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부상조의 보험, 사람 돕는 본연 역할 지켜야"
부친 이어 '보험의 노벨상' 수상
"어려울때 도와주는 정신 간과돼
돈 관심, 사랑 이야기로 고쳐야"
이익 몰두 보험업계 경종 울려
“의대 교수를 하다가 선친의 뜻을 이어받아 평생 생명보험업에 종사하게 된 제 운명을 그 무엇보다 보람 있고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생명보험이야말로 고난을 겪는 사람들을 다른 이들이 사랑의 마음으로 도와주는, 상부상조 정신을 실천하는 가장 아름다운 금융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6일(현지 시간) 싱가포르에서 세계보험협회(IIS)로부터 ‘보험 명예의 전당 월계관상’을 수상한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은 생명보험업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자부심을 밝혔다. 신 의장은 부친인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에 이어 한국인으로서는 두 번째로 ‘보험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이 상을 받았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보험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것은 66년 역사상 처음이다.
신 의장은 “돈이 아닌 고난에 빠진 사람을 돕는 생명보험 본연의 역할을 지켜나가야 한다”면서 이익 실현에만 몰두하는 보험 업계에 경종을 울렸다. 그는 “어려운 시기에 서로 지켜주고 도와주는 보험의 아름다운 사랑의 정신이 간과되고 있다”면서 “불행하게도 한국에서는 보험사나 재무설계사, 고객 모두 돈 버는 데만 관심이 쏠리며 ‘돈 이야기’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생보사들이 신계약 매출 경쟁이나 이익 실현에 치중해 불완전판매 관행을 지속하면서 고객의 미래 위험을 보장해야 할 보험 사업자로서의 본연의 역할이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그는 “이런 관행을 개선해 생명보험이 사랑의 정신으로 운영되는 금융 제도임을 널리 확산시키고 생보사들이 우리 사회를 보호하는 사회복지 및 금융 시스템으로 충실히 운영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그것이야말로 저의 사명이자 사회적 책임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모두 함께 보험의 ‘돈 이야기’를 ‘사랑 이야기’로 고쳐 써나가자”고 덧붙였다.
신 의장은 사람의 생명을 보살피는 의사로 사회 생활을 시작해 10여 년을 서울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로 재직하다 1996년 교보생명에 입사했다. 이후 부친의 뒤를 이어 2000년부터 교보생명 대표이사를 맡았다. 대표이사로 취임하던 당시는 교보생명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후유증으로 큰 시련에 직면해 있었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외형 경쟁보다는 내실 성장에 힘썼으며 잘못된 영업 관행을 뜯어 고치고 경영의 패러다임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전환시키는 등 경영 혁신을 통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만들어냈다. 2500억 원의 적자를 내던 회사를 해마다 4000억~6000억 원 규모의 순이익을 거두는 보험사로 탈바꿈시켰고 글로벌 신용평가사로부터는 금융권 최고 수준의 신용등급을 부여받았다. IIS 역시 신 의장의 명예의 전당 헌액 이유로 “전사적 변화·혁신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 만족 향상, 재무 안정성 제고,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며 사업 모델을 양적 성장 중심에서 질적 성장 중심으로 변화시켰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신 의장은 부친의 뜻을 이어받아 ‘사람을 중시하는 경영자’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 보험의 시작을 알린 교보생명인 만큼 국민 교육에 대한 신념과 인본주의적 기업 문화는 그의 경영철학의 뿌리가 됐다. 특히 신 의장은 ‘모든 이해관계자와의 공동 발전을 추구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 회장의 명예의 전당 헌액에 대해 글로벌 보험 리더들의 축하도 이어졌다. 마이클 모리세이 전 IIS 회장은 “사람 중심의 경영철학이 수익에만 치중했던 경쟁사를 뛰어넘었다”고 했으며 켄 멍건 밀리만그룹 회장은 “신 의장의 선택과 집중, 위기에 빛을 발하는 효과적인 리더십, 고객 만족에 대한 열의는 전 세계 보험인들에게 지속적인 영감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 의장이 수상한 ‘보험 명예의 전당 월계관상’은 세계 보험 분야의 가장 영예로운 상이다. 혁신적인 활동을 통해 보험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인물을 기리기 위해 1957년 제정됐으며 수상자의 공적과 경영철학은 명예의 전당에 영구히 보존된다.
박성호 기자 junpark@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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