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요지경 대체투자 시장…뒷돈 챙기려 인감도장 파고 '가짜 LOC' 남발

2023. 11. 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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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증권사에서 IB 직원 계약서 위조’ 파장
SPC 세워 셀다운 감행…수수료 ‘먹튀’ 시도
수천억 충당금 우려…미래에셋 “무리한 요구”
이 기사는 11월 07일 16:5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1위 금융투자회사인 미래에셋증권 소속 직원이 투자 계약서를 위조하는 행위가 발각돼 파장이 일고 있다. 팀장급 직원이 위조한 것으로 드러난 계약서만 4건에 달한다. 계약 성격은 상이하지만 모두 미래에셋의 이름을 달고 계약서를 꾸며 대체투자 브로커와 함께 모종의 이익을 취하려 했단 공통점을 갖고 있다. 

증권사 사이에 ‘투자확약서(LOC) 비즈니스’가 생겨난 이후 계약서는 업의 본질에 가까워졌다. 대체투자가 성행했던 시절 LOC 위조까지 벌인 대체투자 직원이 미래에셋만의 얘기는 아니라는 게 투자은행(IB) 업계 얘기다. 

 “딜 따낸 뒤 개인 SPC로 몰래 셀다운 시도”

7일 IB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투자개발본부 소속 A씨는 2020년 하반기 '라이즈 리뉴어블스' 딜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미국 바이오연료 시설 개발업체 라이즈는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신재생 디젤 연료 시설을 일간 7500베럴을 생산할 수 있도록 증설하기 위해 자금 조달에 나섰다. 대체투자 브로커 B씨 소개로 딜을 주선받은 A씨는 이듬해 1월 허위 대출계약서를 보냈다. 계약서엔 미래에셋이 2800억원을 대출해주겠단 내용이 담겼다. 

A씨는 처음부터 자체 셀다운(재매각)을 노리고 위조를 감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출해주겠단 허위 계약서로 라이즈의 협상력을 무력화시킨 뒤 시간을 벌었다. 대출계약서는 투자심의위원회를 거치지 못했다. 애초에 투심위에 오르지 못할 성격의 물건이었다는 게 내부 판단이다. 계약을 하루라도 빨리 성사시키려는 목적보다 계약 상대방을 자신들과 묶어놓은 뒤 대주들을 설득하는 시간을 벌려는 수단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어 A씨는 셀다운 동시 기표를 통해 미래에셋을 거치지 않고 수수료만 착복할 수 있는 구조를 짜는 대담한 모습을 보였다. 개인 명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라이즈에 675억원(5000만 달러)을 대출해주기로 약속한 것이다. 기존 금액보다 낮춰 제시한 뒤 친분이 있는 국내 기관투자가로 구성된 대주단을 구성해 셀다운을 추진했던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결국 대주단을 구성하지 못했으나 실제 성사됐다면 10억원 안팎의 수수료를 챙겼을 것으로 관측된다.

 유동성에 ‘눈먼 돈’ 횡행…브로커와 짜고 치는 ‘수수료 착복’

2010년대 중후반부터 국내 증권사의 대체투자가 활발했던 시기에 브로커들과 증권사 직원간에 ‘수수료 착복’ 유인이 컸다는 게 증권가 IB들의 뒷이야기다. 해외 대체투자를 원하지만 세세하게 알기 어려운 기관들에게 부실 자산을 떠넘기고 벌 수 있는 수수료 금액이 많게는 수십억원에 달했다. A씨는 미국 교포 출신 대체투자 브로커 B씨와 짜고 범행을 감행했다. B씨는 국내 증권사 직원들에게 해외 딜을 소개시켜주고 주선 수수료를 받는 역할을 맡았다. 

미래에셋증권 직원이 위조 행각을 벌인 시점은 2020~2021년에 몰려있다. 대체투자를 했다 하면 고수익을 낸다는 기대감에 ‘묻지마 투자’가 이뤄졌던 시기다. 이때 이뤄진 투자 비리들이 부동산, 인프라 등을 막론하고 연달아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BNK경남은행에서 2988억원의 PF 횡령 사태가 터졌고 하이투자증권은 대규모 손실과 비위 행위 책임을 물어 15명 안팎의 PF 임직원을 대상으로 중징계를 내리기로 했다.

 소송 지면 수천억 충당금 잡아야 할 듯

라이즈는 민간조정 및 중재 서비스 업체(JAMS)를 통해 손해배상 소송의 사전 단계에 해당하는 민간 조정 신청을 제기했다. 민간 조정이 이뤄지지 못하면 소송으로 이어지게 된다. 

미래에셋은 라이즈가 무리한 손해배상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직원의 일탈로 작성된 독단적인 허위 계약서라는 점과 권한이 없는 팀장급 직원의 서명 날인은 무효라는 논리다. 또 표면적으론 대출계약서지만 A씨가 허위 대출계약서에 ‘14일 이내에 내부 승인이 나야 계약이 성사된다’는 조건을 넣어둬 법적 구속력이 없는 LOI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한 금융투자 담당 변호사는 “소송에서 지게 되면 개인의 일탈과 상관없이 회사가 일단 손실을 충당금으로 잡아야 할 것”이라며 “그런 뒤에야 직원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겠지만 개인이 몇천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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