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자 사귀는 법’ 찾아본다…K드라마 빠진 프랑스 여성들

정채빈 기자 2023. 11. 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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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장면/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

프랑스에서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현지 여성들이 드라마 속 세심하고 다정한 남성 캐릭터들에 매료됐다고 프랑스 유력 일간지가 보도했다. 일부 팬들은 실제 한국 남성을 만나고 싶어 하지만, 문화 차이 등으로 관계 발전에 어려움을 겪는 등 드라마와 현실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프랑스 르몽드는 5일(현지 시각) “세련되고 로맨틱한 캐릭터를 통해 K드라마의 젊은 배우들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류의 최고 홍보대사가 됐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드라마 속 남성 캐릭터들을 “반짝이는 머리카락 몇 가닥이 그의 크고 검은 눈 위로 무심히 떨어진다. 태도는 신중하며 피부는 매끈하고, 완벽하게 재단된 정장에 몸매는 호리호리하다. 그는 사랑을 좇진 않지만 곧 새로운 감정이 피어나는 것에 놀랄지도 모른다”고 소개했다. 화면 속 이상적인 남성 캐릭터로 배우 이종석, 이민호, 김수현, 서인국 등을 꼽기도 했다.

한국 드라마 속 남성 캐릭터들이 미국 블록버스터 속 강인하고 섹시한 남성상과 달리 새로운 남성상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으로 이주해 현재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사진 모델로 활동 중인 샤를린 가콩(24)은 드라마 ‘화랑’과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 등을 시청하고 “다정하고 자기 자신을 관리하는 세심한 한국 남성의 이미지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남자와 사귀어본 적은 없지만 제가 아는 프랑스 남자들은 마초적이고 자기 자신에게 무관심하고 깨끗하지도 않아 보였다”며 “(한국 드라마 속에서는) 남성들이 피부 관리를 한다. 아침에 파운데이션을 바르는 게 이상하지 않다”고 했다.

‘왜 한국인가’라는 책을 쓴 한국 전문 작가이자 컨설턴트인 오펠리 쉬르쿠프는 시대와 시리즈에 따라 남자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달라진다고 봤다. 그는 “2000년대에는 트라우마로 인해 겉으로는 차가워 보이지만 차츰 ‘마시멜로’ 같은 마음을 드러내는 남성이 기준이었다면, 최근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처럼 파트너에게 키스해도 괜찮은지 허락을 구하고 다름을 받아들이는 등 더욱 진보적인 남성 캐릭터가 등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 드라마에서는 성적인 장면이 거의 나오지 않고, 감정이 깨어나는 여러 단계를 조심스럽고 에로틱한 방식으로 탐구하는 데 시간을 들인다”고 했다.

◇”드라마는 허상, 문화 차이 때문에 韓남성과 관계 맺는 것 어려워”

이같은 인기에 소셜미디어 틱톡에는 ‘한국 남자친구를 사귀는 법’이라는 주제로 프랑스어와 영어로 된 영상이 수십 개 올라와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드라마 속 캐릭터에 푹 빠진 일부 팬들은 ‘이론’을 ‘실행’으로 옮긴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에 사는 프랑스계 한국인 김지수(31) 씨는 프랑스에서 고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한국 드라마 속 캐릭터와 비슷한 남자를 찾던 여학생들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고 했다. 유튜브 채널 ‘코리아 대시’를 통해 프랑스어로 한국 문화와 역사를 소개하고 있는 그는 “’어떻게 하면 한국 남자를 찾을 수 있냐’고 묻는 구독자들이 있는데, 저는 그런 생각은 좀 위험하다고 말해준다”며 “그건 허상이고, 모든 한국 남자가 드라마 속 남자들과 같진 않다”고 했다.

많은 서양 여성들이 여행이나 유학, 취업을 위해 한국에 오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지만, 관계를 맺기가 쉽지는 않다고 매체는 전했다. 연구원 실비 옥토브르는 “가부장적이고 가족주의적인 구조가 여전히 한국 사회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한국 남성과 관계를 맺는 건 매우 어렵고 실제 다문화 커플도 소수”라고 했다.

현재 한국인 남자 친구와 약혼 상태라는 가콩 또한 “한국인과 사귀는 프랑스 친구들이 꽤 많지만, 이들 중 오래 지속된 커플은 없다”며 “장기적인 관계를 맺으려면 문화를 이해하고 가족과의 식사에 참여하는 등 전체적인 적응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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