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하루천하’…시장 안정 꾀한다더니 외려 변동성 키운 정부
금융당국이 '시장 안정'을 내걸고 시행한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가 오히려 증시 변동성을 확대하면서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2502.37) 대비 58.41포인트(-2.33%) 내린 2443.96에 장을 마감했다. 지수는 전일보다 26.02포인트(-1.04%) 내린 2476.35에 개장한 후 낙폭을 키우며 장중 최대 3.3% 넘게 하락하기도 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서는 보합으로 마감한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SK하이닉스(-1.95%), 현대차(-1.01%), LG화학(-5.57%), NAVER(-2.43%) 등이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10.23%), POSCO홀딩스(-11.02%) 등 이차전지 관련주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코스닥지수는 전장 대비 15.08포인트(-1.80%) 내린 824.37로 거래를 마쳤다. 에코프로(3.74%)는 홀로 강세를 보였지만 에코프로비엠(-4.85%), 셀트리온헬스케어(-2.67%), 포스코DX(-5.83%), 엘앤에프(-15.13%) 등 시총 상위 종목 대부분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코스닥 지수 급락에 따라 이날 오전 11시 48분 53초께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하기도 했다. 공매도 전면 금지 첫날이었던 지난 6일에는 코스닥 지수 급등으로 3년 5개월 만에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된 바 있다.
이날 시장 하락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대량 매도가 지수를 끌어내린 탓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990억원을 순매도했고, 코스닥시장에서는 2459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날 시황에 대해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 발표에 따라 전일 숏 스퀴즈(Short Squeeze)가 유입됐다"면서 "오늘은 기업 가치와는 상관없는 수급적 이벤트에 따라 급등한 일부 매물이 다시 출회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일 외국인이 양 시장에서 1조1900억원 이상 사들이면서 증시를 밀어 올리긴 했지만, 이는 공매도가 금지되고 자칫 손해를 볼 우려가 커지자 쇼트커버링(환매수)에 뭉칫돈을 넣으면서 발생한 '반짝 상승'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단기 변동성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공매도 금지가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에서도 공매도가 기본적인 투자 기법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정부의 갑작스러운 공매도 금지 조치가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어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수급적인 요인에 따라 지수가 오르내리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에 타격을 주는 정책"이라며 "시간이 갈수록 유동성이 급감하고 가격 비효율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당국이 발표한 글로벌 투자은행(IB) 전수조사도 달리 말하면 모든 외국인 투자자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고 있다는 인식을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도 "아마 내년 상반기 공매도 금지가 종료된다고 해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은 몇 년이 더 늦춰지게 될 것"이라면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하면 제도만 개선하면 되는데 기한을 둔 '한시적 금지'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다만 공매도 금지를 계기로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시장을 떠날 것이라는 우려는 과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오랫동안 불법 공매도가 근절되지 않고, 기관과 개인 간의 비대칭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금융당국에서 제도 개선을 조건으로 그런(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취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국내 증시의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는 점을 수정하는 조건으로 공매도를 유지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신뢰 하락 우려에 대해서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공매도를 투자 기법으로 쓰는데 불편함이 있을 수는 있지만 결국엔 기업의 지배구조나 펀더멘탈(기초체력)에 의거해 투자를 하게 되는 것이지 공매도 금지 여부에 따라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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