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발주 공사, 철근·콘크리트는 ‘하도급 금지’
앞으로 서울시가 발주한 공공 공사는 철근·콘크리트 등 건축물 안전과 직결되는 공정을 하도급 없이 원도급사가 100% 직접 시공해야 한다. 부실공사가 적발된 업체는 2년간 입찰 참여 제한과 명단 공개 등 제재를 받게 된다.
서울시는 7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서울형 건설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부실공사 근절 대책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에 따르면 향후 서울시가 발주하는 공공 공사에서 철근·콘크리트·교량공 등 시설 안전과 직결되는 주요 공사 과정은 하도급이 금지된다. 직접 시공을 해야 하는 공사의 종류와 하도급 금지 조건은 입찰공고에 명시될 예정이다.
기술상의 이유 등으로 하도급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저가 하도급’을 방지하기 위해 하도급 금액을 원도급액 대비 현행 82% 미만에서 90% 미만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입찰할 때 아예 ‘직접시공 비율’을 평가항목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행정안전부와 논의 중이다. 이는 지방계약에 관한 예규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다.
부실공사 이력이 확인된 업체는 서울시 발주 공사에 2년간 입찰이 제한된다. 부실 정도에 따라 ‘부정당업자’로 지정되면 최대 2년간 공공 공사 입찰이 제한되고, 서울시보에 업체명이 공개된다. 이는 민간공사 수주에서도 불이익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형 공사(턴키) 입찰의 경우 최대치의 감점으로 사실상 입찰이 제한된다. 특히 부실공사가 확인된 경우 재시공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서울시 공사계약 특수조건’에 추가해서 내년 상반기에 시행할 방침이다.
철근·콘크리트는 100% 원도급···부실공사 업체는 입찰 2년 제한
이밖에 모든 공공시설을 대상으로 공사장 동영상 기록관리제가 확대된다. 영세한 공사 현장에도 서울시에서 촬영 장비를 대여해 기록해야 한다. 감리원의 서류 업무를 축소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해서 감리가 현장감독을 할 시간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날 유창수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그동안 부실공사 관련) 단편적인 대책에 그쳤기 때문에 종합적·구조적 대응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실제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살펴보고 문제점을 분석해 전반적인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중앙정부와 협의가 필요한 사안들이 많은 만큼 행정2부시장 직속 전담조직을 두고 대책을 시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2022년 1월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와 지난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등 최근 잇따른 공동주택 등 사고를 방지하고 지난 1월 서울 영등포구에서 발생한 도림보도육교 휘어짐과 같은 생활 인프라 위험 점검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사고의 위험이 시민의 삶과 가까운 곳에 와 있고, 언제든 시민의 삶과 재산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중앙정부와 민간업계의 협조와 동참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강우 중 콘크리트 타설 금지·불법 하도급 단속 추진···지자체 권한 부여돼야
이에 민간공사 안전 관리도 강화해 비가 올 때는 콘크리트 타설을 원칙적으로 금지할 방침이다. 타설 도중 비가 오기 시작한 경우에는 작업을 마친 후 콘크리트 강도를 의무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이는 지자체에 건설 현장 단속 권한이 부여돼야 가능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9월 국토교통부가 불법 하도급 근절방안을 발표한 데 따라 지자체의 민간공사장 단속 권한이 부여되면 철저히 단속·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단속권이 부여되면 서울시·자치구 지역건축안전센터와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이 불법 하도급을 단속할 방침이다. 발주자가 요청하면 하도급 계약 적정성도 검토해준다.
현재 민간공사 감리비를 건축주가 지급하는 방식을 ‘공공 예치’로 바꾸는 방안도 추진한다. 감리의 독립적인 감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감리가 자치구에 예치된 감리비를 받는 구조를 만들면 상대적으로 건축주의 영향력은 줄어들 수 있다.
서울시는 이 같은 지급 방식 개선과 함께 공사 감리를 구조·안전 부문 전문가와 공동으로 수행하게 하고 감리 자격시험을 도입하는 방안도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숙련도 따라 임금 차등 지급·입찰 시 기술점수 의무반영···정부 건의
서울시는 노동자의 기능 등급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과 입찰제에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기술 변별력을 점수에 넣어 의무적으로 이를 평가하는 방안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숙련된 기능공을 양성해야 건설 품질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 미숙과 저가 수주, 발주자 의식 부족 등은 건설산업의 뿌리 깊은 병폐로 꼽힌다.
아울러 건축 품질을 앞장서서 챙겨야 하는 것은 발주자인 만큼 ‘서울 건설산업 발주자협회’(가칭)를 구성해 발주자의 안전의식과 지식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민간 재개발·재건축사업에서는 조합 등 발주자의 지식과 정보가 부족해 부실공사를 방지하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유창수 부시장은 “공사 현장 문제들은 발주자가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고 역할을 제대로 못 했기 때문”이라며 “발주자협회는 교육과 정보제공을 하는 기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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