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계 압박·이준석 신당·한동훈 입당’ 3중 파도···김기현·윤핵관 버틸 수 있을까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장제원·이철규 의원 등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은 불출마·험지출마 압박을 버틸 수 있을까.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연일 당 지도부와 윤핵관들의 결단을 촉구하면서 이들의 거취가 주목받고 있다.
당사자들은 침묵 속에 경기도 김포의 서울 편입을 주도하고 인재영입위원장을 맡는 등 오히려 활동 폭을 넓히고, 현 지역구 활동도 왕성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친윤석열계에서도 이들의 결단을 압박하는 분위기다. 이준석 전 대표 신당의 힘을 떨어뜨리기 위해 대표적인 인물의 불출마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동훈·원희룡 장관과 대통령실 인사들이 총선을 앞두고 당에 들어오면 힘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7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윤석열 정부 출범에 가장 큰 공과 애정을 가진 분들이 이 정도(불출마) 희생은 감내할 수 있다는 기대를 인요한 위원장이 던진 것이고 그렇게 현실화될 가능성이 꽤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이 2011년 겨울에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새로운 공간이 열리고 총선에 승리했다”는 전례도 곁들였다. 김 대표 체제 1기 수석대변인을 지낸 유상범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대표가 과거에 대화하면서 본인 스스로도 국회의원으로서 가질 수 있는 큰 영광은 다 이뤘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전·현직 지도부인 친윤계 인사들이 혁신위 권고를 수용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친윤계에선 윤 대통령이 측근들의 불출마 결단을 원한다는 얘기가 돌면서 김 대표와 장 의원 등 상징적인 인물들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강해졌다.
혁신위는 지난 3일 당 지도부·중진·윤 대통령 측근들의 불출마·험지출마를 강력히 권고했다. 인 위원장은 이후 직접 당사자들에게 전화를 거는 등 연일 결단을 압박하고 있다. 이날도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후 “‘처방은 잘했는데 환자가 그 약 안 먹으면 어떡할 거냐. 그 약을 먹어야 한다’는 말씀을 주셨다. 나도 공감했고 명심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당사자들은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김 대표는 김포의 서울 편입과 공매도의 한시적 중단 등 총선 의제를 적극적으로 던지고 있다. 이 의원은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 총선 영입인사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김포의 서울 편입과 영입인사 발표 등 주목도 높은 이슈를 제기하면서 일단 시간을 벌 것으로 보인다”며 “결단하더라도 지금 발표하면 인 위원장에 이끌려 억지로 하는 꼴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 대표 측 인사는 이날 “김 대표가 요즘 지역구를 잘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장 의원도 전날 저녁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상구 역사에 대전환점이 될 부산시 제2청사 착수식을 거행했다”고 글을 올리며 지역구 성과를 강조했다.
당내 역학구도는 버티기에 녹록지 않다. 이 전 대표가 비윤석열계를 이끌고 당을 나가 신당을 꾸리려는 움직임을 본격화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도 SNS에 “집권 초 1년 반을 당권 장악과 대장동 공방전으로 허비한 상황에서 지금 정책 이야기 해봐야 메가 서울이나 공매도 1일 천하 같은 일만 반복될 것”이라고 국민의힘이 변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이준석 신당’이 가시화할수록 당이 변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김 대표, 장 의원 등의 선제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대통령실에서는 한 장관과 원 장관 등 중량감 있는 인사들의 총선행을 대비해 후임을 물색 중이란 말이 들린다. 지난달 한 장관의 총선 출마에 대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능성 없다고 본다”고 했던 유상범 의원은 이날 “(한 장관이) 정치권으로 올 것으로 생각한다. 지역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을 수 있다”고 밝혀 전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 등 대통령실 인사들도 총선을 앞두고 당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당내 공간이 마련되는 과정에서 기존의 친윤계 핵심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정리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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