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전엔 ‘대사직의 시대’라더니···美 기업들 이젠 “퇴사 안해서 골치”

문가영 기자(moon31@mk.co.kr) 2023. 11. 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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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시장 냉각에 자발적 퇴사 줄어
잘나가던 유통·금융도 ‘해고 바람’
씨티그룹, 임직원 10% 감축 검토
글로벌 4대 회계법인도 수백명씩
채용공고 붙인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사진 출처=EPA 연합뉴스>
미국 고용시장이 냉각되면서 자발적 퇴사자 비율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환경에서도 가계 소비를 지탱해온 고용 강세가 잦아들면서 굳건한 미국 경제에도 노란불이 켜졌다는 지적이다.

미 고용부에 따르면 9월 미국 총 퇴사율(비농업 종사자 중 자발적 퇴사자 비율)은 세 달 연속 2.3%를 기록했다.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20년 1월과 같은 수준이다.

봉쇄(락다운) 조치 해제에 따른 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잦아들면서 구인 열기가 식은 것이 원인이 됐다.

앞서 구인난에 따라 이직이 활발해지면서 지난해 4월에는 총 퇴사율이 사상 최고치인 3%까지 치솟은 바 있다. 당시 기업들은 새 직원을 고용하기 위해 임금을 활발히 인상했고, 미국 국민들이 더 좋은 조건의 직장을 구하기 위해 기존 직장을 그만두면서 ‘대사직의 시대(Great Resignation)’라는 말까지 나왔으나 이는 이미 과거 이야기가 됐다.

구인 경쟁이 줄면서 기업들의 임금 인상 의지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컨설팅펌 머서(Mercer)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은 2024년 노조원이 아닌 직원에 대한 급여용 예산을 올해보다 3.9% 늘릴 예정이다. 이는 올해 설문 결과인 4.1% 대비 소폭 줄어든 수치다.

미국의 실업률은 여전히 역사적 저점에 가깝지만 최근 들어 고용 둔화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10월 실업률은 3.9%로 전월(3.8%) 대비 소폭 상승했다. 일자리(비농업) 증가 건수도 15만건에 그쳐 전월(33만6000건) 대비 반토막났다.

테크 업계에서 불던 해고 바람이 유통, 금융 등 다른 부문으로 번지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미국 재취업 알선업체인 ‘챌린저, 게리&크리스마스(Challenger, Gary & Christmas)’에 따르면 지난달 유통업계에서 7만2182명이 직장을 잃은 것으로 나타나 전년 동월(2만191명) 대비 해고자가 3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2020년 10월(17만9520명) 이후 월별 최고 수준이다. 산업별로는 테크 분야의 해고자가 15만8513명으로 가장 많았고 유통업계가 그 뒤를 이었다.

한편 미국 4대 금융기관 중 하나인 씨티그룹이 최소 10% 인원 감축을 추진 중이라고 6일(현지시간) CNBC 등 미 언론이 보도했다. 전체 임직원 24만명 중 최소 2만4000명이 정리해고되는 셈이다. 앞서 지난 5일에는 미국 대형 자산운용사인 찰스 슈왑이 전체 직원 3만5900명 중 5~6%에 해당하는 2000명을 정리해고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대사직의 시대’를 정통으로 겪으며 인재 영입에 어려움을 겪었던 글로버 4대 회계법인도 올해는 구조조정에 나선다. 7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PWC와 딜로이트는 추후 각각 600명, 800명 규모를 감원할 계획이며 어니스트앤영(EY)과 KPMG도 인원감축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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