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없던 소리 내는 현대미술
한국 전통악기 해체해 작업
전자음악 작곡가 타렉 아투이(43)는 2021 광주 비엔날레 전시를 준비하던 4년 전 한국 전통음악을 만났다. 무영고, 대북, 장구, 꽹과리, 징 등 한국인에게도 낯선 전통 타악기를 말 그대로 해체해 새로운 악기로 탄생시켰다.
북을 뜯어낸 뒤 북피 대신 고무나 종이 등 다른 재료로 대체하는 식으로 기대를 배반하는 소리를 만들었다. 소리를 만드는 도구로 청각만이 아니라 촉각도 관여한다. 북 위에 전지로 움직이는 고양이 장난감을 작동시켜 소리를 만들었다. 이 불협화음들이 모여 하나의 합주를 이룬다.
레바논 출신으로 파리에서 활동하는 작가 아투이의 첫 개인전 '더 레인'이 아트선재센터 더그라운드와 스페이스1에서 개막해 내년 1월 21일까지 이어진다.
한국 전통음악과 그 철학에서 영감을 받은 악기, 음향 기기, 작곡 아이디어를 한데 섞은 '세상에 없는 악기'의 소리로 만든 전시는 비엔날레급으로 야심 차면서 동시에 난해하다. 아투이는 "소리와 사람의 관계에 주목했다. 고대 원소인 물, 불, 흙, 공기에 관심이 많고 물에 집중한 작업을 특별히 접목했다"고 설명했다.
빗방울을 연상시키듯 물장구 위로 떨어지는 물소리, 직접 작곡한 빗소리 등이 전시장에 울려 퍼진다. 무형문화재인 서인석 악기장을 비롯해 정희창 옹기장, 강지향 도예가 등 국내 예술가와도 협업했다. 1층에는 관람객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는 공간이 마련됐고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워크숍도 열린다.
같은 기간 스페이스2에서는 조각가 정지현(37)의 '행도그'가 열린다. 행도그는 등반하다 추락했을 때 잠시 쉬는 것을 뜻하는 등반 용어다. 예기치 못한 물질의 결합을 시도해온 작가는 이번에 폐기된 사물들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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