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생산유발효과 연간 1546조 원의 산업
2019년 서울대 경제연구소는 반도체 생산라인 1개 건설 시 약 128조원 생산 효과, 47조원 부가가치, 37만명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반도체 산업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이와 비슷한 연구 결과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600만 명이 넘는, 전체 취업자 30% 이상을 차지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경제활동은 왜 분석하지 않을까?
다행히 2021년 12월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관련한 연구가 최초로 나왔다. 한국경제학회(회장 김홍기 한남대 교수)가 수행, 소진공에 제출한 '소상공인의 사회·경제적 가치 평가모형 개발' 연구보고서다. 연구보고서를 확인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사회·경제적 가치가 명확하게 수치화됐고,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가장 궁금했던 경제적 효과 숫자부터 살펴보자. 연구는 2019년을 기준으로 한다. 2019년 산업연관표의 각종 유발계수 및 소상공인이 카드매출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소상공인 부문이 경제 전체에 미친 생산유발효과 총합은 1546조원으로 경제 전체 총산출의 35.4%에 달했다. 산업연관표는 일정기간(1년) 국민경제에서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 및 서비스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거래를 일정한 원칙과 형식에 따라 기록한 종합적 통계표다.
즉, 2019년 우리 경제에서 이뤄진 모든 거래의 3분의 1 이상이 소상공인을 통해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생산유발에 따른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642조원으로 경제 전체 부가가치의 33.8%이다. 취업유발효과는 1158만명으로 전체 취업자 수의 47.2%이며 고용유발효과는 735만명으로 전체 피고용자 수의 40.6%를 차지한다.
지역경제로 한정해 살펴보면 소상공인의 경제적 가치는 더욱 커진다. 소상공인의 경제적 효과를 지역경제에 적용하면 생산유발효과의 지역 내 비중은 70%,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73%, 취업유발효과의 지역 내 비중은 80%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 특정 지역 소상공인으로 발생한 각종 유발효과의 70~80%가 해당 지역 내에서 발생한다는 뜻으로, 각 지역의 소상공인이 해당 지역 내 생산과 고용에서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보고서는 소상공인의 사회적 가치도 분석했다. 소상공업 영업권은 지역기반성이 강해 지역경제의 뿌리가 되며, 지역경제에서의 경제순환 통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이를 통해 지역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중요 자원이라는 것이다.
먼저, 소상공인은 커뮤니티 형성의 근간이 되고 사회통합적 기능을 하며 문화의 발전과 향유, 나아가 도시경쟁력 강화의 형태라는 다원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주변에 있는 음식점이나 카페는 음식이나 다과를 섭취하는 기능만이 아니라 소통의 장소가 되고, 사회가 지닌 가치나 문화를 전파하고 생산하는 공간이다. 카페나 음식점 등이 잘 갖춰지면 도시의 경쟁력도 높아진다. 반대로 이러한 소통의 공간이 부족하거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면 공동체는 활력을 잃게 된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됐을 때를 떠올려보자. 사회적 관계 유지나 공동체의 활력에 그동안 카페나 음식점이 얼마나 기여하고 있었는지 우리는 느낄 수 있었다.
소상공인의 발전은 포용 및 균형성장을 통해 사회통합을 증대시키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거 희망퇴직이나 구조조정 등으로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대거 자영업에 뛰어들었다. 이를 '공급과잉, 과당경쟁'이라며 불편해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 기능적인 부분을 구조화해보면, 자영업은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가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선택지로 존재한다.
또 소상공인·자영업자는 전통문화의 향유 및 창출에 기능을 한다. 전통공예를 하는 '장인'을 떠올려보면 좋겠다. 이들은 때로는 '예술가'이면서 산업분류로 보면 '소공인'이다.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는 기술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 그것을 통해 우리의 문화가 미래에 전달될 수 있다. 이러한 기능은 다른 어떠한 산업도 할 수 없는 소상공인만의 독특한 기능이다. 장인의 작품은 공장에서는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다양한 소상공인의 긍정적 외부성 가운데 최근 가장 주목받는 것이 '도시경쟁력 강화의 효과'다. 도시경쟁력이란 사람들이 머물러 살 만하며, 다른 사람들이 찾아오고 머물고 투자하도록 만드는 힘을 의미한다. 이는 음식점, 카페뿐 아니라 학원, 헬스장, 편의점과 중소형마트, 미용실, 네일샵, 꽃집, 병의원 등 다양한 업종의 소상공인이 균형있고 조화롭게 발달돼야 가능하다. 또, 소상공인은 이러한 기능을 바탕으로 '도시재생'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과거 낡고 작은 공장들이 밀집해 있던 곳에 카페와 맛집이 들어오면서 젊은이들이 넘쳐나게 된 성수동, 예술가들과 청년들이 함께 만들어낸 문래동이 그렇다.
이처럼 소상공인은 경제의 생태계를 보다 경쟁적으로 만들어 보다 질 좋고 저렴한 가격으로 재화나 서비스를 공급하도록 한다는 측면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정책은 새로운 가치를 가진다. 소상공인의 건전한 경쟁생태계의 유지, 발전의 측면에서 소상공인 정책은 보다 고도화돼야 한다. 단순히 영세소상공인의 지원이라는 측면이 아니라 산업을 육성하고 경제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측면에서 준비돼야 한다. 소상공인을 단순히 약자이고 취약계층이라는 차원을 넘어 사회·경제적으로 높은 위상과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인식하에서 소상공인 정책이 추진돼야 할 것이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fairness933@gmail.com
〈필자〉 경북 영천 출신이며, 인천대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상공인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전문성을 쌓고 있다. 민주당 민생원내부대표, 전국소상공인위원장을 역임하며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민생을 위한 정치를 활발하게 이어 나가고 있다.해외 의회와 친선 교류에도 힘쓰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한-탄자니아 국회의원 친선협회 부회장, 한-브라질 국회의원 친선협회 이사, 한-루마니아 국회의원 친선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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