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 APEC 정상회담과 美中의 동상이몽
고착화된 갈등 속 신경전
탈출구 필요한 중국과 달리
美정부, 대중 제재 정당화
글로벌 무대서 中 압박할듯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다. 21개 나라가 참석하는 회의지만 세간의 관심은 조 바이든과 시진핑의 정상회담에 집중돼 있다. 미국은 회담을 기정사실화하고 싶은 분위기이지만, 중국은 확답을 미루며 마지막까지 샅바 싸움을 한다.
사실 미·중정상회담이 미·중 갈등에 획기적인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수년간의 갈등을 거치면서 양국은 이미 근본적인 입장 차이를 확인하고 각자 제 갈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마당이다. 정상들이 만난다고 뭔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사이가 아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미·중 양자관계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 기후변화, 공급망 안정화와 같은 글로벌 이슈들을 주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된다. 그것은 미국이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미국은 지금 아쉬울 것이 없다. 그동안 바이든 정부는 가치동맹과 경제안보의 논리를 동맹국에 설득하면서 중국에 대한 견제에 동참해줄 것을 요구해왔고, 미국·유럽연합(EU) 무역기술위원회(TTC) 체제 구축,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에서의 디리스킹(de-risking) 합의, 한·미·일 3자 협력 강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면서 그 동맹 구축을 막 완료한 시점이다.
따라서 미국은 이번에 미·중정상회담이 열리면 그동안 미국이 중국에 대해 실시해온 다양한 경제적 제재와 압박이 경제안보와 디리스킹이라는 글로벌한 공감대의 일환일 뿐이라고 정당화하면서 현재의 양자 간 제재 구조를 고착시키고, 대신 유럽과 중동의 지정학적 충돌, 공급망 안정화, 기후변화와 같은 글로벌 이슈들로 논의의 장을 바꾸어 중국의 역할을 압박하는 무대로 삼으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현재의 미·중 상황을 변화시키고 타개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려면 정상회담에서 글로벌 이슈가 아니라 미·중 양자 간 이슈를 다뤄야 한다. 수백 개의 중국 기업이 경제제재의 대상이 돼 있고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핵심 기술과 장비의 도입이 가로막힌 상황을 조금이라도 푸는 것이 목표이다. 1년 전 발리 미·중정상회담에서 중국을 적대하고 억제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이번에는 그 가시적인 성과가 나와야 한다는 게 중국의 생각이다. 더구나 APEC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일본의 영향력이 절정에 있을 때 만들어진 기구다. 특이하게도 1991년 중국이 가입할 당시 대만과 홍콩도 함께 회원 지위를 얻었다. 미국이 주도한 IPEF 14개국과는 회원국이 거의 똑같이 겹친다. 그러다 보니 APEC이 열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겸사겸사 IPEF 7차 협상도 진행하겠다는 판이다. 즉 APEC은 미국의 홈그라운드다. 전쟁 중인 러시아는 참석하지 않고 유럽이나 인도 같은 잠재적 중재자도 없다. 시진핑에게 불편하기 그지없는 자리다.
사실 바이든 정부 입장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중국에 선물을 주거나 양보할 생각이 없다. 표에 도움이 안 된다. 동시에 동맹과의 신뢰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 만일 이번에 바이든과 시진핑이 경제 분야에서 서로 필요한 영역을 통 크게 주고받는 이른바 '건설적인' 합의를 내놓는다면, 그동안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가 악화될 위험을 감수하면서 미국이 주창한 가치동맹에 참여한 동맹국들은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어느새 미·중 갈등은 한 번의 극적인 사건으로 바뀌기 어려울 만큼 고착화·구조화됐다. 이번 미·중정상회담은 이를 기정사실화하고 거기서부터 새로운 게임을 시작하겠다는 미국과 어떻게든 그 기정사실화를 막으려는 중국의 대결이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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