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공공사 '하도급' 못준다…민간공사도 불법 단속 강화(종합)
앞으로 서울 공공 공사의 경우 철근·콘크리트 공사 등 품질·안전과 직결되는 시공은 하도급을 줄 수 없게 된다. 민간 분야도 불법 하도급 단속부터 감리의 독립성 보장까지 공사 전 단계를 서울시가 밀착 관리키로 했다. 비가 올 때는 원칙적으로 콘크리트 타설을 금지하고 불가피하게 타설할 때는 강도를 의무적으로 점검한다. 또 서울 건설산업 발주자협회(가칭)를 구성해 건설산업 문화 자체를 바꿔 나간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7일 이런 내용을 담은 '서울형 건설혁신 대책'을 내놓고 '부실공사 없는 안전 서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부실공사가 발생할 때마다 마련했던 단편적 대책에서 벗어나 산업체질을 바꾸고, 관행처럼 박힌 부실의 고리를 끊어내겠다는 의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4월 인천 LH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등 최근 몇년간 부실 공사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시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건설 산업은 설계·시공·감리뿐만 아니라 발주자 의식 등 구조적 문제가 얽혀있어 단편적인 해결 방안으로는 근본적 혁신을 이룰 수 없다고 판단, 전반에 대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책은 세부적으로 3개 부문·8가지 핵심과제로 나뉜다. 크게 공공과 민간 부문별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자체 추진할 수 있는 대책부터 시행하고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정부 건의와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우선 '공공건설 분야'에서 부실공사 업체에 대해선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 부실로 인한 사고 발생 시 즉각 원도급사의 재시공을 의무화한다. 이와 관련해 시는 서울특별시 공사계약 특수조건에 '의무 재시공' 관련 내용을 추가하고 내년 상반기 개정 완료해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 부실공사 업체는 서울시에서 발주하는 턴키 등 대형공사 기술형입찰의 참가가 2년간 제한된다. 부실의 내용에 따라 서울시 계약심의위원회를 통해 지방계약법에 따른 '부정당업자'로 지정하고, 최대 2년간 공공공사 입찰을 제한하고 시보 등을 통해 명단도 공개할 계획이다.
건설 현장에 만연한 저가 불법 하도급 문제를 뿌리 뽑기 위해 시가 발주한 공사의 주요 공종은 100% 직접 시공을 원칙으로 한다. 앞으로 서울시를 비롯한 산하 투자·출연기관 발주공사는 입찰공고문에 직접 시공해야 하는 주요 공종과 하도급 금지 조건이 명시된다. 주요 공종은 철근·콘크리트·교량공 등 시설의 구조안전에 영향을 미치면서 공사비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공종'을 뜻한다.
유창수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하도급을 근절하게 되면 공사단가나 금액들이 상승할 것이라 예상되지만 주요 공종은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공사비 상승이 되더라도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공공공사 발주 시 이런 비용까지도 감안해 예산을 책정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입찰참가 시 '직접 시공' 여부가 공사 수주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 입찰 시 낙찰자 결정기준'에 따른 평가 항목에 '직접 시공 비율'을 추가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와 협의 중이다. 불가피하게 하도급이 시행되는 경우에는 '하도급 계약 적정성심사' 대상 금액기준을 현재 원도급액 대비 82% 미만에서 90% 미만으로 강화하고 수수료를 10% 이상 남기는 하도급 계약은 엄격하게 검증할 방침이다.
공사를 총괄 관리.감독해야 하는 '감리원'에게 실제로 현장에 나가 업무 보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과도한 서류 업무도 없앤다. 70여 종에 이르는 감리 서류 중 불필요한 작업을 과감히 폐지하고 시 발주공사에 '상주 감리원' 비중을 최대로 늘려 철근배근, 콘크리트 타설 등 인력이 많이 필요한 공종에 대한 검측을 강화한다. 또 현장감독 공백을 보완할 수 있는 '공사장 동영상 기록관리'를 모든 공공시설 공사장으로 확대하고, 영세한 공사현장에는 '공사 기록용 촬영장비'도 대여해 준다.
