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디지털교과서, 글로벌 기준 맞추려면
최근 정부는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교육 100년 대계(大計)'의 디지털 버전이라 할 만하다. AI 등 신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교과서가 교실 현장에 접목되면 맞춤형 학습이 강화되고 시공간 제약도 완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I 솔루션이 학습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별 진도와 이해도를 진단한 뒤 '느린 학습자' '빠른 학습자'로 구분해 수준별 맞춤형 보충이나 심화 학습을 제공한다. 특수교육 대상이나 다문화 학생이 디지털 교과서로 쉽게 학습하도록 화면 해설, 자막, 다국어 번역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AI 디지털 교과서 추진 방안에는 예산 투입 대비 효과가 의심되는 몇 가지 우려가 있다.
우선 대형 발행사의 디지털 교과서 시장 독과점 방지를 위해 강조된 중소 발행사 참여 촉진 방안은 자칫 콘텐츠 난립으로 인한 학습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AI 디지털 교과서 개발 지침에는 클라우드 형태로 제공되는 다양한 글로벌 교육 서비스들의 참여를 사실상 원천 차단하는 '디지털 무역 장벽'이 포함됐다.
지침은 클라우드보안인증(CSAP) '중' 등급 이상을 획득한 서비스들로 참여 자격을 제한했는데, CSAP는 기본적으로 행정·공공기관의 클라우드 도입을 위한 인증이라 글로벌 역량이 필요한 교육 분야에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 왔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CSAP가 글로벌 보안 표준과 괴리된 요건을 포함한다는 사실이다. CSAP는 공공 전용 클라우드의 물리적 분리, 한국형 암호화 모듈 탑재 등을 요구한다. 하지만 이 요건은 글로벌 클라우드 기술 표준이나 해외 주요 인증과 크게 동떨어져 있어 글로벌 스탠더드형 인증을 모두 만족하는 글로벌 사업자도 충족하기가 힘들다. 글로벌 진출을 위해 해외 클라우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개발한 국내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CSAP를 취득하려면 국내용을 따로 개발해야 하는데 클라우드 특성에 맞지도 않고 불필요한 투자 비용을 유발한다.
실제로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 따르면 등록 회원사 1만3000여 곳 중 CSAP 취득 SaaS 제품을 보유한 기업은 30여 곳에 불과하다고 한다. AI 디지털 교과서는 교육 현장에 AI를 접목하는 혁신뿐만 아니라 우리 학생들이 국경 없는 디지털 공간을 넘나들며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가능성 또한 무한대로 열어줄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교과서의 현 CSAP 등급 요건은 학생들이 전 세계 널리 도입된 교육 프로그램을 마음껏 접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된다. 특히 언어 장벽이 낮아 AI 학습 효과가 더욱 기대되는 수학, 영어, 과학 과목의 해외 교육 서비스들도 쉽게 구현될 수 없다.
사이버 보안이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가치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글로벌 표준과 괴리된 요건이 개발 지침 한 구석을 차지하는 한 에듀테크 산업도 키우지 못하고 학생과 학부모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우물 안 디지털 교육'에 그칠 수 있다.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가 미래 국가 경쟁력을 위한 '100년 대계' 디지털 학습혁명의 발목을 잡게 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소망한다.
[신용태 숭실대학교 컴퓨터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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