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박근혜 달성 사저 찾아 60분 환담…朴, 현관 앞까지 나와 맞아(종합)
'오솔길 사진' 걸어둔 朴…윤 대통령 '입맛 저격' 환담상 준비도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깜짝 회동'을 가졌다. 두 전현직 대통령은 꽃과 날씨 등 가벼운 주제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국정 성과 등 폭넓은 대화를 가졌다. 박 전 대통령은 현관 앞까지 나와 윤 대통령을 맞으며 반가움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구시 달성군 박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해 60분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환담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전·현직 대통령의 만남은 예정에 없던 일정으로, 강승규 시민사회수석과 이 대변인, 유영하 변호사가 배석했다.
윤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을 만난 것은 지난달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4주년 추도식 이후 12일 만이다. 윤 대통령이 달성 사저를 직접 찾은 것은 두 번째로, 당선인 시절인 지난해 4월 12일 달성군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과 50분간 대화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만남에서는 사저 안에서 윤 대통령을 맞이했지만, 이날은 현관 계단 아래까지 내려와 환영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다, 들어가시죠"라며 인사를 건넸고, 윤 대통령은 "지난번에 왔을 때보다 정원이 잘 갖춰진 느낌이다"라고 화답했다.
사저 현관 진열대에는 지난달 26일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이 추모식에 참석한 뒤 함께 오솔길을 내려오는 사진이 놓여있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해당 사진을 가리키며 "윤 대통령께서 좋은 사진을 보내주셔서 여기에 가져다 놓았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의 '입맛'을 고려한 환담상을 차렸다고 한다. 환담상에는 홍차와 우유, 감과 배가 올랐는데 이는 윤 대통령이 '밀크티'와 감, 배를 좋아한다는 점을 고려해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준비한 것이라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두 전현직 대통령은 날씨, 사저의 정원, 달성군 비슬산, 반려동물 등 가벼운 주제부터 정상외교, 수소차 등 첨단산업 분야,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국정 성과 등 다양한 대화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당시 국정운영을 되돌아보면서 배울 점은 지금 국정에도 반영하고 있다"며 "산업통상자원부 창고 박정희 대통령이 주재한 수출진흥회의 자료를 찾았는데, 등사된 자료가 잘 보존되어 있고 박정희 대통령 사인까지 남아 있었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수출진흥회의 자료를 읽어보니 재미도 있고, 어떻게 당시에 이런 생각을 했는지 놀라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온고지신이라고 과거의 경험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어떻게 그걸 다 읽으셨냐, 좋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니까 회의에서 애로사항을 듣고 바로 해결해 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화답했다.
두 전현직 대통령은 사저 뒤편에 있는 비슬산 풍경, 윤 대통령이 반려견 6마리를 입양한 계기, 박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정상외교 사례에 관해서도 대화를 이어갔다. 박 전 대통령이 '수소차'에 대한 관심을 보이자, 윤 대통령이 최근 관련 산업 동향을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환담을 마무리하며 "해외 순방 일정이 많아 피곤이 쌓일 수 있는데 건강관리 잘하시라"고 덕담을 건넸다. 이에 윤 대통령은 "지난번에 뵀을 때보다 얼굴이 좋아지신 것 같아 다행"이라며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두 전현직 대통령은 환담을 마친 뒤 사저 정원을 함께 산책하며 대화를 이어갔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이 이팝나무, 백일홍 등 정원에 핀 나무와 꽃을 일일이 설명하면서 "예전에 청와대 있을 때부터 꽃과 나무를 좋아했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사저를 나설 때 박 전 대통령이 바깥까지 나와 배웅하려 하자 이를 만류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대문 계단에서 들어가시라"며 간곡한 어조로 사양하자, 박 전 대통령은 대신 유영하 변호사를 보내 윤 대통령을 배웅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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