국내 건설공사 발주물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건설 분야에서는 하도급 관리·감독을 대폭 강화하고 감리의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본다. 기존에 공공분야에서만 시행했던 불법 하도급 단속을 민간까지 확대하고, 조합·건축주 등의 요청 시 지역건축안전센터(시·자치구)가 '하도급 계약 적정성 검토'를 지원한다.
또 시공품질 관리를 위해 강우 중 콘크리트 타설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도중에 비가 내려 불가피하게 타설한 경우에는 14·28일 후 강도를 체크해 부실 여부를 판단한다. 올해 9월 국토부가 내놓은 '불법 하도급 근절방안'에 따라 앞으로 지자체에도 단속 권한이 부여되면 시는 지역건축안전센터를 중심으로 철저한 단속한다는 방침이다.
또 주택건설 공사 감리가 발주자로부터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시가 직접 '감리계약 적정성'을 관리하고 기존에 주택건설 공사에만 적용됐던 '감리비 공공 예치·지급제도'를 일반건축물 공사에도 도입하기 위해 정부에 관련 규정 정비를 요청할 계획이다. 공사 감리를 건축사뿐만 아니라 구조·안전 부문 전문성을 갖춘 구조기술사 또는 시공기술사와 공동 수행토록 하고 시공·구조·안전 품질에 대한 '감리 자격시험' 도입을 건의하고 안전에 특화된 감리도 확보해 나간다.
시공 미숙, 덤핑 입찰(저가 수주) 등 건설 산업에 수십 년간 뿌리내려 온 고질적 관행과 체질도 바꿔나간다. 숙련된 기능공 양성을 위해 서울시가 '기능등급 승급 교육'을 지원하고, 등급이 높을수록 더 많이 받는 '차등 노임체계' 도입안을 정부에 건의한다. 또 외국인 근로자를 투입하기 전에 설계도면 숙지, 철근 조립 등 기능테스트, 전문통역사를 통한 품질안전 교육을 실시한다. 서울시 발주공사의 콘크리트·철근공 등 구조 안전과 관련한 공사 종류에는 '중급 위주' 근로자를 배치할 예정이며, 공사 종류별 세부적인 배치기준은 개별 입찰공고 시 명시키로 했다.
가격에 따라 낙찰자가 결정되는 입찰제도에 대한 개선도 추진한다. '종합평가낙찰제'의 '기술이행능력평가 만점 기준'을 상향해 기술 변별력을 확보하고, 현재 300억원 이상 공사에만 적용되는 종평제를 100억원 이상까지로 확대하는 방안을 행안부에 건의한다.
300억원 미만 공사에 적용되는 '적격심사'는 일정 점수 이상이면 최저가 입찰자가 낙찰자로 결정돼 저가 투찰 유도, 페이퍼 컴퍼니 양산 등 부작용이 있었던 만큼 '종합점수 최고점자'를 낙찰하는 종합평가낙찰제를 확대하려는 것이다. 아울러 현재 약 86% 수준으로 형성돼 있는 적격심사 낙찰률을 90% 이상으로 상향하고, 공사 예정가격 산정에 사용되는 표준시장단가 현실화(현재 표준품셈 약 86% 수준)도 요구할 예정이다.
부실공사를 막기 위해선 발주자의 의식이 중요한 만큼 '서울 건설산업 발주자협회'를 구성해 공공기관, 민간 정비사업조합(시행사), 전문가가 함께 건설산업 문화를 바꾸고 전문성도 높여나갈 방침이다. 협회는 발주자 대상 교육과 함께 민간 정비사업조합 컨설팅, 하도급 및 감리계약 적정성 검토, 현장근로자 전문기능 교육, 신규 발주정보 설명회 등 건설산업 지원 기능도 함께 수행한다.
유 부시장은 "가장 중요한 과제는 발주자의 의식 전환인데, 재건축조합 등 민간 발주자는 기술력이나 정보가 부족해 의식 전환 또한 쉽지 않다"며 "발주자협회를 만들어 교육·정보제공 서비스를 실시한다면 건설산업 의식이 전반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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