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여행] 책 나들이 숲 나들이… 가을이라 더 좋은 숲속도서관
산에 관한 한 서울은 축복받은 도시다.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등 큰 산뿐만 아니라 지역마다 야트막한 동산이 하나씩은 있다. 대개 근린공원으로 이용되고 있는데, 그 산자락에 자리 잡은 작은 도서관이 여럿 있다. 책도 보고 가볍게 산책도 즐길 수 있는 숲속도서관이다. 독서의 계절이자 나들이의 계절이다.
책도 읽고 산책도 할 수 있는 숲속도서관
서초구립 방배숲환경도서관은 서리풀공원에 위치한 친환경 복합문화공간이다. ‘환경과 문화로 삶을 바꾸는 도서관’이라는 테마를 내걸고 설계부터 건축까지 친환경 공법을 적용해 지었다. 도서관 내부로 들어서면 통유리창으로 뚫려 있는 원형 중정, 높은 천장과 푸른 숲을 형상화한 벽면 서가가 숲속에 들어온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친환경’을 앞세운 도서관답게 환경 관련 도서에는 파란색 라벨을 붙여놓았다. 또 '제로웨이스트'를 표방해 종이 인쇄물을 최소화하고 카페에서도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광진구의 아차산숲속도서관은 아차산 어울림정원에 있다. 뒤편으로 아차산 산책로와 연결되고, 2층 야외 책 쉼터에서 아차산의 가을 정취를 즐기며 책장을 넘겨도 좋다. 책 쉼터로 오르는 계단에는 빈백을 배치해 편안한 자세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열람석은 총 60석으로 규모가 작지만 전면이 유리창으로 설계돼 내부로 환하게 햇살이 부서진다.
성북구 월곡산에 자리한 오동숲속도서관은 목재 파쇄장을 없애고 만든 책 쉼터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나뭇결이 드러난 목조 골격으로 꾸며진 인테리어와 화분이 자연의 아늑함을 담았다. 주변은 유아숲체험원, 무장애숲길, 치유의 숲길 등 다양한 산책로를 갖춘 근린공원으로 조성돼 있다. 지그재그로 연결된 덱이나 자락길을 따라 20여 분을 걸으면 정상인 애기능터에 도착한다. 열두 살에 숨진 조선 고종의 맏아들 완왕이 묻힌 곳으로, 북측 북한산 능선에서부터 서울 동부 도심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동대문구 배봉산 자락에도 숲속도서관이 있다. 도서관에서 시작되는 배봉산 둘레길은 덱으로 연결된 무장애 숲길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고, 유모차나 휠체어를 이용해 산을 오를 수도 있다. 덱 산책로를 따라 10분 정도 걸으면 정상 해맞이광장에 닿는다. 해발 110m로 낮은 봉우리지만 동남쪽으로 망우산부터 용마산, 아차산 능선이 길게 이어지고, 발아래로는 중랑천 일대 도심 풍광이 소담스럽게 내려다보인다. 지역의 일몰 명소이기도 하다.
이외에 삼청공원의 낡고 오래된 매점을 개조한 종로구의 삼청공원숲속도서관, 윤동주 시인 100주년을 기념해 그의 시어로 이름 지은 은평구의 내를건너서숲으로도서관, 유아숲체험원과 공원 산책로로 연결된 성동구의 매봉산숲속도서관, 감로천생태공원과 인접한 금천구의 책달샘숲속작은도서관도 독서와 산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예술의 향기... 취향 저격 이색 도서관
특정 주제의 서적을 모아 놓은 도서관도 최근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종로구 평창동의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는 예술 도서관이자 미술관이다. 개인과 단체가 남긴 한국 현대미술의 발자취를 따라 기록과 자료를 수집하고, 보존 및 연구하는 시설이다. 경사진 지형에 건물을 여러 공간으로 나눠놓은 것이 특징이다. 모음동, 나눔동, 배움동은 길 하나를 두고 분리돼 있지만, ‘탈중심’이라는 건축 개념으로 안과 밖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모음동의 라운지에서는 단행본과 정기간행물, 전시도록, 아티스트북 등 다양한 예술 도서를 열람할 수 있다. 전시관은 다른 미술관에서 볼 수 없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작업 재료, 스케치, 노트, 소장품 등을 비롯해 작가의 작품 활동에 대한 전시가 열린다.
충무로의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는 아트하우스 전용 영화관이다. 기존 상영관 한 곳을 씨네라이브러리로 개조해 영화 전문 도서관을 만들었다. 원작과 시나리오를 비롯해 영화에 영감을 불어넣은 미술, 사진, 건축, 디자인 등 다양한 예술 분야의 도서 1만여 권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CGV아트하우스 헌정 기념으로 배우 전도연이 출연한 작품 시나리오가 비치돼 있다. 스마트 주문을 이용하면 영화관에서 즐길 수 있는 먹거리를 라이브러리에서도 맛볼 수도 있다. 이 도서관은 내년 8월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CGV명동점과는 다른 곳이다. 헷갈리지 않도록 방문 전 꼭 위치를 확인하길 권한다.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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