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환자인가’…의사 인요한 vs 정치선배 이준석

이유섭 기자(leeyusup@mk.co.kr) 2023. 11. 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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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진짜 환자는 서울에 있다”
인요한 “나는 의사, 환자도 모를까”
김종인 “환자는 바로 국민의힘”
왼쪽부터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인요한 혁신위원장,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내가 환자인가. 진짜 환자는 서울에 있다. 가서 그와 이야기하라. 그는 도움이 필요하다” (A씨)

“의사는 나다. 설마 내가 누가 환자인지도 모르겠나” (B씨)

“진짜 환자를 외면하고 엉뚱한 사람에게 약을 먹일 생각 그만하라” (A씨)

B씨는 다른 장소에서 C씨와 대화를 나눈다. C씨는 얼마 전에 A씨와도 만남을 가진 바 있다. 다만 이번에도 주제는 ‘환자와 투약’이다.

“당신이 의사 맞고, 처방도 참 잘했다. 그런데 환자가 그 약을 안 먹으면 어떡할 건가” (C씨)

“그건 약이 너무 쓰다 보니 삼키기 어려워서 그러는 것뿐이다. 약 좀 먹으라고 설득하겠다” (B씨)

한국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나 미국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에 나오는 대사가 아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마약과는 더더욱 무관하다.

위의 대화는 정치권, 그것도 여권 내 주요 인사들끼리 주고받은 말들을 재구성한 것이다.

A씨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B씨는 인요한 혁신위원장, C씨는 7일 새롭게 ‘환자와 투약’ 논쟁에 합류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다.

시작은 인요한 위원장이었다. 지난달 26일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으로 온 그는 각오를 밝히는 자리에서 “저는 원래 병원 의사다. 국민의힘이 먹어야 할 쓴 약을 짓겠다”고 밝혔다.

이후 첫 번째 혁신안으로 ‘통합’을 내놓은 인요한 위원장은 외부에서 ‘신당 창당’ 가능성을 시사한 이준석 전 대표를 계속 당내로 데려오려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갑작스레 혁신안을 약에, 혁신안 수용을 약을 먹는 것에 비유한 대화가 시작된 것이다.

사실 이 전 대표는 인 위원장에 호감을 갖고 있었다. 지난달 25일 본인 페이스북에서는 “인 위원장이 초기에 5.18 참배 문제를 거론한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며 “혁신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더욱 더 적극적인 확장성을 보여야 한다. 5.18 참배에 그치지 말고 잼버리에 대한 보복성 예산 삭감 등 지적해 낼 부분을 추가로 지적해서 다시 옳은 방향으로 물꼬를 트기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둘은 ‘누가 환자인가’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 전 대표는 대통령실과 윤석열 대통령이 환자임을 내비치고 있고, 인 위원장은 혁신안을 내놓으면서 ‘친윤석열계·중진·당 지도부’를 환자로 지목했다. 어쩌면 이 전 대표도 인 위원장이 생각하는 환자 리스트에 포함됐을 수 있다.

그렇다면 불과 며칠 사이 가격을 두고 이 전 대표와 인 위원장 모두를 만난 김종인 위원장의 판단은 무엇이었을까.

“환자가 누구긴요. 국민의힘이 환자지. 다만 지금까지의 처방은 약효가 잘 안 나오는 것 같네요”

법조계에 따르면 잘못된 약 처방은 형사 처분 대상이 될 수 있고 그에 따른 손해배상의 책임도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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