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지역인재’ 늘려도 미달되고 지방 떠나는데···실효성 있을까

김나연 기자 2023. 11. 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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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연합뉴스

최근 한국사회의 핵심 문제로 떠오른 ‘지역사회 의료공백’을 해결할 방안 중 하나로 ‘지역인재전형’이 주목받고 있다. 이른바 ‘지역인재’가 해당 지방 의대에 상대적으로 쉽게 입학할 수 있도록 하고 졸업 후에 지역에 완전히 정착하는 ‘선순환’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나 ‘수도권 쏠림’이 극심한 상황에서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늘리면 되레 의대 정원 공백만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인재전형은 2016학년도부터 시행됐다. 지방 의대는 신입생의 30%(강원·제주 15%)를 지역인재로 뽑도록 권고받았고 2023학년도부터는 40%(강원·제주 20%) 이상 의무 선발하도록 제도가 강화됐다. ‘해당 대학 소재 고교 전 교육과정 이수·졸업자’가 지역인재전형 지원 자격이다.

지역 인재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여전하다. 지난해 의대 중도탈락자 179명 중 77.7%(139명)는 지방 의대 학생이었다. 교육 전문가들은 ‘수도권 의대로 재도전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본다.

지방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취업은 수도권에 하는 사례도 많다.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전국 의대 졸업생의 57.7%가 수도권에 취업했다. 이 기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소재 의대 졸업생이 31.8%인 점을 고려하면 지방 의대 출신 상당수가 수도권으로 몰린 것이다.

정부와 의대들은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확대해 지방에 머무는 학생들을 더 유인하려 하고 있다. 정부는 교육발전특구를 추진하면서 특구 내 학교에서는 의대 등 주요 인기 학과의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자율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부 지방 의대들은 지역 의료를 발전시키기 위해 정해진 선발 비율을 초과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지역인재 선발 비율이 증가한다고 모든 학교가 이를 다 채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연세대 (원주·14.6%), 가톨릭관동대(13.8%), 울산대(25%) 등 5개 지방 의대가 정해진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지키지 못했다. 2028학년도부터는 지역인재전형 자격 요건에 ‘비수도권 중학교 전 교육과정 이수·졸업자’가 추가된다.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중학교까지 지역에서 나와야 지원 자격이 생기기에 해당 전형에 지원 가능한 학생이 줄어들 수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7일 기자와 통화하며 “입시 제도가 계속 변화하는 상황에서 지방 의대에 지원하겠다는 이유만으로 중학생 때부터 지방에 내려갈 학생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의대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로스쿨은 지역인재를 할당된 만큼 뽑지 못해 이를 조정하기도 했다. 지방 로스쿨은 2022학년도까지 지역인재를 20%(강원·제주 10%) 선발하도록 했으나, 11곳 중 5곳이 이 비율을 채우지 못했고 2023학년도부터 15%(강원 10%·제주 5%)로 하향 조정됐다. 임 대표는 “로스쿨뿐 아니라 자사고도 지역인재전형의 경쟁률은 거의 미달 수준”이라며 “특정 집단에 지나치게 문호를 닫아두면 경쟁력 있는 곳은 더 경쟁이 치열해지고, 지방에서는 수시에서조차 정원을 못 채우는 학교들이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인재 선발 확대’가 인재의 지방 정주로 이어지려면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장학금을 늘리고, 지역인재 할당을 채우지 못한 학교에 페널티를 주는 등 대학 차원의 노력도 해야 한다”며 “특히 역차별 논란이 나올 수 있는데, 이에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지역인재 전형이 다시 흐지부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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