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협회장 강제 키스 피해자 에르모소 “사건 이후 협박 시달려…내가 선택하지 않은 일로 고통받아”
루이스 루비알레스 전 스페인축구협회장으로부터 강제 키스를 당했던 스페인 여자축구 선수 헤니페르 에르모소가 사건 이후 협박에 시달렸다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에르모소는 7일 공개된 현지매체 GQ스페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8월 20일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우승 트로피 시상식에서 사건이 벌어진 이후 여러 차례 협박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당시 루비알레스 회장은 시상식에서 자국 대표팀 선수 에르모소의 얼굴을 붙잡고 키스했다. 에르모소는 키스는 합의에 따른 것이 아니고, 그 과정에서 루비알레스가 자신의 가랑이도 움켜쥐었다면서 성폭력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스페인 검찰은 예비 수사에 착수했고, 국제축구연맹(FIFA)은 루비알레스에게 3년 자격 정지 징계를 내렸다.
그간 에르모소를 향한 비난과 회유, 협박은 끊이지 않았다. 스페인축구협회는 에르모소가 거짓말을 한다며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위협했다. 가해자인 루비알레스가 에르모소에게 직접 사과 영상에 출연해달라고 회유한 적도 있다. 에르모소의 행동이 과하다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에르모소는 GQ스페인에 “내가 의도하지도 않았고, 선택하거나 계획하지도 않은 행동의 결과를 감수해야 했다. 협박을 받기도 했는데,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다”고 말했다.
다만 지속적인 심리 상담, 그를 지지하는 응원의 목소리 덕분에 고통스러운 시간을 버틸 수 있다고 밝혔다. 에르모소는 지난 9월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되었는데, 몬세라토 토메 신임 대표팀 감독은 에르모소를 보호하려는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에르모소는 지난달 27일 열린 이탈리아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네이션스리그 조별리그 원정 경기에서 복귀해 득점포를 가동하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에르모소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스페인을 정상에 올려놓고 싶었던 사람, 무엇보다도 많은 사고방식을 바꾸려고 노력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답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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