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명칼럼] '메가서울'에 던지는 몇가지 질문
별 설명도 없이 툭 던졌다
거기엔 숙고되고 답해져야할
질문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1910년까지만 해도 서울은 인구 20만명, 시가지 반경 3㎞, 그러니까 지금 종로구와 중구가 거의 전부인 성곽도시였다. 그때와 지금 서울을 비교하면 행정구역 면적은 16.5㎢에서 605.74㎢로 37배 커졌고 인구는 50배가량 늘어났다. 서울의 지난 100년 역사를 한 단어로 요약하라면 나는 '대확장'을 꼽겠다.
김포, 또 경우에 따라서 하남 구리 광명 과천 의정부 고양시 같은 서울 위성도시들을 내일 당장 서울에 편입시킨다 한들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서울은 1913년과 1936년, 1949년, 1963년, 1973년 등 5차례에 걸쳐 확장되었다. 이 중 1973년을 제외하면 최소 두 배, 많게는 네 배까지 한번에 몸집을 불리는 대확장이었다. 1963년엔 한강 이남 대부분 지역과 도봉구, 노원구, 중랑구 등이 신규 편입되면서 서울시 면적은 하루아침에 268㎢에서 613㎢로 2.3배 커졌다. 지금이라고 안될 것이 있겠나. 더구나 메가시티는 세계적 트렌드이기도 하다.
그러나 '메가서울론'에는 답해져야 할 몇 가지 질문이 따른다. 첫째, 메가시티가 되려면 반드시 서울이 더 커져야 하는가. 1973년까지는 서울의 포화를 해결하기 위해 인근 교외에 신규 택지를 건설하고 서울 행정지도에 편입시켰다. 강남이 그렇게 서울이 됐다. 1990년대 지어진 1기 신도시는 달랐다. 서울 주택 수요 해결을 위한 신도시였지만 소속은 그대로 경기도에 뒀다. 권위주의 시절처럼 행정구역 변경이 용이치 않은 탓도 있었겠지만 '대수도권' 개념이 정착된 이후였기 때문이다.
우리 수도권은 행정구역이 서울과 경기도로 구분돼 있을 뿐 사실은 '서울대도시권'이며 이미 세계적 메가시티이기도 하다. 최근 수십 년간 서울에서는 지식산업, 수도권에서는 기술집약적 생산제조업이 발전하며 거대한 산업복합체로 진화해왔다. 서울 자체의 공간적 팽창은 1973년에 멈추었고 인구는 1990년대 들어서 감소세로 돌아섰다.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인구 유출이 일어난 지 오래다. 대신 수도권 전체로서 서울대도시권은 계속 확장하는 중이다. 김포와 기타 편입 희망 도시를 서울에 포함한다고 치자. 그것이 이미 한 몸체로 돌아가는 수도메가시티에 어떤 추가 경쟁력을 가져올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왜 '메가서울'이 '메가수도'보다 나은지 말해보라는 얘기다.
둘째, 이른바 '동일생활권-동일행정권'은 메가서울의 명분이 되기 어렵다. 지금 편입이 거론되는 도시들이 서울에 포함되면 서울 동일생활권은 그 주변의 2선 도시로 확장된다. 그것은 1990년대 이후 수도권으로 분산·억제되어온 '서울 소속 열망'의 무한 확장을 불러올 것이다. 전 국토를 서울에 편입시킬 것인가.
셋째, 메가서울이 지방균형발전과 모순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너무 희망사고적으로 들린다. 지금 지역 갈등의 기본 구도는 영호남이 아니다. 집중된 수도권과 공동화된 비수도권의 갈등이다. 메가서울은 이 갈등 구도를 서울 대 나머지 지역의 갈등으로 더욱 첨예화할 가능성이 있다. 서울이 커지는 만큼 서울에 포함되지 못한 지역의 소외감도 커질 것이다.
예전엔 서울과 서울 외곽의 차이가 지금보다 훨씬 컸다. 그 차이가 줄어든 것은 서울의 산업과 인구가 외곽으로 분산되었기 때문이다. 그 효과로 서울은 더 쾌적해졌고 수도권은 번성한다. 이것이 우리가 경험한 발전의 '확장 코스'이다. 경기도에서 가장 번성한 도시를 편입해 서울을 키우는 것은 '역코스' 같은 느낌이 있다. 아닌가.
마지막 질문. 그런데 정부 여당은 메가서울을 언제부터 생각해온 것인가. 굉장히 '메가'한 아이디어를 띄워놓은 후 '이렇게 좋아진다'는 청사진 제시가 없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차치하고 무슨 설명과 설득이 있어야 할 게 아닌가. 이처럼 중요한 얘기를 이렇게 준비 없이 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
[노원명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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