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쏟아부은 CJ 푸드·콘텐츠 … K열풍으로 결실 맺었다
글로벌 생활문화 회사로 성장
한국인 식탁에 간편식 대중화
만두 하나로 연매출 1조 넘어
1995년 드림웍스에 3억弗 투자
국내 최초 멀티플렉스 개관 등
콘텐츠 강국 대한민국 이끌어
'대한민국의 삶을 한 단계 높인 기업' 'K컬처를 전 세계에 알린 기업'.
창립 70주년을 맞아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발돋움한 CJ그룹에 대한 평가다. 6·25전쟁 이후 척박한 환경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대한민국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또 대중문화로 영역을 넓혀 전 세계를 강타한 'K컬처'의 선봉장 역할을 자처했다. 지금은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과 글로벌 K컬처 전반에서 CJ그룹이 손대지 않은 영역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한국 최초로 설탕을 생산한 CJ그룹은 국산화에 대한 집념과 과감한 기업 인수·합병(M&A)으로 글로벌 종합식품회사로 거듭났다. 1950년대 초반만 해도 설탕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해왔다. 1953년 10월엔 1근(600g)에 300환에 달했다. 소고기 1근이 약 150환이던 시절이었다. 당시 이병철 사장은 "국민 생활에 꼭 필요한 것은 국산으로 충족시켜야 한다"며 국산화에 매진했다. 그리고 1953년 11월 5일, 제일제당 부산공장에서 국내 최초로 설탕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제일제당을 전신으로 하는 CJ그룹의 창립기념일이 11월 5일이 된 이유다.
CJ제일제당은 밀가루(1958년) 조미료(1963년) 식용유(1979년) 참기름(1987년) 등을 제품화하며 당시 소비자의 입맛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1986년 미국 호멜사와 라이선스 생산계약을 맺고 생산을 시작한 '스팸'은 부유층 식탁에만 오르던 반찬을 가까운 슈퍼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육가공품으로 만들었다.
쌀밥부터 국·김치 등 각종 반찬까지, 손이 많이 가고 오랜 노동력이 필요한 한국인의 식탁에 '간편식'을 대중화한 것도 CJ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상품이 '햇반'이다. 1996년 12월 출시 후 30여 년간 수많은 후발주자가 있었지만 여전히 '햇반'이 즉석밥을 통칭하는 고유명사로 쓰이는 이유다.
명절마다 일일이 손으로 빚던 만두를 10분이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상태로 먹을 수 있는 간편식 '비비고 만두'는 식문화의 혁신이었다. '비비고 왕교자'는 2013년 12월 처음 출시돼 이듬해 국내 냉동만두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한 이후 10년째 정상을 지키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20년 비비고 만두로만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K푸드 대명사로 자리 잡은 CJ '비비고' 매출이 올해 3조6000억원에 달하고, 내년에는 사상 첫 4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1조4327억원을 기록한 이후 4년 만에 2.5배 급증했다. 단일 식품 브랜드 매출로는 전무후무한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CJ그룹은 국내 식품 시장에선 혁신을 통한 신제품으로 이끌어갔다면 해외 시장에서는 굵직한 M&A로 타개해나갔다. CJ제일제당은 2005년 미국 식품기업 '애니천'을 시작으로 2009년 '옴니', 2012년 'TMI', 2018년 '카히키푸드', 독일 '마인프로스트'를 잇달아 인수하며 해외 진출 기반을 다졌다. 그리고 2019년 미국 2위 냉동식품 기업 '슈완스'를 약 2조원에 인수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슈완스 인수 당시 높은 인수 금액으로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재현 회장의 뚝심으로 CJ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을 성사시켰고 K푸드가 미국 주류 시장에 안착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세계가 인정하는 콘텐츠 강국인 대한민국을 이끌어온 것도 CJ그룹이었다. 1990년대 초반 '문화 불모지'로 평가받았던 대한민국에서 CJ그룹이 1995년 스티븐 스필버그, 제프리 캐천버그 등이 설립한 드림웍스에 3억달러를 투자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선 게 서막의 시작이었다.
1995년 제일제당 내 CJ ENM의 전신인 '멀티미디어사업부'를 신설한 이후 적극적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1995년부터 2000년까지 CJ엔터테인먼트, CJ CGV, CJ미디어, CJ홈쇼핑(옛 39쇼핑) 등을 설립하거나 인수했다. 1998년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연 국내 최초 멀티플렉스 'CGV강변11'의 등장은 한국 영화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특별상영관' 열풍을 주도한 것도 CJ CGV다. 전면 스크린을 넘어 좌우 벽면까지 3면을 활용하는 ScreenX 기술은 CJ포디플렉스가 세계 최초로 독자 개발했다. 특별관 기술을 보유한 CGV의 자회사 CJ포디플렉스는 올해 상반기 4DX·ScreenX로만 글로벌 박스오피스 2억36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 세계 73개국, 1152개 4DX·ScreenX·4DXScreen 상영관에서 이뤄낸 성과다.
문화 산업에 대한 오랜 투자는 국내 유일 종합 콘텐츠 기업 출범, 세계 최대 K컬처 페스티벌 KCON 개최, 영화 '기생충'의 대한민국 역사 최초로 미 아카데미상 4관왕 수상 등 한국 문화 산업의 굵직한 발자취로 이어졌다. CJ그룹은 식품, 바이오, 물류·유통, 엔터·미디어 등 4대 사업 포트폴리오에 집중한 결과 공정거래위원회의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기준 재계 순위 13위를 지키고 있다. 자산은 40조6970억원이고 전체 매출액은 30조1760억원에 이른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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