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재회한 尹-朴, “박정희 대통령 시절 배울 점을 국정에 반영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대구광역시 달성군의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났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밝혔다. 지난달 2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함께 고인의 묘소를 참배한 지 12일만이다.
윤 대통령이 도착하자 박 전 대통령이 현관 계단 아래까지 내려와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다, 들어가시죠”라며 맞이했다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번(지난 해 4월)에 왔을 때보다 정원이 잘 갖춰진 느낌이 든다”고 하자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님께서 오신다고 해 며칠 전에 잔디를 깨끗이 정리했다, 이발까지 한 거죠”라고 웃으며 말했다.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현관 진열대에 놓인 ‘오솔길’ 사진을 보며 대화하기도 했다. 지난달 추도식에서 두 사람이 고인의 묘소에 참배한 뒤 오솔길에서 걸어 내려오는 사진으로, 대통령실이 이를 따로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거실에서 즐겁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1시간 가량 환담했다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환담에는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과 이 대변인,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가 배석했다.
다과로는 윤 대통령이 즐기는 밀크티와 감, 배 등이 준비됐다. 윤 대통령이 차 중에서도 밀크티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박 전 대통령 측이 홍차와 우유를 미리 준비했다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에게 “사저의 뒷산이 비슬산이 맞냐”고 물으면서 “대구 근무시절 의대 교수가 TV방송에 나와 비슬산 자연이 질병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한 것을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비슬산에서 새들이 날아와 정원에서 놀다 가곤 한다”고 말했다. 대화 도중 박 전 대통령이 윤 대통령에게 “어떻게 강아지를 6마리나 입양했냐”고 질문하자 윤 대통령은 “처음에는 위탁 돌봄을 했는데, 정이 들어 입양하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당시 국정운영을 되돌아보면서 배울 점은 지금 국정에도 반영하고 있다”면서 “산자부(산업통상자원부) 창고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주재한 수출진흥회의 자료를 찾았는데, 등사된 자료가 잘 보존되어 있어 박정희 대통령 사인까지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수출진흥회의 자료를 읽어보니 재미도 있고, 어떻게 당시에 이런 생각을 했는지 놀라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온고지신이라고 과거의 경험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어떻게 그걸 다 읽으셨냐, 좋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니 회의에서 애로사항을 듣고 바로 해결해 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박근혜 정부 당시 정상외교 활동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다. 박 전 대통령은 수소차에 관심을 표명했고, 윤 대통령은 최근 관련 산업 동향을 설명했다고 이 대변인이 전했다.
대화를 마치며 박 전 대통령이 “해외 순방 일정이 많아 피곤이 쌓일 수 있는데 건강관리 잘하시라”고 하자, 윤 대통령은 “지난번에 뵀을 때보다 얼굴이 좋아지신 것 같아 다행이다,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란다”고 화답했다.
환담을 마친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이어 정원을 산책하며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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