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울의 봄'은 무엇을 말하려는가?[서병기 연예톡톡]

2023. 11. 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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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다.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된 1979년 10. 26 사건으로부터 채 2달이 되기 전에 12. 12 사태가 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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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해 몰입감 선사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오는 22일 개봉하는 영화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리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된 1979년 10. 26 사건으로부터 채 2달이 되기 전에 12. 12 사태가 발발한다. 당시 용산구 이태원이나 한남동 등 용산과 중구 일대에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총격 소리가 나면서 놀랐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후에는 권력 공백으로 인해 불안하기도 했지만, 독재 정권의 종식으로 대한민국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12.12 사태란 전두환 당시 10.26 사건 합동수사본부장 겸 보안사령관이 수사를 명분으로 육군참모총장이자 계엄사령관인 정승화를 연행한 사건이지만, 실은 전두환·노태우 등이 이끌던 군부 내 사조직인 '하나회' 중심의 신군부가 일으킨 군사반란이다.

전두환은 박정희 정권 하에서는 하나회를 쉽게 끌고올 수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군부 패거리 조직인 하나회를 진급 등에서 우대해주었다. 진급이 잘되는 좋은 보직이나 정치적인 자리는 서로 바통 타치를 해주며 군부 요직을 하나회에서 독차지할 수 있었다. 군부 사조직인 하나회의 가입 선서문을 보면, 조폭의 그것과 비슷한 조항도 있다. 하나회의 디테일한 부분은 주로 박정희 정권 하에서 최장수 대통령 경호실장을 역임했던 박종규가 챙겨주었다.

10. 26으로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하고, 하나회도 위기의식을 느꼈을 것이다. (보안사령관인 전두환은 당시 동해를 지키는 동경사인 22사단장으로 전보 조치된다는 소문도 있었다.)

전두환은 이를 계기로 하나회를 결속시키고, 변방으로 가지 않고 중앙에서 권력을 계속 잡고 싶었을 것이다.(군인은 변방에 있어야 빛이 나는 직업인데, 야전에 나가기 싫어하는 정치군인들이 권력을 잡는 건 문제가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인사권을 쥐고 있던 정승화 육참총장과 비하나회 몇몇 장군들의 존재는 이를 방해했을 터.

전두환 합수부장은 10.26 당시 정승화 육참총장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궁정동 만찬장 근처에 와있었다는 등의 이유로 의심을 하며 수사할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허삼수 보안사 인사처장 등에게 정승화 연행을 지시했다. 정승화 육참총장이 연행에 불응하자, 체포조들이 참모총장 공관 경비원들에게 총격을 가해 정 총장을 보안사 서빙고 분실로 연행했다. 이 과정에서 사망자와 부상자가 나왔다. 신군부측은 하나회의 설득작전을 거절한 정병주 특전사령관도 체포했다. 이때, 정병주 장군 비서실장인 김오랑 소령은 총을 맞고 죽었다.

영화는 치열했던 그날의 일촉즉발의 대립 상황을 극적으로 묘사,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해 깊은 여운과 몰입감을 전할 예정이다. 제작진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두고 첨예한 대립을 펼치는 인물들의 모습은 폭발적인 긴장감과 깊이감을 선사할 것이라고 한다.

역사물이 실제인물명을 쓰면 소송 등의 위험이 있어, '서울의 봄'은 다른 이름을 사용하기도 하고, 본의 아니게 싱크로율을 낮추기도 한다.

황정민은 보안사령관 '전두광'으로 분해, 그를 따르는 부하들과 함께 쿠데타를 일으킨다.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은 군인은 정치적인 행동을 하면 안된다면서 전두광 일당과 맞서 싸운다. 정우성은 장태완 수경사령관과 외모로 볼때 싱크로율이 그리 높지 않다.

장태완 수경사령관은 당시 가장 울분이 많은 군인일 것이다. 자신의 직속 부하였던 장세동 30경비단장과 김진영 33경비단장, 조홍 헌병단 단장 등 세 명의 직속부하(대령)가 모두 하나회 소속으로, 전두환의 말을 따르고 있었다. 당시 청와대와 김포공항 등 대한민국의 수도를 잘 지키라고 준 권력을 전두환 보안사령관 지키기에 사용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영'(令)이 안 섰다.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산다'는 군 조직체계에서 부하가 자신의 직속상사가 아닌 다른 부대나 조직의 상사 말을 따른다는 자체가 정치적이다.

그러니 장태완 사령관은 반란군에 맞서 외롭게 항전해야 했다. 상의할 대상이라곤 정병주 특전사령관과 이건영 3군사령관 정도였다.

이후 장태완 사령관은 정권이 바뀌고 2000년 새천년민주당의 비례대표로 국회의원도 되고, 재향군인회장도 했다. 장태완을 연기한 적이 있는 성우 출신 배우 김기현은 2005년 MBC 드라마 '제 5공화국'에서 쿠데타 군에게 "야이 반란군놈의 새끼야. 네놈들의 머리통을 다 날려버리겠어"라고 말하는 등 격노하는 다혈질로 묘사되기도 했다.

하지만 기자가 보기에는 사망하기 전 장태완 장군의 표정을 보면, 완전히 회복을 못한 것 같았다. 얼마나 원통하고 분한 감정이 강했던지, 저 세상에서도 결코 12. 12를 잊지 못할 것 같았다. 장태완 장군은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돼 있다.

정병주 특전사령관도 박희도, 최세창, 장기오 등 자신의 지휘 하에 있던 세 명의 공수특전여단장(준장)에게 배신을 당해 쿠데타 세력 진압 기회를 놓치고, 자신도 최세창 부하인 3공수여단 반란군에 총상을 입고 강제연행당한 뒤 9년여가 지나고 결국 송추 인근의 야산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정병주 사령관은 국립서울현충원에 묻혀있다.

'서울의 봄'은 '아수라' '감기' '태양은 없다' '비트'등 생동감 넘치는 시나리오로 각광 받은 김성수 감독의 신작이다. 황정민과 정우성부터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을 비롯한 다양한 연기파 배우들의 출연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아수라' '무사' '태양은 없다' '비트'에 이어 김성수 감독과 정우성의 다섯 번째 만남으로도 더욱 주목받고 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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