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휴대폰 '찰칵'소리
얼마 전 해외여행 중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찰칵'하는 촬영음이 저절로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알고 보니 촬영음을 규제하지 않는 국가에 체류할 때 자동으로 무음 처리가 되는 기능이 휴대폰에 탑재돼 있어서였다. 한국에 도착하니 '찰칵'하는 셔터음이 살아났다.
휴대폰 카메라 촬영음은 2004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몰래카메라 범죄' 방지를 위해 표준안을 제정하면서 시작됐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동통신사와 제조업체들이 해당 표준안을 받아들이면서 20년 가까이 강제로 적용돼왔다. 이런 규제가 있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휴대폰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을 때면 반드시 60~68㏈ 사이의 촬영음이 발생한다. 무음이나 진동 모드로 바꿔도 촬영음은 없어지지 않고 소리 크기도 조절할 수 없다. 찰칵 소리 때문에 주변의 이목이 집중돼 불편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특히 도서관, 박물관 등 조용한 환경에서 사진을 찍을 때는 곤혹스럽기까지 하다. 촬영음 규제가 불법촬영 등 범죄를 예방하는 데 별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게다가 촬영음이 나지 않는 휴대폰을 해외에서 직구하는 이들도 많고, 무음 카메라 앱 설치가 가능해지면서 촬영음 의무화는 사실상 무의미해졌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최근 휴대전화 촬영음과 관련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281명(85.2%)이 촬영음 설정 자율화에 찬성했다. '휴대폰 촬영음으로 인해 불편을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한 이들도 85.3%에 달했다. 국민 10명 중 8명이 규제 해제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권익위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에 설문 결과를 전달할 방침이라고 한다.
촬영음 규제를 섣불리 없애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규제가 있는데도 사생활을 침해하는 불법촬영 범죄가 매년 5000건 이상 적발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찰칵 소리'로 작정하고 덤비는 몰카범들을 막는 것은 역부족이다. 시대에 뒤떨어지고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과잉 규제는 없애는 게 옳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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