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 갑질" vs "내 청문회냐"…KBS 사장 청문회, 野 퇴장에 파행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박민 KBS(한국방송공사) 사장 후보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인사청문회가 시작한 지 1시간20분 만에 파행으로 얼룩졌다. 후보자의 자료 제출 문제 등을 놓고 여야가 거센 공방을 벌이다 결국 야당이 집단 퇴장하면서다.
과방위는 이날 오전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했다.
이날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 후보자 인사청문준비단이 자신의 실명을 거론하며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을 '근거 없는 허위 주장'이라고 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국민의힘 소속 장제원 과방위원장은 "고 의원이 박 후보자와 질의 응답하는 과정에서 후보자 답변을 들어보고 사과 여부를 판단해보겠다"고 했다.
그러자 고 의원은 박 후보자가 자료 제출도 거부해 질의할 내용이 없다며 신상 발언 기회를 달라고 요구했지만, 장 위원장은 신상 발언을 줄 수 없다며 거절했다. 고 의원은 "위원장이 하라고 하면 해야 하느냐. 위원장 갑질"이라며 "위원장이 청문위원 권리를 보호해주기는커녕 청문위원을 매도하고 있다. 위원장 자격이 없다"고 했다.
장 위원장은 "세상에 위원장 청문회를 하는 것도 처음 본다. 고 의원 입맛에 맞는 답변을 안 받아 주는 것도 위원장 탓이냐"며 "위원장 자격을 고 의원이 정하느냐. 참 어이가 없다"며 반박했다.
이를 두고 고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들은 장 위원장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집단 퇴장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민주당 의원들 비판에 나섰다. 이후 야당 간사인 조승래 민주당 의원, 민형배·윤영찬 민주당 의원이 청문회장에 돌아왔지만, 거듭 장 위원장 및 여당 의원들과 고성을 겪은 끝에 청문회는 결국 시작한 지 1시간20분 만인 오전 11시23분에 정회했다.
오후 2시부터 재개된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은 박 후보자를 향해 '낙하산 인사', '병역기피' 의혹 등 공세를 퍼부었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박 후보자가 KBS 사장에 응모한 배경과 관련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교감이 있지 않았냐며 "이 위원장이 말을 건넸지 않았느냐. 윤석열 대통령 의지에 따라 한 것을 뭘 아니라고 하느냐"고 했다.
낙하산 인사라는 주장에 대해 박 후보자는 "낙하산이라는 표현은 분야와 전혀 상관없는 분을 임명권자가 일방적으로 임명하는 경우를 말한다. 저는 언론계에서 30년간 일했고 상당한 진통을 겪어 오늘 청문회까지 왔다"고 반박했다.
허숙정 민주당 의원은 박 후보자의 병역기피 의혹을 언급했다. 허 의원은 "(후보자는) 1988년 9월 부동시와 요추간판탈출증 두 가지 사유로 재입영 판정 검사를 요청했다"며 "부동시로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같은 해인 1988년 부동시임에도 불구하고 운전면허증을 취득했다"고 말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시력이 나빠져 4급 판정을 받았다"며 "이후 4급으로 입소했다 제대로 훈련받지 못해 1차 귀가 조치됐고, 부산 육군병원에서 검사를 거쳐 귀가 조치됐다"고 했다.
박 후보자는 이날 KBS 사장에 취임하면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관한 무분별한 속보 경쟁 중단을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는 국민의힘 출신 하영제 무소속 의원이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를 위해 어떤 것을 추진해 나갈 것이냐'고 묻자 "비록 속보 경쟁에서 좀 뒤지더라도 확인되지 않은 사실은 보도하지 않고, 만약에 우리 사회가 모두 관심 있는 어젠다라면 사실이 확인된 내용과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구분해서 보도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KBS가 작년도 행정제재를 받은 게 50건인데 그중에 32건이 2개의 특정 라디오 프로에 집중돼 있다"며 "이 내용만 봐도 편향적인 방송을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헸다.
KBS 노사 관계에 대한 집중 정리도 다짐했다. 박 후보자는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KBS 위기의 상당 부분은 사분오열된 조직을 경영진이 해결하기는커녕 편향적으로 운영해 분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하자 "취임하면 (노사관계를) 집중적으로 정리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KBS 위기의 현상은 여럿이지만 본질은 하나다. 경영과 노조가 분리되지 않고 경영의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라며 "거버넌스가 교체되는 과정에서 여러 외부 요인들이 개입되고, 내부는 사분오열돼 있다"고 했다.
아울러 박 후보자는 "입사를 하면 능력과 성과에 상관없이 승진하게 된다. 실제로 1억 이상 연봉자가 50%가 넘는다"면서 "인사승진 지침을 확실히 개선해 성과를 보이지 못한 사람들은 승진하지 못하고 자동 도태되게 하면 이런 상황이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변휘 기자 hy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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