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듯 흐느적, 몸 꺾인 채 '얼음'…마약중독자들이 '좀비' 되는 이유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가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이 지난 6일 인천 남동구 논현경찰서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한 가운데, 그가 경찰서에 들어서기 직전 카메라 앞에서 보인 '기이한 자세'를 두고 마약 중독으로 인한 증상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는 손을 아래로 뻗어 기지개하고, 걸을 때 흐느적거리는가 하면 손목을 돌리거나 손을 터는 등 분주한 제스처를 보였다. 물론 현시점에서 그가 마약을 투여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극도로 긴장해서 자연스레 나오는 비언어적 표현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다면 마약 중독자들의 몸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이상 증상은 뭘까.
대표적인 증상은 동공이 커지고 근육에 힘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김장래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마약은 뇌 신경 세포들 사이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깨뜨리는데, 이에 따라 뇌가 환경을 인지하는 방식을 바꾼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환경'을 '위협적인 환경'으로 받아들이거나, 아무런 의도 없이 그냥 앞에 앉아있는 사람을 '자신과 싸우려고 한다'고 착각한다. 스스로 화가 나고 긴장하는 상태가 된다. 화가 날 때 우리 몸은 긴장하고, 동공이 커지고, 심장 박동과 호흡이 빨라진다. 덩달아 근육에 힘이 가득 들어간다.
마약 중에서도 '펜타닐'로 대표되는 아편계 진통제는 장을 마비시킬 정도로 장운동을 억제한다. 펜타닐이 위에서 소장으로 이어지는 부위(위 유문부), 소장에서 대장으로 이어지는 부위(횡맹괄약근)의 근육을 수축시켜 장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장 운동성 자체도 떨어뜨린다. 이로 인해 가스도 내려가지 못할 정도의 극심한 통증과 매우 심한 변비를 유발한다. 이 통증을 막기 위해 펜타닐을 더 많이 사용하는 환자들은 더 심한 변비로 고통받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펜타닐에 중독돼 장이 마비되면 음식이 제대로 통과되지 못하고 올라오면서 오심·구토가 유발된다. 펜타닐 중독자들에게 오심·구토가 유발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숨뇌(뇌속 원뿔 모양 부분)에 위치한 '케모로셉터 트리거 존'에 펜타닐이 달라붙으면서다. 항암제로 인한 구토도 이 존이 자극받으면서 생긴다. 펜타닐에 중독되면 오심·구토가 계속되면서 장 마비로 인해 위산이 목까지 올라온다. 강한 산성을 띠는 위산이 다시 내려가지 않으면서 치아가 다 녹아내린다. 또 마약 자체가 잇몸으로 가는 혈액 공급을 차단해 치아 부식을 가속한다. 실제로 해외에선 마약 중독 후 치아가 녹아내려 틀니를 착용한 젊은 사례자의 사진이 SNS에 공유되기도 했다.
졸리거나 섬망이 나타나는 증상도 마약 중독자들에게 흔하다. 뇌 속 정교한 호르몬 시스템이 깨지면서다. 마약 후 기분 좋다고 생각하는 순간 몸에서는 잠깐씩 숨을 쉬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저산소증으로 인한 뇌 손상이 이어진다. 이런 뇌 손상이 반복돼 운동을 관장하는 뇌 기관까지 망가지면 '무도병'을 유발할 수 있다.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춤을 추듯 몸을 흐느적거리는 것이다. 뇌에서 신호를 아무렇게나 막 내려보내기 때문이다. 근육이 강직되면서 의지와 다르게 이상하게 걷게 된다.
'좀비랜드'로 유명한 미국 필라델피아 켄싱턴 에비뉴 거리는 마약 중독자들이 마치 좀비를 연상시킬 정도로 기괴한 걸음걸이와 꺾인 관절을 취한 채 서 있다, 앞을 보지 못하고 허리·다리가 꺾이거나 주먹을 꽉 쥐는 증상은 아편계 약물에 취했을 때 잘 나타난다. 아편계 약물은 근육의 긴장도에 영향을 준다. 너무 많이 긴장하면 몸이 뻣뻣하게 굳고, 긴장이 풀리면 몸이 심하게 이완돼 흐느적거린다.
아편계 약물에 급성으로 취하면 의식이 흐려지고 착란증세가 나타난다. 몸에 힘이 빠지고 겨우 서 있을 정도가 된다. 돌 같이 굳는다고 해서 스톤드(stoned)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펜타닐은 호흡을 억제한다. 마약에 중독되면 내성이 생겨 점점 더 높은 용량을 추구하게 되고, 결국 호흡이 억제돼 결국 사망을 부른다.
마약 중독의 또 다른 증상은 살이 빠지는 것이다. 몸이 극도의 긴장 상태에 놓이면서 음식을 먹고 싶은 생각마저 사라지게 해서다. 김장래 전문의는 "문제는 마약을 끊었을 때 살이 찌는데, 그 속도가 마약 투여 시 살이 빠질 때의 속도보다 더 빠르다"며 "마약을 끊으려 하다가도 다이어트를 위해 다시 마약에 손을 대는 경우가 적잖은 이유"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마약에 중독되는 기전은 뭘까. 우리 뇌에는 우리가 의욕적으로 행동하게 하는 보상 회로가 있다. 이 보상 회로가 자극받으면 뇌에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사람에게 쾌감과 성취감, 보람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도파민이 너무 많이 분비되면 중독 증상을 일으킨다. 마약뿐 아니라 술·게임·도박 중독도 도파민 과잉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일상에서 누구나 얻을 수 있는 즐거움 즉, 우정·사랑·성취감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이 100점이라면 마약을 주입했을 때 분비되는 도파민은 이것의 수백 배, 수천 배에 달한다. 마치 220V(볼트) 전압의 노트북을 1만V를 연결해 놓은 수준으로 도파민이 과량 분비되는 셈이다. 마약 투여 후 비정상적인 쾌감을 한번 느끼면 기존에 정상적으로 느껴온 100점 만점의 즐거움은 더는 즐겁지 않게 다가온다.
마약 투여를 멈추면 금단현상이 나타난다. 금단현상은 마약 종류마다 강도와 증상이 다른데, 금단현상이 가장 심한 마약이 펜타닐 같은 아편계 약물이다. 통증 감각을 비정상적으로 억제하는데, 마약 투여를 중단하면 작은 통증도 크게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마약은 과연 끊을 수 있을까? 김장래 전문의는 "끊는다는 표현보다는 회복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며 "마약 중독은 만성 질환이므로 평생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참고=국립중앙의료원 유튜브 '궁금한 이야기N'.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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