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최대 위기…박민, 낙하산 논란 딛고 개혁할까(종합)
尹 친분설 부인 "정권 비호 NO"
병역기피 의혹 명확히 해명 못해
KBS, 수신료 분리징수 재정 악화
노사문제·불공정 편파 보도 개선
연봉 1억 50%↑"승진시스템 개선"
[서울=뉴시스] 최지윤 신귀혜 정성원 기자 = 박민(60) KBS 사장 후보가 낙하산 논란을 딛고 개혁에 나선다. 박 후보는 김의철 사장 해임 후 내정자로 거명 돼 윤석열 정권 인사 의혹을 받았다. 최종 후보로 선정되는데 진통을 겪었을 뿐 아니라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상습 체납, 병역 기피 의혹 등도 불거졌다. KBS는 수신료 분리 징수 등으로 타격이 심해 공영방송 존립 위기까지 처한 상태다. 박 후보 취임 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박 후보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개인적인 친분은 없다"며 "(대선 때) 윤통으로부터 (자문·참여)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 캠프에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직접 제의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언론에서 낙하산 표현을 사용할 때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거나, 임명권자가 일방적으로 임명하는 걸 말한다. 난 비록 방송과 상관없지만 언론계에서 30년간 일했다"며 "KBS 사장 공모 절차를 거쳤고 상당한 진통을 겪어 오늘 청문회까지 왔다. 이런 경우 낙하산이라고 하면 많은 공직자가 낙하산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소속 하영제 의원이 "윤통 정권 비호도 (KBS 사장) 미션에 들어가지 않느냐"고 묻자, "32년 언론인을 하면서 나름대로 원칙을 지켰고, 한눈 팔지 않고 달려왔다. 내 인생 마지막 언론 생활을 그런 거로 바꾸진 않을 거라고 자부한다"고 했다.
외부에서 KBS 사장 내정자가 된 건 2003년 정연주 전 사장 이후 20년 만이다. 박 후보는 1992년 문화일보 기자로 입사해 사회·정치부장, 편집국장 등을 거쳤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었던 2019년 법조언론인클럽 회장을 맡았다. 2019~2022년 제8대 법조언론인클럽 회장, 지난해 제69대 관훈클럽 총무 등도 지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는 서울대 정치학과 동문이다.
이날 박 후보는 병역기피 의혹은 명확하게 해명하지 못했다. 1급 현역 판정을 받았으나, 여러 차례 재신체검사를 거쳐 4년 만에 병역이 면제됐다. 더불어민주당 허숙정 의원은 "부동시와 요추간판 탈출증,으로 재입영 판정검사를 요청했다. 부동시로 4급 보충령 판정, 요추 간판 탈출증은 정상 판정을 받았다. 같은 해인 1988년 부동시임에도 불구하고 운전면허증을 취득했다"며 "이듬해인 1989년 3월 53사단에 입소, 수액탑출증을 핑계로 1차 귀양 조치됐다. 같은해 5월 수액탈출증으로 2차 귀항 조치되고, 5월 말 면제 받았다. 명백한 병역기피"라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병역 기피는) 아니다. (KBS 사장 할 자격은) 있다고 생각한다"며 "(요추 간판 탈출증은) 정상 판정이 아니라 일종의 판정 부의다. 운전면허와 부동시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진단서는 남아있지 않다. 찾으려고 했지만 못 찾았다"고 했다.
기타 소득 급증 의혹도 해명했다. 박 후보 기타소득은 2018년 정치부장 재직 시절 120여 만원이었으나, 이듬해 1600여 만원, 2020년 3200여 만원으로 늘었다. "기본적으로 2억원에 가까운 돈을 생활비로 썼다. 2019년부터 올린 약 3000만 원에 가까운 수입은 99% 회사에서 받은 특별 포상금이다. 다 합쳐 보면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할 수준의 수입은 없다. 내 자산이 7억원이 채 안 되는데, 작년 한 해 우리 가정에 고3도 있고 어머님 아버님 장지 등 자금 수요가 급증했다. 가끔 살다 보면 나도 수익이 적지만, 예기치 않은 돈을 써야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다. 어쨌든 자료를 충분히 제출하지 못해 의구심을 가졌다면 죄송하다. 지금부터라도 자료를 빨리 찾아서 제출하겠다."
박 후보는 2005년 해외 체류 중 지방세 고지 사실을 몰라서 체납했으며, 귀국 후 완납했다고 밝힌 상태다. 도로교통법 위반 범칙금과 과태료 납부 현황 관련해서는 "5년간 8건, 1년에 1.5건 정도 된다. 어떻게 됐든 잘못"이라며 "2005년 지방세 체납은 정확히 몰라서 그랬다. 자동차 운행 관련 압류는 체납기일이 지나면 바로 자동으로 압류된다. 이 부분을 잘했다고 말하는 게 아니고, 교통 관련 과태료 체납이 압류로 연결되는 건 잠시 납부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한창 현장 뛸 때 제대로 하지 못해서 나온 결과"라며 "(차량 관련 압류 내역) 50 여 건은 다 처리했다. 최근에 한 건 아니다. 의도적으로 안 낼 돈이면 끝까지 안 냈을 텐데,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 어쨌든 잘못했다"고 했다.
박 후보는 김 전 사장 잔여 임기인 내년 12월9일까지 일할 계획이다. KBS 사장으로서 목표 세 가지를 제시했다. ▲보도 신뢰성과 방송 공정성 확보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 ▲방만 경영 혁신이다. "이 회사(KBS) 가장 큰 문제는 경영과 노조가 제대로 분리 돼 있지 않다. 경영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인사와 조직 관리가 큰 문제"라고 짚었다. "전 회사(문화일보)에서 내가 사실상 노조를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노조위원장과 편국까지 했다. 지켜보면서 경영과 노사 문제가 어떻게 정립이 돼야 하는지 몸으로 느꼈다"며 "취임하면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정리할 것"이라고 했다.
KBS는 지난해 118억원 적자를 냈으며, 올해 상반기 당기 손실은 420억원에 달했다. 박 후보는 "수신료 분리징수에 따라 57억원이 부족하다. 10월 말로 유예기간이 지나면 어느 수준까지 적자 폭이 확대될지 불안한 상황"이라며 "경영을 맡는 사람은 모두 피하고 싶겠지만, 우선 조직과 비효율적 경영 상황을 개선하겠다. 이도 어려워지면 구조 조정이 불가피 하지 않을까 싶다. 장기적으로 KBS가 갖고 있는 자산을 활용해 수익 창출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KBS가 신뢰를 잃은 가장 큰 이유로 "불공정 편파 보도"를 꼽았다. "취임하면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관해선 무분별한 속보 경쟁을 중단하겠다. 제1목표는 정확한 보도"라며 "공영방송 정체성에 걸 맞는 보도를 하겠다. 속보에 뒤쳐지더라도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보도하지 않겠다. 우리 사회가 관심있는 문제라면 사실 확인된 내용과 확인 되지 않은 사실을 구분해 보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입사하면 성과와 노력에 상관없이 모든 사원이 국장급까지 자동 승진한다. KBS에 고액 연봉 무보직자가 많다. 이런 승진 시스템부터 전면 개선 해야 한다. MBC와 SBS에 비해 평균 임금은 90% 수준이지만, (KBS는) 입사 후 능력과 성과 상관없이 승진해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 1억원 이상 연봉자가 50%를 넘었다. 부장급 이상 직급 1300여 명이다. 성과 거둔 일부분만 승진하고 그에 상응하는 직책을 갖고 책임지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일정 기간 지나면 도태하는 원칙적 인사 시스템을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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