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 아랍 전통복 차림 남성들… 알고 보니 같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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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전통의상 차림으로 얼굴을 대부분 가린 남성 수십 명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수균 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아랍 전통 의상을 입은 남성들을 '모노크롬'(단색화)과 같이 표현한 것과 바람 소리 등은 전쟁, 내전 등의 과정에서 고향을 떠나온 난민의 상실감의 정서를 담고 있다"며 "분쟁 상황에 대한 문제 제기이자 정치권력을 비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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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미술교육 받지 않은 요르단 망명·난민 현대미술
아랍 전통의상 차림으로 얼굴을 대부분 가린 남성 수십 명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온통 붉은색이다. 현실인지 가상인지 헛갈린다. 이들은 누구이며,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에서 지난달 26일부터 열리고 있는 ‘나의 빨강 너의 파랑 - 경계를 넘어’에 내걸린 이라크 태생 작가 무함마드 알 샤마리(61)의 사진작품 ‘Majority of One (Red)’이다.
작품 속 인물은 각기 다른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 동일인이다. 무슬림 의상으로 얼굴을 가린 작가가 자신의 사진을 찍은 뒤 이미지를 중첩한 것이다. 각자 자신의 잣대로만 아랍을 바라보는 서구의 편견을 풍자한 작품으로 풀이된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이 한창인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요르단은 입헌군주제 형태지만 국왕이 실권을 쥐고 있다. 그러나 국토의 80%가 사막인 비산유국으로, 예로부터 ‘실크로드’를 통한 통상·무역을 펼쳐온 친서방 국가다. 이 때문에 시리아, 이라크, 팔레스타인 등 접경국가에서 넘어온 난민들이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이들은 고국에서 누리지 못했던 표현의 자유를 요르단에서 만끽하며 예술활동을 하고 있다.
이 작품들은 정치적 메시지도 담고 있다. 무함마드는 ‘digital revolution(디지털혁명)’이란 미디어아트에서 화면을 흰색 아랍 전통복장을 입은 남성들로 꽉 채웠다. 일렁이듯 이리저리 움직이는 남성들의 모습과 바람 소리는 정치·종교 분쟁으로 흔들리는 중동국가의 민초, 작가 자신을 상징하는 듯하다.
이수균 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아랍 전통 의상을 입은 남성들을 ‘모노크롬’(단색화)과 같이 표현한 것과 바람 소리 등은 전쟁, 내전 등의 과정에서 고향을 떠나온 난민의 상실감의 정서를 담고 있다”며 “분쟁 상황에 대한 문제 제기이자 정치권력을 비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요르단에서 개최된 한국-요르단 수교 60주년 기념 미술전의 화답 형식이다. 무함마드 등 요르단 작가 12명, 김기라 등 한국 작가 8명이 참여해 회화, 영상, 도예, 설치, 사진, 판화 등 100여 점의 현대미술 작품을 내놨다. 요르단 측 작가 가운데서는 주변 국가에서 넘어온 난민 출신이 상당수인데,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이들도 많다.
소수 민족인 쿠르드족 출신 히마트 알리(63)는 검푸르고, 붉은색을 넣은 원형의 추상 이미지에 노벨문학상 단골후보로 꼽히는 시리아의 시인 아도니스(93)의 시구를 넣어 그린 회화 ‘In the Forest of Love’를 선보였다. 분쟁으로 잃어버린 고향을 향한 그리움 등 작가의 내면세계를 표현한 작품으로 해석된다. 전시는 30일까지.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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