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몰수패는 피했지만...'전적으로 잘못한' 심판진, '진짜' 엄중 조치가 필요하다

고성환 2023. 11. 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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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전북-포항전 심판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OSEN=고성환 기자] "그 원인은 구단이 아닌 전적으로 심판의 책임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했다."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심판진은 과연 얼마나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될까.

한국프로축구연맹은 7일 보도자료를 통해 "10월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35라운드 전북 대 포항 경기의 결과를 포항의 0-3 몰수패로 정정해야 한다는 전북 구단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라고 알렸다.

K리그 역사를 통틀어서도 보기 드문 촌극이었다. 0-0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던 전반 23분 변수가 생겼다. 김용환이 발목 통증을 호소했다. 포항은 더 이상 뛸 수 없게 된 김용환을 불러들이고 신광훈을 투입했다. 아니 김용환을 불러들이려 했다.

그러나 전반 26분 대기심이 들어 올린 교체판에는 김용환의 등번호 3번과 김용환의 이름이 아닌 김인성의 번호 7과 김인성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럼에도 김인성은 계속해서 경기를 뛰었고 이미 카트를 타고 나온 김용환은 벤치에 앉았다. 명백한 교체 오류.

심판진은 약 4분 뒤 전북 벤치의 항의로 문제를 알아차렸다. 전반 30분 경기는 중단됐고 김영수 주심과 김기동 포항 감독이 대화를 나눴다. 교체가 잘못된 상황을 설명했다. 결국 심판진은 전반 31분경 김인성을 내보내고 경기를 속행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지만,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전북은 지난달 29일 "대한축구협회(KFA)에 공시되어 있는 국제 축구 평의회(IFAB) 경기규칙 22/23 제3조 제3항 선수교체 절차 규정에 따라, 김인성과 신광훈은 ‘경기 출전 자격’이 없는 선수로서 경기에 참가했다"라며 포항의 0-3 몰수패 처리를 요청했다.

연맹의 판단은 달랐다. 열흘 가까이 고심한 연맹은 "김인성과 신광훈이 동시에 경기에 참가한 사실은 인정되나, 그 원인은 구단이 아닌 전적으로 심판의 책임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하였기 때문에 두 선수가 무자격선수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라며 둘 다 무자격 선수가 아니라고 봤다. 

구체적인 이유도 설명했다. 연맹은 "교체 여부와 대상을 결정하고 심판에게 요청하는 과정까지는 구단의 책임하에 있고, 교체 절차의 수행은 심판의 책임하에 있다. 포항이 교체용지에 교체대상선수를 7번 김인성(OUT), 17번 신광훈(IN)으로 적어서 대기심에게 제출하는 과정까지는 경기규칙을 위반한 사항이 없었고, 규칙 위반이라는 결과로 연결될 원인이 발생한 바도 없다"라고 밝혔다.

[사진] 전북 현대 제공.

결론적으론 이번 사건도 심판진의 잘못이 낳은 '인재(人災)'다. 심판진 6명 중 단 한 명이라도 김인성이 경기장을 빠져나가는지만 제대로 확인했어도 이렇게 문제가 커질 일 없었다. 대기심은 7번 김인성이 교체된다고 직접 교체판을 들고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연맹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연맹은 "심판이 김인성을 내보내지 않은 상태에서 신광훈이 경기장에 들어간 사실은 심판의 규칙 위반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며 포항엔 귀책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심판을 관리하는 대한축구협회(KFA)도 마찬가지다. 이정민 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선수의 부상 및 치료, 그리고 교체에 따른 경기장의 출입은 심판진이 그 절차를 철저히 관리, 감독해야 한다. 부상자 이송, 경기장 주변 치료 및 선수 교체가 동시에 일어난 상황에서 발생한 심판의 착각은 인간적인 실수라고 할 수 있지만, 한국 축구 최고 레벨이라 할 수 있는 K리그1에서는 용납하기 어렵다"라고 평했다.

자칭 '엄중한 행정조치'도 꺼내 들었다. KFA 심판위원회는 지난 31일 심판평가 소위원회 결과 전북-포항 경기를 맡았던 심판원 6명 전원에 대해 잔여시즌 경기와 FA컵 등 기타 대회 배정 정지를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엄중한 행정조치를 내렸다"라고 덧붙였다.

[사진] 전북-포항 경기 주심을 맡았던 김영수 심판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하지만 잘못의 무게에 걸맞은 엄중한 징계가 맞는지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시즌이 끝나가는 마당에 잔여시즌 배정 정지만으로는 그리 엄중한 조치라고 보기 어렵다. K리그1 기준으로는 이제 단 3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다만 심판위원회는 주심과 대기심은 책임이 더 크다고 보고 내년 K리그1과 K리그2 심판 등재와 관련해 한 단계 강등시키는 사안을 안건으로 회부,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그간엔 검토로만 끝날 때가 많았던 심판진 강등이 이번에는 현실로 이뤄질지 지켜봐야 한다. 말로만 하는 엄중 징계가 아닌 일벌백계가 필요한 때다.

2년 만에 촌극이 다시 발생한 만큼,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도 잊어선 안 된다. 이번 사건처럼 경기 중 교체 실수가 발생했음을 알아차렸을 때 대처 매뉴얼과 규정을 마련하고, 관련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심판진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인재인 만큼 과연 어떤 후속 조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fineko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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