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예타 규제로 수도권 철도망 구축 어려워”…서울시, 전문가 토론회 개최
서울시는 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예타 제도 개선을 위한 대토론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예타는 총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이면서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 원 이상인 사업의 타당성을 사전에 검증하는 제도다.
토론회에는 서울 도시철도망 구축과 관련 있는 11개 자치구 구청장과 지역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개회사에서 여장권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최근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사업같이 시민들의 염원이 컸던 사업도 예타의 벽을 넘지 못해 추진이 지연되고 있다”며 “시민 정서와 동떨어진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시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예타 대상이 된 서울 철도사업은 한 건도 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특히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용산~삼송) 사업의 경우 2013년 12월 서울시가 국토부에 건의한 뒤 10년간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올 8월 “비용 대비 편익(B/C)이 0.36, 종합평가(AHP) 0.325로 기준점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예타에서 탈락했다. 또 강북횡단선, 목동선, 난곡선, 면목선 등이 예타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토론회에서 “서울 철도망 구축 사업들이 예타를 통과하지 못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 철도망 구축, 왜 예타 통과가 어려운가’라는 주제로 발표한 김기봉 서울시 균형발전정책과장은 “서울을 중심으로 주변 신도시가 들어서고 수도권이 하나의 광역 생활권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서울 철도망이 더 촘촘하게 구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출퇴근 시간 서울 지하철의 평균 혼잡도는 9호선 195%, 4호선 186%, 2호선 172%로 완화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지하철의 하루 대중교통 통행 분담률(40%)은 버스(22%), 승용차(28%)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의 예타 평가 기준이 ‘경제성’에만 치우쳐져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수도권은 예타 평가 항목이 경제성(60~70%), 정책성(30~40%)으로 구성되고, 지역균형발전 평가는 반영되지 않는다. 반면 비수도권은 경제성(30~45%), 정책성(25~40%), 지역균형발전(30~40%) 등의 항목으로 평가된다. 김 과장은 “서울에서도 도심과 강남권을 제외한 곳들은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이 있는데, 이런 균형발전 요소들은 평가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시에 따르면 강북구·노원구·양천구 직장인의 평균 통근 시간은 58분으로, 서울시 전체 평균인 45분보다 긴 편이다.
전문가들도 “수도권 내 낙후지역들의 인프라를 개선할 수 있도록 예타 항목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화 경기대 교수는 “서울 도심의 집중화 현상과 도심 내의 생활환경 수준 격차 등을 고려한 ‘도심형 경제성 평가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철도망 구축으로 인한 교통사고 절감 여부, 혼잡도 완화 편익 등을 반영할 수 있도록 경제성 평가 항목을 보완하거나 신설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시에 따르면 일본은 교통사고 1건당 심리적 비용을 우리나라보다 11.5배 높게 평가하고 있다.
박현 서울시립대 교수도 “현 예타 체계는 도시 교통 및 공간구조 발전이 필요한 서울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장애 요인”이라며 “경제성 평가에서 환경 피해 절감이나 비업무 통행의 시간 가치를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무 신분당선 서북부연장 범시민추진위원은 “연장 사업이 10여년 간 많은 정치인의 공약으로 제시됐지만, 예타의 문턱을 넘지 못해 은평구민 30만 명에게 실망과 허탈감을 안겼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예타 개선안을 구체화해 기획재정부에 건의한다는 계획이다. 또 ‘도시 철도망 예타통과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시민들의 요구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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