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보다 백주대낮 칼부림이 더 무섭지 않나요?” ‘뉴노멀’로 돌아온 정범식 감독[인터뷰]

김한솔 기자 2023. 11. 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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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뉴노멀> 첫 에피소드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최지우 배우. 언파스튜디오 제공

여성인 당신 혼자 사는 아파트에 갑자기 중년 남성이 화재 감지기 점검을 하러 온다. 시설 점검이 있다는 공지는 보지 못했는데. 께름칙한 기분을 애써 누르고 남자를 집에 들이는데, 남자가 하는 말들은 당신의 불안감을 증폭시킬 뿐이다. “미인이시네?” “혼자 사시나봐” “(화재 감지기에 문제가 있는지는) 벗겨봐야 알겠는데?”

<기담> <곤지암>의 정범식 감독이 <뉴노멀>로 돌아왔다. 이번 영화에는 전작들과 달리 초자연적 존재가 공포의 대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지난 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정 감독을 만나 인터뷰했다.

<뉴노멀>은 총 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다. 에피소드별 주제는 연쇄살인, 인신매매, 스토커 등 현실에서 벌어지는 범죄들이다. 배우 최지우, 하다인, 정동원 등이 출연했다.

정 감독은 코로나 시기 콘티까지 완성한 영화 제작이 중단됐을 때 집에서 뉴스를 보다 <뉴노멀>의 시나리오를 떠올렸다. “요즘 관객들에게 귀신이나 초자연적 현상이 무섭게 다가올까? 백주대낮에 모르는 사람이 백화점 안에서 칼을 휘두르고, 인도로 차가 돌진해서 사람을 쳐버리는 시기에는 현실을 영화로 끌고 오는 것이 관객들에게 더 섬뜩한 공포감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사람과 사람이 처음 만나면 ‘안전한 벽’ 같은 게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것들이 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거든요.”

극 중 편의점 점원으로 등장하는 하다인 배우. 언파스튜디오 제공
영화 <뉴노멀>의 정동원 배우. 언파스튜디오 제공

‘공포가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라는 영화 카피는 꽤 직접적으로 영화의 주제의식을 드러낸다. 혼자 사는 집에 수상해보이는 남성 수리기사를 들인 여성, 옆집 여성을 스토킹하다 급기야 ‘혹시 얘도 날 좋아하나?’ 생각하며 여성의 집 안으로 침입하는 남성의 모습은 여성 관객들에게 현실적인 혐오와 불쾌감을 선사한다.

정 감독 스스로도 이번 영화 홍보를 위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영화보다 영화적인’ 현실을 경험했다. “라디오 음악 나갈 때 진행자 분이 저한테 그러시는 거예요. ‘극 중 최지우씨가 쓰는 전기충격기, 저도 가지고 다녀요’ 하면서 가방에서 꺼내 보여주는데 심지어 똑같은 모델이었어요. 난 현실에 뒤쳐지지 않는 영화를 만들어서 그걸 장르적으로 보여주려 했는데, 진행자 분이 가방에서 전기충격기를 꺼내는 순간…믿을 수가 없었어요.”

정범식 감독. 언파스튜디오 제공

각 에피소드의 등장인물들은 서로 스쳐지나갈 뿐, 교류하진 않는다. 술에 취해 편의점에서 행패를 부리던 남성은 혼자 사는 여성을 성폭행하려고 시도한다. 그 남자 뒤에 서서 음료수를 계산하던 여성은 이유없이 살해된다. 두 사람의 물건을 계산해주던 편의점 점원은 인터넷에서 옆집 여자를 스토킹하는 남자를 은근히 독려한다.

감독의 전작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고전적 서스펜스 영화다. 영화 곳곳에 오마주가 많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편의점 점원으로 나오는 하다인 배우가 파인애플 통조림을 먹는 장면은 영화 <중경삼림>의 오마주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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