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빛수원] 민·관·학 협력으로 만든 정책…시민에게 ‘한발짝’

김기현 기자 2023. 11. 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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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최성혁 수원특례시 팀장과 아주대 행정학과 학생들이 조모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원특례시 제공

 

“수원특례시민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과정을 실질적으로 배우고, 저희가 만든 정책이 실제로 반영되면 좋겠어요.” 이달 초 아주대학교 학생 4명과 수원특례시 팀장급 공무원 1명이 머리를 맞대는 과정에서 나온 사뭇 진지한 말이다. 이들의 논의 주제는 시에서 킥보드 등 PM(Personal Mobility) 이용 문화를 확산하고, 안전을 확보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 단순히 청년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닌, 청년들이 주체적으로 정책을 만들고 현실화할 수 있도록 경험이 많은 공무원이 조언해주는 ‘멘토링’ 현장이다.

아주대 행정학과에 개설된 캡스톤디자인 수업에서 수원특례시 팀장급 공직자가 특강을 하고 있다. 수원특례시 제공

■ “행정학과에서 실습을”…학생·공무원 멘토링 ‘주목’

아주대 행정학과 2~3학년으로 구성된 학생들은 이날 킥보드 등 PM 주차공간이 인도에 있어 주행도 인도로 하게 된다고 분석한 뒤 스페인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자전거 전용도로를 활용한 PM 전용 주자창을 도입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들은 또 안전성을 높일 헬멧 사용은 물론, 보관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보관함을 편의점에 설치하는 시범사업을 시행하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자전거와 보행자가 함께 다니는 겸용도로에선 속도를 제한하고, 가변속도표출기 등 시설물을 설치하자고 피력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PM교통공원 조성 등 안전 의식을 높일 인프라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러자 학생들의 멘토인 최성혁 팀장이 조언을 시작했다. 그는 “제안한 정책들이 왜 필요한지 설득할 수 있으려면 문제점을 인식하는 방법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우선 인도 또는 자전거도로에만 변화를 주겠다는 자동차 중심적인 인식에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보행자 중심으로 도로의 극적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유럽 등 도심에서 자동차가 없어진 사례들을 찾아보길 권한다”며 “시에서도 행궁동 자동차 없는 거리를 시작하면서 행리단길이 탄생한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안전모의 경우 강하게 제한하면 오히려 이용률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자동차가 줄면 자전거 이용자가 더 안전해진다는 관점을 제시했다. 시설물 설치의 경우 예산이 수반되는 만큼 선도 사례에 대한 벤치마킹이 필요하고, 교통공원 등 현장을 직접 방문해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조언도 더했다.

이에 함동화 아주대 학생은 “학교에서 이론적으로 배웠던 정책 개발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실무자 입장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됐다”며 “시각을 다양하게 넓히고 균형을 잡아 과제를 열심히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수원특례시와 아주대 행정학과의 협력으로 위촉된 수원특례시 정책 청년참여단이 발대식을 진행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수원특례시 제공

■ 수원특례시·아주대 협업…청년의 정책 개발 참여 ‘쑥쑥’

아주대 학생들과 시 공무원의 멘토링은 공식 수업시간이다. 2023년 2학기 아주대 행정학과 전공선택 과목으로 개설된 3학점 교과목 가운데 ‘행정 인턴’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과정의 일환이다. 교과목 이름은 ‘정책사례연구(캡스톤디자인)’. 시와 아주대가 청년주도 정책개발을 위해 올해 처음으로 개설한 관·학 협력 과목이다.

해당 수업 개설을 위해 시와 아주대는 올해 초부터 협업을 시작했다. 산업현장 수요에 맞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실시하는 현장실습형 문제해결 방식의 ‘캡스톤디자인’을 행정학과에도 도입하기로 뜻을 모으면서다. 행정학과 정책론 등 이론을 배운 학생들에게 정책발굴 실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청년들의 정책 참여를 높이자는 취지였다.

일반적으로 실습과정을 운영하기 어려운 행정학과에서 현장실무 경험을 할 수 있는 전공선택 과목이 개설되자 학생들의 관심이 높았다. 수강을 원하는 학생들이 많아 2학기 개설을 위해 1학기부터 사전 수강신청을 받아야 할 정도였다. 일찌감치 관심 있는 주제로 팀을 구성해 과제를 선정하고, 담당 교수의 면접까지 진행한 끝에 20여명의 수강생이 선발됐다.

이들은 한 학기 동안 자유로운 정책 제안과 의사결정과정을 실습하고 있다. 시에서 20년 이상 실무 경험을 쌓은 팀장급 공무원들로부터 일반 행정과 도시교통, 사회복지 등 지방행정에서 필수적인 분야별로 특강도 받았다. 현재는 공무원들이 조별 면담을 통해 학생들의 과제를 다듬어주는 멘토링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학생들은 앞으로 공무원들과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정책을 완성해나갈 예정이다. 시와 아주대는 이번 협력을 통해 시정 협치의 양적 확대는 물론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학생들에게 주체적인 과제 수행 및 수업활동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원특례시 새빛톡톡 홈페이지에 아주대 캡스톤디자인 수업 수강생들의 정책 제안이 게시돼 있다. 수원특례시 제공

■ 시민 참여 플랫폼 ‘새빛톡톡’…청년 제안 정책 소통 ‘톡톡’

청년이 주도하는 정책개발 수업은 시의 시민 참여 플랫폼 ‘새빛톡톡’을 만나 의미가 더 커지고 있다. 관·학 협력에 주민 의견까지 더해져 민·관·학 협력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지난 9월 해당 수업 개설 당시 수강생들을 ‘시 정책 청년참여단’으로 위촉했다. 청년참여단은 자유롭게 정책을 발굴하고, 제안하며 공론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무엇보다 새빛톡톡이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다. 학생들이 다듬고 있는 제안들을 제안토론에 게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한다.

시 PM활성화를 위한 제안을 비롯해 ▲청년세대의 전통 시장 이용 활성화 방안 ▲시내 공중전화 부스를 청년창업 요람으로 재탄생시킬 방안 ▲시내 부주의 교통사고의 통합적 예방책 ▲시 청년정책의 방향성 제시 ▲청년 중심 ‘청년의 날’ 기념행사 개선 방안 등 총 6개다.

캡스톤디자인 수업에서 새빛톡톡의 역할은 시민 의견 수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새빛톡톡을 활용해 과제를 제출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평가하기도 한다. 즉 새빛톡톡이 수업 평가도구로 활용되고, 이를 주관하는 시의 의견도 중요하게 반영된다는 의미다.

해당 과목을 수강하고 있는 정유진 아주대 학생은 “새빛톡톡을 통해 다양한 의견들을 들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실제 정책 개발에 필요한 과정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만큼 직접 만든 정책이 실제로 반영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시민 참여 플랫폼 새빛톡톡을 활용해 아주대 행정학과 학생들에게 정책 개발과 실습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참여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며 “새빛톡톡이 아주대와 시, 시민의 상생과 협력을 이끄는 모델이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기현 기자 fac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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