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새 1만명 넘게 사망···사망자 규모 “못 믿겠다”는 美·이스라엘, UN은 “신뢰”
이스라엘·미국 “사상자 부풀려져” 주장
유엔 등 국제기구는 “신뢰할 수 있다” 반박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시작된 지 한 달만에 가자지구의 누적 사망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개전 한 달째를 맞은 6일(현지시간) 누적 사망자가 1만22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어린이는 4104명으로 전체의 40%를 웃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이날 “매 10분마다 가자지구에서 1명의 어린이가 죽고 2명이 다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한 뒤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 공격으로 인한 자국 내 사망자가 1400여명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스라엘군의 보복 공격이 한 달째 이어지며 가자지구 보건부는 매일 사상자 수치를 공개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지상전 개시 후 사상자가 급증하며 민간인 공격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커지자,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가 통제하는 가자지구 보건부 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테러리스트 조직이 제공하는 모든 정보는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스라엘의 ‘맹방’인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달 25일 “나는 팔레스타인이 쓰는 수치에 대해 확신이 없다”며 사상자 규모가 부풀려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엔과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 기구들과 국제인권단체 등은 가자지구 보건당국이 발표하는 희생자 수치를 신뢰할 만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시신의 절단되거나 DNA 검사를 하지 못해 생기는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는 있지만, 대체로 자체 검증 결과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유엔은 가자지구 보건부의 통계가 “명확한 출처”를 가지고 있다며 “우리의 보고와 분석에 계속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처드 브레넌 WHO 대변인도 “가자지구 보건부가 수년에 걸쳐 구축한 정보 관리 시스템은 상당히 견고하며, 데이터 역시 신뢰할 만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역시 자체 검증을 시행한 결과 사상자 수치 등 데이터가 일관되게 일치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 이후 가자지구 보건부는 전쟁 발발 이후 사망한 이들의 명단을 공개했다. 명단에는 가자지구 내 각 병원에 도착한 사망자의 이름과 주민번호, 연령과 성별이 기록돼 있다.
보건부는 개별 병원에서 입력한 사망자 정보가 매일 보건부가 운영하는 중앙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으로 전송되며, 이렇게 집계한 수치를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중앙통계청(PCBS)에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발표되고 있는 사망자 통계가 실제 피해 규모보다 오히려 보수적으로 집계되고 있다는 반박도 나온다. PCBS는 현 사망자 통계는 병원에서 사망이 확인된 이들만 집계해 신원 불상의 시신, 병원에 이송되지 않은 매몰자 등을 포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가족 전체가 공습으로 몰살되거나 시신이 심하게 훼손되는 경우가 잦아 신원 확인이 어려운 무연고 시신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런 희생자들은 통계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통계의 신뢰성 여부와 별개로 이스라엘군의 공격 강도와 횟수로 미뤄볼 때 높은 사망자 수치 자체가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7일 개전 이후 단 6일간 총 6000차례 가자지구에 공습을 실시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2014년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50일간 벌인 전쟁에서 가자지구에 실시한 공습 횟수와 동일하다”고 분석했다. 50일 전쟁 당시 가자지구에서 2200여명이 숨졌다.
이번 전쟁을 시작한 이후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습 횟수는 1만1000회를 넘어섰다. 이는 그동안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벌인 모든 군사작전 건수를 합한 것보다 많은 수치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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