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는 지금 이것과 전쟁 중… 적응 못하면 낙오된다, 방학 숙제가 떨어졌다
[스포티비뉴스=오키나와(인천), 김태우 기자] KIA의 2023년 오키나와 마무리캠프는 비교적 익숙한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다. 기량 향상이 필요한 선수들 위주로 명단을 짠 만큼 훈련량이 많은 건 예년 마무리캠프와 다르지 않다. 김종국 감독은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면면도 비슷하다. 게다가 킨 구장은 KIA가 오랜 기간 전지훈련 장소로 쓴 곳이다. 눈을 감고 다녀도 동선이 발에 밟힐 정도다.
그런데 불펜 피칭장에 변화가 생겼다. 단순히 장비 하나가 추가됐을 뿐인데, 모든 공기가 달라졌다. 바로 2024년 도입을 앞둔 피치클락에 대비한 초시계다. 초시계는 투수를 바라보며 15초, 혹은 20초를 재고 있었다. 투수들은 이제 포수만이 아닌, 이 시계도 신경을 쓰며 공을 던져야 했다. 내년부터 당장 도입될 제도인 만큼 빠른 적응이 필요하다는 건 모두가 공감하고 있었다. 투수, 포수, 그리고 코칭스태프까지 모두 의식하는 게 눈으로 보일 정도였다.
KBO는 지난 10월 18일 2023년도 제4차 이사회를 열고 그간 실무진에서 심도 있게 논의를 지속했던 자동 볼 판정 시스템(Automatic Ball-Strike System, 이하 ABS)과 피치클락 제도를 도입하기로 의결했다. 피치클락은 현재 전 세계 야구계의 과제인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고안된 제도다. 마이너리그 실험을 거쳐 2023년부터는 메이저리그 전 경기에 도입됐다.
KBO리그는 아직 구체적인 시행령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다만 메이저리그를 기준으로 할 때,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때는 포수로부터 공을 받은 시점부터 15초 이내에, 주자가 있을 때는 20초 이내에 공을 던져야 한다. 타자도 8초 안에 타격 준비를 마쳐야 한다. 견제는 두 번으로 제한된다. 이를 위반할 때는 투수에게는 경고 없이 볼이, 타자에게는 스트라이크가 주어진다. 이 위반 하나에 자동 볼넷, 혹은 자동 삼진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도입 초기에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위반 사례가 한 경기에도 1~2건, 많으면 3건 이상이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 투수들이 이를 위반하지 않기 위해 시간이 지나기 전 억지로 공을 던지는 장면도 속출했다. 그런데 효과는 확실했다. 올해 메이저리그 경기 시간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2021년은 3시간 11분, 2022년은 3시간 6분이었는데 올해 2시간 42분으로 20분 이상 줄어든 것이다. 2000년 이후 가장 짧았다. 극적인 단축이었다.
하지만 투수와 타자가 지금까지 했던 루틴을 모두 깨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벌이 긴 선수, 타격 준비 시간이 긴 타자가 특히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체력 소모도 심할 것이라는 게 선수들의 생각이다. 특히 주자가 있을 때 이 20초가 굉장히 무겁게 느껴질 것이라는 게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김종국 KIA 감독은 “와인드업(15초)은 그렇게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15초보다 1~2초 정도 더 줄여도 괜찮다”면서도 “주자가 있을 때는 20초가 짧게 느껴진다. 기본적으로 주자가 있을 때는 사인이 많아진다. ‘가짜 사인’을 섞어야 하기 때문에 배터리도 사인이 길어지고, 수비들 사이에 사인도 있어야 하고, 견제 사인도 있어야 한다. 타자들도 작전과 관련된 사인을 받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그 상황을 설명했다.
이 경우 타자는 말 그대로 사인을 보자마자 타격 준비에 들어가야 8초 룰을 위반하지 않는다. KBO리그는 피치콤이 도입되기 전이라 배터리 사이에 사인 교환이 빨라야 하고, 수비수들도 남는 시간 없이 20초를 빨리 활용해야 한다. 수비 시프트라도 걸렸을 때는 더 바빠진다.
정재훈 KIA 투수 코치는 “영향이 많을 것이다. 미국도 그랬다”면서 “이제 투수는 타자의 준비 상태에 맞춰서는 안 된다. 예전에는 타자들이 사인 다 보고 타석에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줬다가 거기에 맞춰서 투구를 준비했다. 이제는 그러면 안 된다. 생각이 바뀌고 변화를 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다. 투수뿐만 아니라 포수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배터리 코치들도 힘들 것이다. 현재 정확한 시행안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일단 템포가 빨라져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예상했다.
KIA는 이 문제에 대해 투수와 배터리 파트가 같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마무리캠프 기간 내내 초시계로 선수들의 템포 업을 꾀할 계획이다. 11일부터는 시뮬레이션 게임에 들어가는데 아예 피치클락을 상정한 환경을 만들기로 했다. 불펜 피칭을 할 때는 주자 상황을 가정하지 않기 때문에 와인드업이나 셋포지션이나 남는 시간이 있다. 하지만 막상 실전에 들어가고 주자가 있으면 이게 또 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코치들이 아무리 말해봐야 선수들이 직접 느끼는 것만 못하다.
현재 KIA 투수들은 슬라이드 스텝 개선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견제가 제한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주자를 묶어두려면 포수의 능력은 물론 투수 본연의 능력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마무리캠프에 온 선수는 이 제도를 미리 느껴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하나의 수확을 얻고 돌아갈 수 있다.
타자들도 준비 시간을 줄이라고 주문할 참이다. 김 감독은 “우리 팀에도 타격 준비 시간이 긴 선수가 있다”고 했다. 이를 미리 고쳐놓지 못하면 정작 시즌에 들어가 위반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 주자 움직임에 대해서도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 김 감독은 기본적인 2루 도루 시도는 물론, 3루 도루 시도도 예년에 비해 크게 늘어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공‧수에 걸쳐 최대한 빠른 시간에 모든 사인을 마무리하는 효율적인 방법도 고안하고 있다. 10개 구단 모두가 마찬가지겠지만, KIA도 새 제도 도입을 앞두고 전쟁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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