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의대 정원 확대’ 의료 수요자단체 의견 수렴…의협 “의협과 논의해야”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추진 중인 정부가 의료계 외 보건의료 수요자 단체들을 잇달아 만나고 있다. 의사 확충의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해 논의 틀을 다양화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들었다. 앞서 지난 6일에는 한국소비자연맹,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와 간담회를 열었다.
이들 단체는 간담회에서 “필수의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의대 정원 확충과 의사 인력이 필수·지역 의료 분야에 종사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환자의 중증도, 응급여부에 따라 적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고, 희귀·난치성 질환 등 다양한 의료수요를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국민들의 합리적 의료이용을 위해 수요자 단체들도 노력하겠다고 했다.
환자단체연합회 측은 간담회에서 최근 정부가 의료인 법적 책임 완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전달했다. 그간 의료사고 피해자·유족들이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선 개선 노력 없이 이 같은 움직임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의견은 의사단체의 입장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은 지역·필수의료 위기 해소법으로 의대 정원 확대보다는 필수의료 보상 강화 및 의료진 처우개선, 의료인 법적 부담 완화 등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복지부는 올 연초부터 의협과 의료현안협의체를 열어 의대 정원 문제를 포함해 필수의료 강화 방안을 논의해왔다. 다만 개원의 중심인 의협과만 의대 정원 문제를 논의하는 것을 두고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복지부는 지난 8월 관계부처 담당자와 전문가, 의료계, 소비자·환자단체·노동자단체 대표들이 참여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을 꾸렸다.
복지부는 보정심·의료현안협의체 이외에 “각계를 대표할 수 있는 개별 단체들과 간담회를 통해 국민·수요자 측면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의견을 수렴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8일에는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병원계 대표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의협은 2020년 9월 의·정합의를 근거로 정부와 의협, 양자 간 논의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는 9일 열리는 의료현안협의체에서도 의협은 기존 태도를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서울시의사회는 소속 회원 797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10월 20~27일)를 한 결과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가 77%, ‘조건부 찬성’이 23%였다고 발표했다. 조건부 찬성할 경우 증원 규모를 묻는 설문에는 ‘100~300명 이하’(35%) 또는 ‘300~500명 이하’(31%)를 꼽는 비율이 높았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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