀이 고독한 에이스로 성장해 북치고 장구치는 것은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이런저런 우려와 달리 폴은 나름대로 자신의 역할을 잘해주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골든스테이트는 8경기에서 6승 2패(승률 0.750)로 서부 컨퍼런스 3위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 폴의 지분도 적지 않다. 애당초 골든스테이트는 큰 것을 기대하고 폴을 영입한 것은 아니다. 전성기가 지났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다.
커리가 쉴 때 빈 시간을 채워주는 역할을 우선적으로 고려했을 가능성이 큰데 그런 관점에서보면 폴의 영입은 성공적이다. 워낙 영리한 선수인지라 복잡한 골든스테이트의 전술에도 잘 녹아들고 있으며 리딩, 패싱의 질은 여전히 높다. 공격형 가드 커리와는 또 다른 플레이 스타일을 가지고 있어 전술도 더욱 다양해졌다.
무엇보다 지난 시즌 골든스테이트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던 커리, 그린이 빠졌을 때 볼이 잘 안 돌거나 실책이 늘어나는 점 등이 상당 부분 개선됐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적어도 올 시즌 골든스테이트는 위력적인 무기가 하나 더 늘어났다고 보는게 맞다. 하지만 폴이 모든 면에서 만족감을 주고 있는 것 만은 아니다.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문제점도 하나둘 발견되고 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확 떨어진 슛 성공률이다. 현재 폴은 평균 7.6득점, 8어시스트(전체 7위), 3.7리바운드, 1.6스틸을 기록하고 있다. 득점만 빼고는 준수한 성적이다. 본래 득점력을 기대하고 데려온 선수는 아닌지라 키 식스맨으로서 치명적이다고까지는 할 수 없다. 문제는 슛 성공률이다. 폴은 야투 성공률이 31.8%까지 떨어진 상태다.
본래 공격을 많이 시도하기보다는 성공률로 승부하는 선수였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특히 3점슛 성공률은 7.7%다. 많이 쏘지 않았다고 해도 심각함을 넘어 던지면 안되는 수준까지 폭락했다. 장기인 미드레인지 점퍼도 예전같지 않다. 원체 슛이 안 들어가다 보니 본인도 자신감을 잃고 찬스에서도 머뭇거리는 모습이다.
물론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지난 시즌 그는 59경기에서 경기당 1.7개의 3점슛을 시도해 37.5%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현재의 슈팅 슬럼프가 계속될 경우 상대팀에서도 대놓고 버리는 수비를 들어갈 수도 있고 폴 또한 그러한 과정에서 자신감을 상실할 우려도 있다. 골든스테이트 팬들이 폴의 3점슛 성공률이 올라오기를 기원하는 이유다. ’폴은 놔두라고‘같은 상황이 발생해서는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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