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축구는 없었다' 토트넘, 광기의 0-7-1 포메이션..."앤지볼은 미쳤어"
[OSEN=고성환 기자] "살면서 본 것 중 가장 높은 수비 라인이다."
앤지 포스테코글루(58) 토트넘 홋스퍼 감독이 0-7-1 포메이션이라는 '미친' 전략을 꺼내 들었다.
토트넘은 7일 오전 5시(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에서 첼시에 1-4로 역전패했다.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데스티니 우도지, 두 명이나 퇴장당한 게 뼈아팠다.
이로써 시즌 첫 패를 당한 토트넘은 승점 26(8승 2무 1패)에 머무르며 선두 탈환에 실패했다. 맨체스터 시티(승점 27)가 그대로 1위 자리를 지켰다. '런던 더비' 승자가 된 첼시는 승점 15(4승 3무 4패)를 만들며 10위로 점프했다.
출발은 좋았다. 토트넘은 전반 6분 행운이 따른 선제골로 일찌감치 리드를 잡았다. 오른쪽에서 때린 데얀 쿨루셉스키의 슈팅이 수비에 맞고 크게 굴절되며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하지만 이후로는 악몽 같은 밤이었다. 전반 27분 로메로가 박스 안에서 공을 걷어내다가 엔소 페르난데스의 발목을 거칠게 밟았다. 마이클 올리버 주심은 직접 온필드 리뷰를 본 뒤 페널티킥과 다이렉트 퇴장을 선언했다.
콜 파머가 키커로 나섰고, 그의 슈팅은 굴리엘모 비카리오 손에 맞고 들어가며 동점골이 됐다. 순식간에 리드도 잃고, 선수도 잃게 된 토트넘. 10명으로 싸워야 하는 토트넘은 곧바로 브레넌 존슨을 빼고 에릭 다이어를 투입하며 수비 라인 정비에 나섰다. 다이어의 올 시즌 첫 출전이었다.
치명적인 부상 악재까지 연달아 닥쳤다. 핵심 미드필더 제임스 매디슨과 핵심 수비수 미키 반 더 벤 모두 부상으로 쓰러졌다.
전반 41분 매디슨이 혼자 발목을 잡고 드러누웠고, 3분 뒤엔 반 더 벤이 스프린트하던 도중 오른쪽 허벅지 뒤쪽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급하게 달리다가 햄스트링 근육에 문제가 생긴듯했다. 토트넘은 급하게 두 선수를 빼고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와 우측 풀백 에메르송 로얄을 넣었다. 반 더 벤은 절뚝이며 의료진 부축을 받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후반 9분 우도지까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경기장 위 토트넘 선수는 9명이 됐다. 이미 옐로카드를 받았던 그는 무리한 태클로 라힘 스털링을 넘어뜨리며 두 번째 경고를 받았다.
순식간에 핵심 선수 4명을 잃고 9명이 된 토트넘. 일반적으로는 최대한 수비에 집중하며 무승부를 노리는 게 합리적이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달랐다. 그는 오히려 수비 라인을 중앙선 부근까지 높이 올리고 비카리오에게 스위퍼 키퍼 역할을 맡기며 뒷공간 커버를 부탁했다.
그 결과 극단적인 대형이 탄생했다. 바로 손흥민을 제외한 나머지 7명 모두가 중앙선에 붙어있는 모습. 홀로 공격진에 위치한 손흥민만 상대 수비수 가까이 자리하고, 미드필더 3명과 수비수 4명은 오프사이드 트랩을 만들기 위해 라인을 맞췄다.
이를 본 영국 '스포츠 바이블'은 "토트넘은 첼시를 상대로 한 번도 본 적 없는 0-7-1 대형으로 선수들을 배치했다. 앤지볼은 미쳤다"라며 "토트넘은 로메로에 이어 우도지까지 퇴장당하면서 9명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 후에 일어난 일들은 전 세계 축구팬들을 매료시켰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결단은 실패로 끝났다. 비카리오가 빠르게 박스 바깥으로 뛰쳐나와 공을 걷어내고 선방쇼를 펼치며 버텼지만, 한계가 있었다. 계속해서 뒷공간을 노출한 토트넘은 니콜라 잭슨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스포츠 바이블은 "첼시는 토트넘의 터무니없이 높은 라인을 무너뜨릴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세네갈 국가대표 공격수 잭슨이 프리미어리그 첫 해트트릭을 기록했다"라고 전했다.
과거 토트넘에서 뛰었던 수비수 얀 베르통언도 토트넘의 포메이션을 보며 깜짝 놀랐다. 그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내 인생에서 본 것 중 가장 높은 수비 라인이다"라며 한숨 쉬는 이모티콘을 덧붙였다.
패배에도 불구하고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앞으로도 공격 축구만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경기 후 "이게 우리 축구다. 내가 여기 있는 한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만약 5명만 남는다고 해도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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