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임플란트한 파킨슨 환자 … 6㎞ 걸었다
척수 전극이 다리 근육 자극
보행장애 치료 가능성 열어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
5년 정도 임상 후 상용화
파킨슨병 환자가 겪는 보행장애를 세계 최초의 척추 임플란트로 치료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루에 여섯 번까지 넘어지며 제대로 걸을 수 없었던 파킨슨병 환자는 척추 임플란트를 이식받고 약 6㎞를 아무 문제없이 걷는 데 성공했다. 보행장애 증상을 완화하는 데 그쳤던 기존 치료법을 뛰어넘는 획기적 치료법이란 평가다.
6일(현지시간) 그레구아르 쿠르티네 스위스 로잔연방공대(EPFL) 신경과학과 교수와 조슬린 블로크 로잔대병원 교수 공동연구팀은 파킨슨병 환자에게 전기 자극을 주는 척추 임플란트를 이식했더니 보행과 균형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했다.
파킨슨병은 1817년 영국 의사 제임스 파킨슨이 처음 발견한 퇴행성 뇌질환이다. 뇌에는 여러 신경전달물질이 있는데 이 중 운동에 꼭 필요한 도파민이 있다. 파킨슨병은 중뇌에 위치한 흑질이라는 뇌의 특정 부위에서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서서히 소실돼가는 질환이다. 이 질환을 겪는 10명 중 9명은 균형장애, 보행 정지 등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다.
파킨슨병은 치매 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뇌질환이다. 인구 1000명당 약 2명이 질환을 앓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60세 이상은 약 1%, 65세 이상은 약 2%가 앓고 있다.
문제는 파킨슨병은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다는 점이다. '레보도파'라는 성분의 약물 등이 파킨슨병 치료제로 쓰이나 증상을 호전시키는 정도에 그친다. 정상적인 움직임을 완전히 회복할 수 없다. 연구팀이 개발한 척추 임플란트는 파킨슨병 때문에 겪는 보행장애를 완전히 치료할 가능성을 열었다. 그간 의과학자들은 파킨슨병의 완전한 치료를 위해 뇌에 전류를 흘려 도파민 분비를 늘리려는 시도를 이어왔다. 그러나 뇌에 전류를 흘릴 전극을 심는 일 자체가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했다.
연구팀은 뇌 대신 척수에 자극을 주는 방법을 택했다. 연구팀은 "보행 시 다리 근육을 활성화하는 척수 부위를 직접 타깃으로 한 것"이라며 "전극 임플란트를 척추에 이식해 자극이 척수에 닿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척추 임플란트는 센서와 함께 구동된다. 환자 다리에 부착된 센서가 뇌와 척추, 다리에 전송되는 비정상적인 신경세포 신호를 포착하면 전극이 전류를 흘려 이를 교정한다. 연구팀은 개발한 척추 임플란트를 프랑스 보르도 출신의 남성 파킨슨병 환자 마크 코티에 씨(63)에게 적용했다. 이 남성은 약 30년 동안 파킨슨병을 앓아 제대로 걷지 못했다. 뇌를 자극하는 수술 등도 받았지만 수술 후 보행장애 개선 효과를 일부 보다가 최근에는 증상이 더 심해져 아예 걷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하루에 최소 6번 쓰러지거나 계단 같은 곳은 오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척추 임플란트 치료를 받은 뒤 코티에씨의 보행장애가 크게 개선됐다. 넘어지지 않았으며 지팡이 없이도 걷는 데 무리가 없었다. 그는 "일요일마다 호수에 가서 약 6㎞씩 걷고 있으며 이제 계단이 더 이상 두렵지 않다"면서 "척추 임플란트로 다시 걷게 되면서 일종의 '재생'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연구팀 분석에 따르면 코티에씨의 보행은 다른 파킨슨병 환자보다 건강한 성인의 보행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파킨슨병 환자의 보행장애 치료법 중 완전히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향후 파킨슨병 환자의 보행장애를 완전 치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한계점도 존재한다. 연구 자체가 파킨슨병 환자 1명을 대상으로 해 모든 사람에게 치료법이 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란 점이다. 연구팀은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파킨슨병 환자 6명을 추가 모집했으며 5년 정도 후에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쿠르티네 교수는 "척추를 정밀하게 자극하면 파킨슨병에 따른 보행장애가 개선되는 것을 처음 확인했다"고 말했다.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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