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표심 다지는 尹, 박근혜 깜짝 방문

우제윤 기자(jywoo@mk.co.kr) 2023. 11. 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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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사저 찾아 한시간 면담
박정희 추도식 회동 12일만
朴, 현관 밖까지 마중 나와
"오시기전 잔디 깎아놨다"
취향 맞춰 홍차·감·배 대접
尹 "박정희 수출회의자료 읽어
놀라웠던적 한두번 아니었죠"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구 달성군 사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7일 대구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을 '깜짝 방문'했다. 지난달 2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만난 지 12일 만에 다시 얼굴을 마주한 것이다.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이날 1시간10분간 비공개로 환담했다. 이날 만남은 사전에 기자단에 공지되지 않은 일정이었다.

정치권에선 두 전·현직 대통령의 잦은 만남 자체가 대구·경북(TK) 표심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행보가 강력한 보수 통합 메시지를 담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유영하 변호사 등 친박 인사로 분류되는 정치인이 TK 출마를 준비하며 자칫 국민의힘의 지역 내 지위가 흔들릴 수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집에서 윤 대통령을 맞이했던 때와 달리 현관 계단 아래까지 내려와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다"며 안내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번에 왔을 때보다 정원이 잘 갖춰진 느낌이 든다"고 하자,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께서 오신다고 해 며칠 전에 잔디를 깨끗이 정리했다. 이발까지 한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사저 현관 진열대에는 박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정상 외교를 했던 사진들이 전시돼 있었는데, 한가운데에는 지난달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식 행사 후 두 전·현직 대통령이 함께 오솔길에서 내려오는 사진이 놓여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그 사진을 가리키며 "대통령께서 좋은 사진을 보내주셔서 여기에 가져다 놓았다"고 감사를 표했다. 두 전·현직 대통령은 약 1시간 동안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당시 국정 운영을 되돌아보면서 배울 점은 지금 국정에도 반영하고 있다"면서 "산업통상자원부 창고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주재한 수출진흥회의 자료를 찾았는데 박정희 대통령 사인까지 남아 있었다. '온고지신'이라고 과거의 경험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박 전 대통령은 "어떻게 그걸 다 읽으셨냐"며 "회의에서 애로사항을 듣고 바로 해결해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화답했다. 대화 도중 박 전 대통령이 윤 대통령에게 "어떻게 강아지를 6마리나 입양했냐"고 질문하자 윤 대통령은 "처음에는 위탁 돌봄을 했는데 정이 들어 입양하기 시작했다"고 답변하는 등 개인적 이야기도 오갔다.

박 전 대통령은 밀크티를 좋아하는 윤 대통령 취향에 맞춰 홍차와 우유를 다과로 준비했고, 홍차 농도까지 기호에 맞췄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뒷얘기를 전했다. 과일 역시 윤 대통령이 좋아하는 감과 배를 내왔다.

대화를 마무리하며 박 전 대통령이 "해외 순방 일정이 많아 피곤이 쌓일 수 있는데 건강관리 잘하시라"고 말하자 윤 대통령은 "지난번에 뵀을 때보다 얼굴이 좋아지신 것 같아 다행"이라고 덕담을 주고받았다.

이날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대구 칠성시장을 찾았다. 칠성시장은 서문시장과 함께 대구의 양대 전통시장으로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서문시장만 두 차례 찾아간 바 있다. 윤 대통령은 한 채소 가게에서 청도 지역 특산물인 한재미나리를 보고 "전통시장에 품질 좋은 채소가 많다"며 즉석에서 구매했다. 청년 상인이 운영하는 옛날 과자 가게에서는 파래과자를 맛보고 "이거 좋아한다. 옛날 생각 많이 나네"라며 자색고구마 등을 함께 샀다. 윤 대통령은 이후 칠성종합시장 상인, 양금희 국민의힘 대구시당위원장, 지역 국회의원 등과 소곰탕에 대구식 생고기인 '뭉티기'를 점심으로 함께 먹었다.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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