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前 이 총리 "세계여론 악화…하마스 섬멸기한 몇주뿐"

권수현 2023. 11. 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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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크 "2∼3주 안에 미국의 교전 중지 요구 수용해야 할 것"
에후드 바라크 전 이스라엘 총리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에후드 바라크 전 이스라엘 총리가 국제사회 여론 악화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섬멸할 수 있는 기간이 몇주 밖에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바라크 전 총리는 7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가지지구 공격이 계속되면서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조성된 이스라엘에 동정적인 분위기가 잦아들었다며 하마스를 격퇴할 "기회의 창이 점점 닫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인도적 차원의 교전 일시 중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미국 당국자들의 수사도 바뀌었다면서 "우리 공세와 관련해 미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지시를 내릴 수는 없지만 우리도 그들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앞으로 2∼3주, 혹은 그보다 더 빨리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라크 전 총리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전쟁내각이 목표로 내세운 '하마스 제거'까지 수개월에서 최장 1년이 걸리겠지만 미국 등 서방의 지지는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록 약화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의 교전 중지 요구를 계속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는 유럽에서 여론의 지지를 잃고 있으며 1∼2주 뒤에는 유럽 국가 정부를 잃기 시작할 것이다. 그로부터 또 1주일이 지나면 미국과의 마찰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공습에 탈출하는 가자지구 난민촌 주민들 (가자지구 신화=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부의 난민촌에서 주민들이 이스라엘 공습에 탈출하고 있다. 가자 보건부에 따르면 가자지구 측 사망자는 이날 기준 1만명을 넘어섰다. 2023.11.07 danh2023@yna.co.kr

바라크 전 총리는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에서 하마스 궤멸을 목표로 삼은 것은 옳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하마스 기습공격의 충격은 엄청났다. 역사상 전례가 없으며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은 명백했다"며 "이는 복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해도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 조직에 심각한 타격을 가할 것이며, 하마스 부활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바라크 전 총리는 하마스를 패퇴시킨 이후 가자지구를 둘러싼 정치지형을 바꾸기 위해 아랍국가가 주도하는 다국적군이 한시적으로 점령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아랍 다국적군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가자지구를) 제대로 장악할 수 있도록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현지에 머무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물론 쉽지 않은 일이라고 바라크 전 총리는 말했다.

2008년 12월∼2009년 1월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3주간 전쟁을 벌였을 때 국방장관이던 그는 아랍국가의 가자지구 개입 방안을 논의했으나 호스니 무바라크 당시 이집트 대통령은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고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도 가자지구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바라크 전 총리는 "15년 전에는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없었기에 불가능했지만 그 이후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며 아랍 다국적군의 가자지구 점령이 가능성 있는 방안이라고 봤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이집트·요르단과 대(對)테러 협력을 강화했고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과는 관계를 정상화했는데 아랍국가들 역시 이런 변화를 되돌리기를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폐허 된 건물 위에 앉아 있는 가자지구 주민 (자발리아[가자지구] A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이 계속되는 가운데 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자발리아 난민촌에서 한 주민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폐허 된 건물 잔해 위에 앉아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31일 이후 사흘 연속으로 자발리아 난민촌을 공습했다. 2023.11.03 ddy04002@yna.co.kr

바라크 전 총리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는 이번 전쟁의 최종 단계는 '두 국가 해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을 독립 국가로 인정해 이스라엘과 공존하게 한다는 구상인 두 국가 해법을 옹호해왔다.

바라크 전 총리는 "나는 이스라엘이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도 객관적 시각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두 국가 해법이야말로 올바른 답"이라며 "이는 팔레스타인을 위한 정의 때문이 아니다. 우리는 안보와 미래, 정체성 보호를 위해 팔레스타인에서 손을 떼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노동당 소속인 바라크 전 총리는 1999년 총리 선거에서 당시 총리이던 네타냐후에 압승을 거둬 그해 7월부터 2001년 3월까지 총리직을 수행했다. 2007∼2013년에는 국방부 장관을 지냈다.

특공대 출신 정통 군인인 그는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등에 참전했으며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검은 9월단' 간부 암살을 지휘하고 1976년 피랍 항공기 승객 전원을 우간다 엔테베 공항에서 구출한 '엔테베 작전'을 계획했다. 1991∼1995년에는 육군참모총장을 역임했다.

하지만 정치인으로서는 이·팔 문제를 무력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며 평화노선을 추구했다. 총리 재임 시 남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군을 철수시키고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평화 협상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결실을 보지는 못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평화안 논의한 2000년 캠프 데이비드 협상 2000년 7월 11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사진 왼쪽)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오른쪽)이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가운데)와 걸으며 대화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자료사진]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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