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보다 잘 판다 … 보험대리점이 대세
보장 내역 비교 간편해 인기
설계사, GA업계로 대거 이동
토스 1년9개월새 1천명 확보
삼성생명, 우량 GA 인수 추진
AIA·KB 등 속속 자회사 설립
보험 판매 시장에서 법인보험대리점(GA)의 지배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보험사를 제치고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GA로 옮기는 설계사가 늘면서 GA 소속은 늘어나는 데 비해 보험사 소속 설계사는 감소하고 있다. 채널별 판매 비중에서도 GA가 보험사를 앞서는데, 여러 회사 상품을 다룰 수 있는 GA의 특성이 소비자 입맛에 맞춘 마케팅에 유리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새로운 대형 GA가 속속 등장하는 한편 보험사는 GA를 자회사로 키우거나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다.
7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토스의 GA인 토스인슈어런스는 지난달 말 기준 1000명 이상의 보험설계사를 확보한 대형 업체로 등극했다. 토스인슈어런스는 2018년 말 출범해 비대면영업에 주력하다가 지난해 2월 대면영업으로 방향을 바꿨는데, 사실상 '제로 베이스'에서 설계사를 새로 모집했음에도 1년9개월 만에 1000명 규모로 몸집을 불렸다. GA는 보험사들과 제휴해 다양한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회사로, 쉽게 말해 보험 상품의 '대형 마트'다. 반면 보험사 전속 설계사는 자신이 소속된 회사의 상품만 취급할 수 있다. 보험은 복잡한 상품 특성상 대면영업이 중심인데, 여러 상품을 비교해 가입하는 것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GA로 자리를 옮기는 설계사가 줄을 잇고 있다.
GA 소속 설계사는 지난 6월 말 기준 25만2084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3.4% 증가했다. 반면 보험사 전속 설계사는 같은 기간 16만9075명에서 16만2505명으로 3.9% 줄었다.
1년 이상 해당 회사를 지킨 설계사 비율을 보여주는 정착률을 살펴봐도 작년 기준으로 GA는 54%로 생명보험사(37.5%), 손해보험사(52.5%)보다 높다. 채널별 보험 판매 비중을 보면 생명보험의 경우 GA 등 대리점이 12.6%로 보험사 전속 설계사(11.6%)보다 높았다. 손해보험에서는 대리점 판매 비중이 42%로 보험사 전속 설계사(22.7%)의 두 배에 육박했다.
GA의 빠른 부상에 따라 보험사들도 GA를 자회사로 육성하거나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AIA생명은 올 9월 자회사 GA인 AIA프리미어파트너스를 설립해 수백억 원을 내걸고 설계사 모집에 나섰다. 삼성생명은 우량 GA에 대한 인수와 지분 투자, 제휴 등을 추진하고 있다. 생보업계에서 확고한 1위 자리를 다지기 위해 GA 채널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평가다.
본사에서 보험 상품 판매 조직을 자회사 GA로 분리해 몸집을 불리는 전략을 펴기도 한다. 한화생명의 자회사 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올해 초 GA 업계 6위권인 피플라이프를 인수했고, 지난 9월 한국금융지주에서 10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업계에서는 GA 추가 인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KB라이프생명과 흥국생명은 GA인 KB라이프파트너스, HK금융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신한라이프는 자회사로 두고 있는 GA인 신한금융플러스의 영업 지원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고 있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손보사가 장악한 건강보험 등 제3 보험 분야 판매를 늘려야 하는 생보사에 GA 채널이 주요 화두가 됐다"며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보험사들의 신계약 수요가 높아지면서 GA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GA의 영업력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마케팅 방식도 활용되고 있다. 토스인슈어런스는 1600만명에 육박하는 월간활성이용자(MAU)를 보유하고 20·30대에게 인기 있는 토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설계사와 고객을 무료로 매칭해준다. 그 결과 설계사의 1인당 생산성은 지난 9월 기준 78만원으로, 실적 기준으로 GA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토스인슈어런스는 보험 업계의 관행 중 하나로 여겨져 왔던 △설계사 정착지원금 △특정 회사 상품 판매에 대한 수수료 선지급과 가중치 등을 없앴다고 밝혔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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