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만한 과일을 먹는 미래는 천국일까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3. 11. 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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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파운드리 서울
신진 장종완·한지형 개인전
장종완 ‘골디락스 존’ [파운드리 서울]
예술가의 상상력은 경계가 없다. 수박만한 과일이 나는 미래와 동물의 얼굴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는 미래. 젊은 작가의 상상력이 빚어낸 미래로 초대하는 전시가 열린다.

이태원 파운드리 서울에서 10일부터 12월 23일까지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구현한 두 신진 작가 장종완(40)·한지형(29)의 개인전이 나란히 열린다.

장종완의 ‘골디락스 존’은 영국 동화에서 따론 적당한 온도의 수프를 뜻하는 골디락스(Goldilocks)에서 제목을 따왔다.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항상 주변의 구역’이란 뜻의 천문학 용어로도 사용되는 이 주제를 통해 작가는 농업이 극단적으로 발전한 미래의 풍경을 28점 회화에 담았다.

지하 1층을 채운 대작에는 서양란(蘭) 모양 머리의 사람, 산맥처럼 거대하게 기하학적으로 뻗은 농장, 개량돼 수박만큼 큰 포도와 베리 등의 과일, 심지어 스위스의 만년설과 베트남의 계단식 논, 한국식 축사가 혼재한다.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으로 변형된 외계의 ‘유토피아’를 형상화 한 것이다.

미래의 농업을 그린 장종완의 전시 전경. [파운드리 서울]
동물과 인물의 기괴한 표정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이질감과 불안감의 진폭은 지하 2층에서 증폭된다. 야간 적외선 조준경을 거친 듯한 붉은 색감으로 ‘어린 왕자’ 속 삽화를 변주했다. 기이하게 자란 거대한 바오밥나무와 어린 왕자 대신 경계심이 강해 고개를 든 미어캣으로 대신한 그림들을 걸었다.

장종완은 “풍경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 관심을 우주로 옮겼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환상적 이미지 영향도 있다. 지구적 재난 속에서 우주는 환상의 공간이 아니라 미래세대가 이주할 곳이라 생각했다. 우주의 미래에서는 목가적이 농업적 풍경이 펼쳐지지 않을까 상상했다”라고 설명했다.

10월 아트바젤 파리에서 하이아트 갤러리를 통해 출품되기도 한 한지형의 ‘Them SO Good’은 9점의 신작 회화와 설치를 선보인다. 하위 문화인 Furry(의인화 된 동물을 다루는 서브컬처)를 소재로 미래 사회를 그려냈다. 초상화는 동물인지 사람인지도 구별하기 힘든 의도적으로 흐르게(Blur) 이미지다.

전시장은 취향에 따라 Furry의 구매가 가능한 가상의 가게인 ‘My G’로 꾸며졌다. 초상화와 함께 각 캐릭터의 연대기를 이미지로 담아낸 USB를 함께 비치해 취향에 따라 구매가 가능하도록 구현했다. 작가는 “타인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진실한 자아를 탐구할 수 있는 미래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공간을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한지형의 ‘Them SO Good’ 전시 전경 [파운드리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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