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성자 공매도도 금지해달라는 개미들... 거래소 “유동성 공급 위해 필요”
시장조성자 아닌 ETF 유동성 공급자 물량
금융당국이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초강수를 내놨지만, 일부 개인 투자자는 대책이 여전히 부족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예외 조항을 둬 일부 사업자가 공매도를 할 수 있게끔 열어줬다는 이유에서다. 개인 투자자들은 증권사가 규제의 틈을 파고들어 수익을 챙긴다고 보고 단체 시위까지 나섰다.
개인투자자단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모든 공매도 금지 촉구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전날 금융위의 결정으로 공매도가 전면 금지됐음에도 이번 조치에서 제외된 시장조성자가 공매도로 물량을 쏟아냈다고 판단한 데에 따른 것이다. 시장조성자 외에도 유동성공급자(LP)가 유동성공급호가를 제출하는 경우, 한국거래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매매 거래를 위한 호가 등에 한해 차입 공매도가 허용된다.
실제 공매도 전면 금지 첫날인 6일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1969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개인 투자자들은 시장조성자를 이날의 공매도 범인으로 지목했지만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시장조성자의 일평균 공매도 금액은 0원이다.
시장조성자는 거래가 부진한 종목에 매수·매도 양방향 호가를 제출한다. 지난해 증권사 9곳이 코스피 288개, 코스닥 503개 종목에 한해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한국거래소와 계약을 맺었다.
중재자(딜러) 없이 시장 참가자 간 거래하는 주문 주도형 매매 시스템의 운용상의 한계를 보완하는 게 시장조성자 제도의 핵심이다.
시장조성자에 대한 대표적 오해 중 하나는 시장조성자가 공매도 호가를 제출할 때 업틱룰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업틱룰이란 공매도에 따른 직접적인 가격 하락 방지를 위해 직전 가격 이하로 공매도 호가 제출을 금지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A전자 주식의 직전가가 4만9000원이라면, 공매도 호가는 4만9050원, 4만9100원 등 4만9000원을 초과하는 금액으로만 제출해야 하는 것이다.
2020년까지는 시장조성자가 업틱룰 예외를 인정받았으나, 그해 정부가 대대적으로 불법 공매도 적발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시장조성자의 업틱룰 면제도 폐지됐다. 시장조성자도 업틱룰을 적용받게 된 것이다.
전날 공매도를 한 진범은 LP(유동성공급자)다. LP와 시장조성자는 모두 거래 체결을 돕는 역할로, 그 대상이 각각 ETF, 시장조성종목으로 다르다. LP는 자산운용사와 상장지수펀드(ETF)의 원활한 거래를 위해 유동성 공급 계약을 맺은 증권사로, LP는 계약에 따라 시장에 ETF 호가를 내야 한다. 가령 가진 ETF를 매도하고 싶은 투자자가 있다면 LP가 매수 호가를 내 이를 사들이는 식이다.
LP가 ETF를 가지고 있기만 하면 ETF의 가격 변동에 따라 손익이 생긴다. 결국 LP는 가격 변동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자산운용사 등에서 주식을 빌려와 시장에 매도를 한다. 이때 공매도가 발생하는 것이다. 전날 공매도 거래대금 역시 LP의 헤지 거래가 주였다.
개인투자자의 바람처럼 시장조성자와 LP에 대해서도 공매도를 금지하면 시장 거래 체결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의 가격이 맞지 않을 때 대신 거래를 해주는 게 시장조성자와 LP인데, 공매도가 막히면 이들의 헤지 수단이 없어지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올해 4분기 시장조성자의 일평균 매수·매도 금액은 각각 221억원, 220억원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시장조성자 제도는 유동성이 낮은 종목에 대해 운영되는데, 이 제도가 없으면 해당 종목들은 거래가 더 줄어들고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이 원하는) 가격이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는 투자자들이 적정한 가격에서, 또 비용을 적게 들여 거래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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