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투비를 비투비로 계속 부를 수 있으려면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또 하나의 K-팝 그룹이 소속사와 작별을 고했다. 큐브엔터테인먼트 소속 비투비다. 비투비의 멤버 서은광, 이민혁, 이창섭, 임현식, 프니엘, 육성재 등은 11년 만에 큐브와의 동행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 배경에는 상표권을 둘러싼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매체는 "큐브가 비투비 상표권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팀 전체 매출의 일정 부분을 나눠달라고 요구하면서 재계약 협상이 결렬됐다"고 보도했다. 

상표권은 유명 K-팝 그룹의 재계약 시기가 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키워드다. 상표는 누군가의 이름이다. 그런데 이 이름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둘러싸고 이견이 발생한다. 결국은 K-팝 시장의 거대화, 산업화에 따른 진통이다. 과거에는 그룹 결성 과정에서 막대한 자본금을 댄 소속사가 통상 상표권을 가졌다. 하지만 "멤버가 없는 그룹은 존재할 수 없다"는 명제 하에 그 이름의 값어치를 일군 멤버들이 상표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꽤 설득력있게 들린다.

K-팝 그룹을 둘러싼 상표권 분쟁은 1세대 그룹부터 해당된다. 기획형 아이돌 그룹의 시대를 일군 H.O.T.는 지난 5월, 5년 만에 그들의 이름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게 됐다. 1998∼2005년 H.O.T.의 소속사 대표를 지낸 김 씨가 상표권을 주장했고, MBC 예능 '무한도전'을 통해 재조명된 H.O.T.가 2018년 재결합 콘서트를 열려 하자 로열티 지급을 요구했다. 이로 인해 'H.O.T.'를 'H.O.T.'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전' 같은 상황이 벌어졌고, 약자가 아닌 'High-five of Teenager'로 소개됐다. 그러자 김 씨는 동일·유사한 표장을 사용해 저작권과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5월 대법원이 김 씨가 제기한 이 콘서트를 주관한 공연기획사를 상대로 낸 상표권 침해금지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H.O.T.와 같은 소속사 출신인 그룹 신화 역시 상표권을 두고 오래 다퉜다. 그 결과 지난 2015년, 12년의 싸움 끝에 상표권을 양도받아 신화의 멤버들이 신화의 주인이 됐다.

"멤버들이 건재하다면, 그룹명을 갈아끼워도 된다"는 생각은 오산이다. 해당 브랜드에는 대중적 인지도와 지명도, 또한 역사가 모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비투비 이전 큐브를 대표하던 보이그룹인 비스트는 지난 2016년 소속사를 떠났다. 당시 멤버들은 '비스트'라는 상표권 사용을 두고 큐브와 협상을 진행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그들은 독자 회사를 설립했고, '하이라이트'로 재탄생했다. 윤두준, 양요섭, 이기광, 손동운 등 기존 멤버들이 하이라이트로 활동했다. 하지만 비스트 시절보다 더 큰 성과를 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성기가 지난 나이, 잦아지는 개별 활동 등 다양한 이유를 찾을 수 있지만 '비스트'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였다.

갓세븐, 사진=워너뮤직코리아

이런 분위기 속에서 소속사가 계약이 끝난 멤버들에게 상표권을 양도한 이례적인 사례도 등장했다. 갓세븐과 인피니트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5월 그룹 갓세븐과 전속 계약이 종료와 함께 이 소식을 전했다. 당초 JYP는 2014년 갓세븐 관련 상표권을 획득했으나 이를 멤버들에게 돌려줬다. 지난 5월에는 그룹 인피니트의 상표권이 역시 전속 계약이 끝난 멤버들에게 무상 양도됐다. 소속사 울림엔터테인먼트는 2010년 상표권을 출원해 이미 등록까지 마친 상태였다. 소속사가 상표권을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난 4월 인피니트의 리더 김성규가 대표를 맡고 있는 인피니트컴퍼니로 이전 등록됐다.

상표권 분쟁은 마땅한 해법을 찾기 어렵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8년 표준전속계약서 상에 '계약 기간이 종료된 후에는 상표권 등의 권리를 기획사가 가수에게 이전해야 한다'(8조)고 권고하면서도 '기획사가 상표 개발에 상당한 비용을 투자하는 등 특별한 기여를 한 경우엔 정당한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고 병기했다. 이는 권고 사안이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이 없는 조항이다. 즉, 회사가 대가를 요구하면 분쟁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만 데뷔 초기 갑을 관계에서 '갑'에 해당되는 소속사가 임의로 상표권을 갖기도 어려워졌다. 걸그룹 티아라를 결성했던 소속사는 2018년 상표권을 출원했으나 거절당했고, 그룹 NRG 역시 소속사와 멤버 간 합의가 없다는 이유로 등록될 수 없었다. 걸그룹 여자친구도 마찬가지다. 소속사 쏘스뮤직이 특허청에 'G-Friends'라는 이름에 대한 상표등록을 출원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현재는 피프티피프티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멤버 4인은 지난 6월 상표권을 출원했으나 아직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소속사와 분쟁을 겪고 있고, 상표권을 출원한 멤버 4명 중 1명이 소속사에 사과하고 복귀하면서 기존 멤버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었기 때문에 사실상 멤버들이 상표권을 갖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내에서는 "대승적 차원에서 협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속사와 그룹 멤버들이 원만한 합의점을 도출해 가치가 큰 지식재산권(IP)을 지키고, 또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측이 대립각만 세운다면 애써 성장시킨 그룹을 더 이상 볼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