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CB를 아세요?

2023. 11. 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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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직원들과 식사를 하는 일이 종종 있다. 그때, 여기가 첫 직장이라던 한 젊은 직원이 은행 대출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낮은 신용점수 때문이었다. 사회생활 경력이 짧아, 신용카드 거래 내역 등이 적은 게 문제였다. 그렇다고 비싼 금리를 감수하며 제2, 제3금융을 이용하자니, 매월 갚아야 할 이자가 부담스럽다는 얘기였다. 이 직원처럼 금융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해서 신용거래 등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금융취약계층을 가리켜 '신파일러(ThinFiler)'라고 부른다. 달리 말하면, 정보가 풍부해졌을 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 된다. 2020년 신용정보법이 개정되면서 이들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법·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이에 따라 필자가 몸담고 있는 CB(Credit Bureau)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CB(Credit Bureau)'라는 단어는 아직까지 대중에게 생소하다. 이 용어는 1860년대 미국 뉴욕 은행들이 고객들의 신용정보를 교환하기 위해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1980년대 들어 처음으로 설립되었으며, 현재는 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리고자 하는 사람이나 기업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정보를 수집, 가공, 제공하는 기관들을 CB라고 지칭한다. 쉽게 말해 CB는 금융시장에 정보를 공급하는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한다.

CB가 정보를 공급하는 대상은 크게 개인, 개인사업자, 기업으로 나뉜다. 그중 기업은 공시, 신용평가, 정부사업 등의 활성화로 비교적 정보가 풍부하게 생산·활용되고 있다. 개인 또한 소득활동이 활발하고 금융거래가 많은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다. 다만 학생이나 주부, 사회초년생은 소득과 금융거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미용실, 빵집 등의 개입사업자(소상공인)는 개인과 기업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음에도 사업이 영세해 기업으로서는 활용할 정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신파일러로 구분된다.

앞으로의 CB는 금융 사각지대에 놓인 신파일러들의 정보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보다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먼저 신파일러의 대표격인 학생, 주부, 사회초년생을 지원하기 위해 등장한 해결책이 '대안CB'다.

금융거래 내역 대신 통신요금, 공과금 납부 내역 등 각종 비금융활동에서 생산된 데이터를 가공하여 신용을 측정한다. '개인사업자CB'는 카드 매출, 고객 현황, 상권 현황과 함께 비금융 정보인 전기 사용량, 가스 사용량 등을 활용하여 사업 비전을 평가한다.

마지막으로, 신파일러들도 앞으로는 더욱 적극적으로 자신의 정보를 알려줄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아는 것이 힘'일 뿐만 아니라 '알려주는 것도 힘'이다.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빌리고자 하는 상대를 알아야 상환에 대한 믿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개인사업자가 공개를 꺼리는 부가가치세 납부자료는 사업 성장을 판단할 수 있는 좋은 정보다. 국세청 등 정부에서도 더욱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해주면 좋겠다.

CB 또한 이에 발맞추어 통신, 유통 등 다양한 비금융 분야로 데이터 종류를 확대하고 개인과 기업뿐 아니라 개인사업자도 CB 서비스의 주요 대상으로 아우르며 금융시장의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다.

[이호동 KoDAT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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