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1% 국가 재정 쓰면 국민연금 재정 균형 기회 열린다”
국민연금 제도에서 더 우선해야 할 문제는 지속 가능한 재정안정일까, 실질적인 노후소득보장일까.
연금연구회가 7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연 ‘국민연금 다함께 살리기’ 세미나에서는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재정안정론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국민연금 재정 안정을 위해 급격한 보험료율 인상이 어렵다면 당장 정부의 재정을 직접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고 소득대체율 인상은 미래 세대의 부채를 늘리고 소득계층 간 격차를 더 벌리는 효과가 있어 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평가했다. 앞서 복지부 산하 전문가위원회인 재정계산위는 현재 9%인 보험료율을 각각 12%, 15%, 18%로 올리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는데 정부안에는 구체적인 인상 수치가 제시되지 않았다. 김태일 교수는 재정 안정화 목표를 충족하려면 보험료율을 적어도 15%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18%까지 인상은 수용성이 낮다고 봤다.
정부는 자동안정화장치와 확정기여방식(DC)도 재정안정화 방식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모두 ‘낸 만큼 받게 하자’는 취지다. 이에 대해 김태일 교수는 현행처럼 연금 수급액이 적은 상태에서는 자동안정화 장치 도입이 쉽지 않고, 확정기여방식으로 전환도 보험료율과 기금운용 수익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야 도입이 가능하다고 봤다.
김태일 교수는 15% 이상의 급격한 보험료율 인상이 어렵다면 부족분을 일반 재정 투입으로 보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안은 크레딧이나 저소득층 보험료에 대한 국고 지원 확대를 제외한 재정의 직접 투입은 포함하지 않았다. 김태일 교수는 일반 재정을 투입하려면 기금 고갈 후가 아닌 지금 바로 투입해야 한다고 했다. 또 가입기간 등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사회보장세 등 조세를 걷어 재원을 충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인 김우창 카이스트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이날 ‘3-1-1.5’ 개혁안을 들어 재정 투입의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보험료는 지금보다 3%포인트 올린 12%로 인상하고, 정부 재정은 GDP 대비 1%를 투입하고, 기금운용수익률은 기본가정인 4.5%보다 1.5%포인트 올린 연평균 6%로 맞추면 GDP 120% 수준에서 연금 기금을 항구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우창 교수는 “2030년이 되면 연금 보험료보다 (지급해야 할) 급여가 더 많아진다”며 “이 ‘3-1-1.5’라는 옵션은 이번이 정말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반면 박명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재정 씀씀이와 각종 제도 아래 매년 GDP 1%를 추가로 지출하면 국가채무 비율을 더 빠르게 높여 국가부도의 영역으로 이끌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전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연금의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결정하는 소득대체율에 대해선 현재 수준(올해 42.5%, 2028년 40%)에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일 교수는 한국의 연금 급여액이 낮은 이유는 평균 가입기간이 유럽국가의 절반에 불과하고 소득계층과 성별 간 가입기간 격차가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즉 급여액을 높이려면 가입기간을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소득대체율 자체를 올리면 고소득층의 급여가 더 오르는 역진성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김태일 교수에 따르면 소득대체율을 현 40%에서 50%로 높일 때 소득 상위 20%의 급여액은 월 25만원 상승하는 데 비해 차하위 20%의 급여액은 7만원 인상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대체율을 더 인상하면 미래 세대에 큰 부담이 된다는 분석 추계도 나왔다. 전영준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할 시 2050년의 암묵적 부채를 7770조원으로 추계했다. 또 미래세대의 순조세 부담은 현 제도와 비교했을 때 생애소득의 7.0~9.1%가 증가할 것이라고 봤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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