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밖 노동’ 프리랜서 5명 중 1명, 임금체불·최저임금 미만
“통역료를 3개월이나 1년 이상 지난 뒤 받거나 받지 못하는 임금체불이 자주 일어난다. 임금체불 문제는 10년 차 이상의 베테랑 통역사도 겪는 문제다. 통·번역사는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고충을 상담할 기관도 없다.” (프리랜서 통역사 우기홍씨)
“가장 큰 고충은 아플 때 다른 강사를 쓰면 비용을 바로 지급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루 다섯 타임을 맡기면 최소 15만원 이상 나간다. 어느 때는 제가 버는 시급보다 대강비가 더 많은 적도 있었다. 그래서 강사들은 웬만하면 아파도 나가는 게 현실이다.” (스포츠강사 송인수씨)
프리랜서 5명 중 1명은 일을 하고도 돈을 못 받은 경험이 있으며 시간당 수입이 최저시급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보험 가입률도 30%가량에 불과해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있는 사례가 많았다.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와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은 7일 국회에서 열린 ‘프리랜서 불공정·고충 실태보고 및 권리보호 정책과제 토론회’에서 이 같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8∼9월 만화·웹툰, 강사, 방송·광고 등 영상, 통·번역, 출판·디자인 등의 분야에서 일하는 프리랜서 1041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프리랜서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노동관계법 보호 밖에 있다.
조사 결과 프리랜서 중 지난 1년간 보수의 지연지급 또는 미지급을 경험한 비중은 20.9%였다. 클라이언트(사용자)에게 항의해 미수금을 받은 비중은 이 중 9.4%에 불과했고, 56.9%는 항의에도 받지 못했다. 22.3%는 시간당 수입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쳤으며, 만화·웹툰 업종은 최저임금 미달 비중이 50.4%에 달했다. 노무제공 과정에서 클라이언트의 지휘·감독, 명령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비중은 15.4%였고, 프리랜서 중 70.2%는 자신을 노동자라고 인식했다. 코로나19 이후 ‘비자발적 실업’을 경험한 비중은 53.4%였고, 평균 기간은 7.3개월이었다. 하지만 고용보험 가입률은 31.1%에 불과했다.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박현호 프리랜서권익센터 운영위원은 ‘일하는 사람을 위한 법’ 제정, 표준계약 및 미수금 방지를 위한 프리랜서 계약 플랫폼 개발 등을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현재 국회엔 더불어민주당 이수진·장철민 의원,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일하는 사람’ 관련 법률이 계류 중이다. 이들 법안 모두 근로기준법상 노동자 개념을 확대해 프리랜서 등도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프리랜서와 같은 제도 밖의 노동에 대한 입법 및 정책과제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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