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만에 朴과 대구서 재회한 尹 "다음엔 서울에서 제가 모시겠다"

오형주 2023. 11. 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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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7일 대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전격 방문
국정운영·정상외교 주제로
1시간 가량 환담
尹 ‘박정희 수출회의’ 자료 언급하며
“온고지신으로 과거 경험 배워야”
朴 “좋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어
건강관리 잘 하시라” 당부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박 전 대통령과 환담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7일 대구에서 전격 회동하고 과거 국정운영 경험과 정상외교 활동 등을 주제로 1시간 넘게 환담을 했다.

윤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당시 국정운영을 되돌아보면서 배울 점은 지금 국정에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해외 순방 일정이 많아 피곤이 쌓일 수 있는데 건강관리 잘하시라”며 윤 대통령의 건강을 살폈다.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만남은 지난달 26일 이후 12일 만에 다시 성사됐다. 정치권에서는 “이준석 전 대표의 신당 추진설 등으로 보수의 분열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두 전현직 대통령의 만남을 통해 ‘통합’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구에서 열린 ‘2023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 참석과 칠성종합시장 방문 등 일정을 마치고 달성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의 사저를 비공개로 찾았다.

윤 대통령의 박 전 대통령 사저 방문은 지난달 2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44주기 추도식 때 “조만간 찾아뵙겠다”고 말한 뒤 12일 만에 이뤄졌다. 윤 대통령이 달성 사저를 찾은 건 당선인 시절인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이다.

달성 사저 방문은 당초 윤 대통령의 공식 일정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오후 1시55분께 사저에 도착한 윤 대통령을 박 전 대통령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가 대문 앞에서 기다렸다가 맞이했다.

윤 대통령이 유 변호사와 사저에 들어서자 박 전 대통령은 현관 계단 아래까지 내려와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다, 들어가시죠”라며 반갑게 맞이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박 전 대통령과 환담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이 “지난 번에 왔을 때보다 정원이 잘 갖춰진 느낌이 든다”고 하자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님께서 오신다고 해 며칠 전에 잔디를 깨끗이 정리했다, 이발까지 한 거죠”라고 화답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의 서면브리핑에 따르면 사저 현관 진열대에는 박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정상 외교를 했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한 가운데에는 지난달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식 후 두 전현직 대통령이 함께 오솔길을 걸어 내려오는 사진이 놓여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그 사진을 가리키며 “윤 대통령께서 좋은 사진 보내주셔서 여기에 가져다 놓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거실에서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이 대변인, 유 변호사가 배석한 가운데 1시간 가량 환담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이 밀크티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홍차와 우유를 미리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일 역시 윤 대통령이 좋아하는 감과 배가 올려졌다.

윤 대통령은 “산업통상자원부 창고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주재한 수출진흥회의 자료를 찾았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된 추억을 언급했다. 이어 “등사된 자료가 잘 보존되어 있어 박정희 대통령 사인까지 남아 있었다”며 “자료를 읽어보니 재미도 있고, 어떻게 당시에 이런 생각을 했는지 놀라웠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온고지신이라고 과거의 경험을 배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은 “어떻게 그걸 다 읽으셨냐”며 “좋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니깐 회의에서 애로사항을 듣고 바로 해결해 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두 사람은 재임 시절 정상외교 활동과 최근 수소차 등 산업 동향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박 전 대통령과 환담 후 정원을 산책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대화를 마무리하며 박 전 대통령은 “해외 순방 일정이 많아 피곤이 쌓일 수 있는데 건강관리를 잘하시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번에 뵈었을 때보다 얼굴이 좋아지신 것 같아 다행이다,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란다”고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을 기원했다.

두 사람은 다음번 만남도 기약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이)다음번에 서울에 올라오시면 제가 한 번 모시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환담을 마친 뒤 두 사람은 함께 정원을 산책했다. 박 전 대통령은 사저 정원에 핀 이팝나무와 백일홍 등 나무와 꽃을 하나하나 윤 대통령에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정원 산책을 마치고 오후 3시5분경 사저를 떠났다. 

대구=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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