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공정은 하도급 금지···'부실공사'에 칼 뺀 오세훈
부실시공 업체 2년간 입찰 제한
불법 하도급 단속 민간까지 확대
서울시가 부실 공사를 방지하기 위해 공공 건설 발주시 철근·콘크리트 골조 등 주요 공정에 하도급을 금지한다. 또 부실 발생시에는 원도급사에 재시공을 의무화하고 감리의 독립성을 보장해 검단 아파트 주차장 붕괴와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한다.
7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형 건설혁신 대책’을 발표했다. 먼저 시는 공공건설 분야에서 부실 공사 업체에 강력히 제재한다는 방침이다. 부실공사 업체는 서울시에서 발주하는 턴키 등 대형공사 기술형입찰의 참가를 2년간 제한한다. 부실의 내용에 따라 서울시 계약심의위원회를 통해 지방계약법에 따른 ‘부정당업자’로 지정, 최대 2년간 공공공사 입찰을 제한하고 시보 등을 통해 명단도 공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원도급사에 ‘책임시공’ 의무를 부여하기 위해 부실로 인한 사고 발생 시 즉각 재시공을 의무화한다. 시는 이를 위해 ‘서울특별시 공사계약 특수조건’에 ‘의무 재시공’ 관련 내용을 추가하며, 내년 상반기 개정 완료하고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저가 불법 하도급을 막기 위해 시가 발주한 공사 중 철근·콘크리트·교량공 등 주요 공종은 100% 직접 시공을 원칙으로 한다. 이 밖에도 입찰참가 시 ‘직접 시공’ 여부가 공사 수주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지방자치단체 입찰 시 낙찰자 결정기준’에 따른 평가 항목에 ‘직접 시공 비율’을 추가할 방침이다. 감리원이 실제로 현장에 나가 업무 보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과도한 서류 업무를 없애며, 공사장 동영상 기록관리를 모든 공공시설 공사장으로 확대하고, 영세한 공사현장에는 공사 기록용 촬영장비를 대여해 준다.
민간건설에 있어서는 하도급 관리·감독을 대폭 강화하고 감리의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기존에 공공분야에서만 시행됐던 불법 하도급 단속을 민간 공사까지로 확대하고, 조합·건축주 등이 요청할 경우 지역건축안전센터가 ‘하도급 계약 적정성 검토’를 지원한다. 시공품질 관리를 위해 강우 중 콘크리트 타설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불가피하게 타설한 경우에는 의무적으로 강도를 점검한다. 이와 함께 주택건설 공사 감리가 발주자로부터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시가 직접 ‘감리계약 적정성’을 관리한다. 시는 기존에 주택건설 공사에만 적용됐던 ‘감리비 공공 예치·지급제도'가 일반건축물 공사에도 도입될 수 있도록 정부에 관련 규정 정비를 요청할 계획이다.
시는 산업체질 강화와 의식개선에도 나선다. 숙련된 기능공 양성을 위해 서울시가 ‘기능등급 승급 교육’을 지원하고 등급이 높을수록 더 많이 받는 ‘차등 노임체계’ 도입안을 정부에 건의한다. 외국인 근로자를 투입하기 전에 설계도면 숙지와 철근 조립 등 기능테스트, 전문통역사를 통한 품질안전 교육도 실시한다. 투찰가격에 따라 낙찰자가 정해지는 입찰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종합평가낙찰제’의 기술이행능력평가 만점 기준을 상향조정해 기술 변별력을 확보하고, 현재 300억 원 이상 공사에만 적용되는 종합평가낙찰제를 100억 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행안부에 건의한다. 현재 300억 원 미만 공사에 적용되는 ‘적격심사’는 일정 점수 이상이면 최저가 입찰자가 낙찰자로 결정돼 저가 투찰 유도와 페이퍼 컴퍼니 양산 등의 부작용을 낳는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시는 ‘(가칭)서울 건설산업 발주자협회’도 구성해 공공기관과 민간 정비사업조합(시행사), 전문가가 함께 건설산업 문화를 바꾸고 전문성도 높이도록 할 방침이다. 유창수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건설공사의 주인은 발주자인데 LH 사태에서처럼 발주자가 주인 의식과 책임 의식을 가지지 않는다면 부실공사는 근절될 수 없다”며 “발주자에 대한 교육과 정보 제공을 통해 발주자의 의식의 전환을 이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는 서울도시주택공사(SH공사)가 주도하는 협의체 형태로 협회를 시작한 뒤 추후 비영리법인을 설립할 방침이다.
오 시장은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사고의 위험이 시민의 삶과 아주 가까운 곳까지 와 있고 언제든지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지금까지는 또 다른 차원의 위기감을 느끼게 했다”며 “서울시는 계획부터 준공까지 건설사업 추진과정을 단계별로 살펴보면서 어떤 문제점들이 산재해 있고 어떻게 연계돼있는지 검토했다"고 말했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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