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훈련 다 소화 못했다…밀란전 벤치에서 시작할 가능성 급상승
[포포투=김환]
이강인이 AC 밀란전을 앞두고 훈련을 완전히 소화하지 못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파리 생제르맹(PSG)은 8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산 시로에서 열리는 2023-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F조 4차전에서 밀란과 맞대결을 펼친다. 현재 PSG는 승점 6점(2승 1패)으로 조 1위, 밀란은 승점 2점(2무 1패)으로 조 최하위에 위치해 있다.
경기를 앞두고 이강인이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할 것 같다는 보도들이 나왔다. ‘레퀴프’, ‘르 파리지앵’, ‘RMC 스포츠’ 등 복수의 프랑스 매체들은 이강인이 산 시로에서 진행된 팀 훈련을 전부 소화하지는 못했고, 비티냐가 선발로 출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강인이 출전하지 못할 경우 이강인의 포지션에는 우스만 뎀벨레, 혹은 비티냐가 출전할 전망이다. 이강인은 4-3-3 포메이션을 기준으로 PSG에서 우측면 공격수와 미드필더로 출전할 수 있다. 미드필드 한 자리는 일반적으로 워렌 자이르-에머리가 차지하고, 다른 한 자리는 마누엘 우가르테나 파비안 루이스러첨 수비적이거나 밸런스를 잡아줄 수 있는 선수가 출전하고는 한다.
프랑스 매체 ‘Le10sport’ 역시 “이강인은 3경기에 연속으로 선발 출전해 2골을 넣었다. 하지만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비티냐를 이강인 대신 선발로 내보낼 수도 있다. 비티냐는 최근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엔리케 감독은 킬리안 음바페를 지원할 미드필더로 누구를 기용할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라며 이강인을 대신해 비티냐를 선발로 내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강인이 밀란과의 지난 맞대결에서 그랬듯 후반전 교체로 출전해 활약하는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이강인은 드리블과 패스 등의 장점을 활용해 경기에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다. PSG 입장에서는 균형이 깨지지 않고 있는 상황은 물론 팀이 앞서가거나 끌려가는 상황에서도 충분히 만져볼 만한 카드다. 지금까지 이강인이 PSG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는 점은 이강인 카드를 더욱 매력적이게 만든다.
무엇보다 이번 경기가 PSG에 상당히 중요한 경기라는 걸 고려하면 이강인의 출전 가능성은 꽤나 높다고 판단된다. PSG는 이번 경기에서 밀란을 상대로 승리할 경우 ‘죽음의 조’로 불리는 F조에서 1위 자리를 공고히 할 수 있다. 아직까지 UCL에서 승리가 없는 밀란의 저항이 거세겠지만, PSG도 이번 경기에서 현 상황을 굳히겠다는 생각이다.
지난 맞대결은 PSG의 대승으로 끝났다. PSG는 홈에서 열린 밀란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킬리안 음바페의 선제골과 랑달 콜로 무아니의 추가골, 그리고 이강인의 쐐기골에 힘입어 밀란을 3-0으로 격파했다. 이날 저돌적인 드리블을 앞세워 2개의 도움을 기록한 워렌 자이르 에머리의 활약도 눈에 띄었다. 또한 이 경기는 이강인이 PSG 소속으로 첫 득점을 터트린 경기이자 자신의 UCL 데뷔골을 만들어낸 경기로도 주목받았다.
이강인은 후반 26분경 우스만 뎀벨레와 교체되어 그라운드를 밟았다. 많은 팬들이 이강인의 선발 출전을 기대했고, 여러 현지 매체들이 이강인의 선발 출전을 예상했지만 이강인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PSG가 2-0으로 앞서고 있던 상황, 이강인은 뎀벨레의 포지션이었던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교체 출전했다.
이강인은 뎀벨레와는 다른 움직임으로 팀의 공격에 힘을 보탰다.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으면 상대의 압박을 유도한 뒤 동료들에게 공을 내주거나 낮은 위치까지 내려와 후방 빌드업 작업에 참여하는 등 자신의 장점을 살리는 플레이로 영향력을 드러냈다.
득점까지 터트렸다. 이강인은 후반 44분경 자이르 에머리에게 패스를 건넨 뒤 박스 안으로 침투했고, 자이르 에머리가 내준 패스를 곤살로 하무스가 흘리자 결을 살리는 정교한 슈팅을 시도해 공을 상대 골문 하단 구석에 꽂았다. 이강인의 UCL 데뷔골이자 PSG 데뷔골이기도 했다.
프랑스 현지 매체가 이강인에게 호평을 내렸다. 프랑스 매체 ‘풋 메르카토’는 “19분이면 충분했다. 이강인은 경기 투입 19분 만에 경기 내내 뎀벨레가 보여줬던 것보다 훨씬 더 깔끔하고 결단력 있는 공격적인 자질을 보여줬다. 이강인의 효율성은 막바지에 터진 멋진 득점으로 정점에 이르렀다. 비록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뎀벨레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더라도 이강인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와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라며 이강인을 칭찬했다.
이강인은 경기가 끝난 뒤 프랑스 매체 ‘RMC 스포르트’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팀과 나에게 정말 기쁘다. 이번 승리는 우리에게 정말 중요했다.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이것이 내가 경기장에서 매번 노력하는 것이다. 계속해서 노력하겠다”라며 팀의 승리에 보탬이 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앞서 이강인은 구단과의 인터뷰에서 “UCL은 모든 선수들이 뛰고 싶은 무대다. 나와 팀 모두에 중요한 대회다. 잘 준비해서 반드시 승리하도록 하겠다. 이번 경기가 정말 중요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 우리는 모든 경기에서 이기려고 하는 팀이고, 승리만 생각한다. 준비한 대로만 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정말 기대되고, 그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 난 어렸을 때부터 꿈꿨던 팀으로 이적해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뛰고 있다. 빨리 경기를 뛰고 싶다”라며 기대감을 전한 바 있다.
‘RMC 스포르트’는 경기 후 이강인에 대해 “대담함과 열정, 역동성을 갖고 경기장에 들어갔다. 이강인은 정확했고, 영감을 만들어냈으며, 오른쪽에 많은 위험을 가져왔다”라고 평가했다.
이날 이강인은 축구 통계 매체 ‘폿몹’으로부터 평점 7.5점을 받았다. 패스 성공률 93%, 롱 패스 성공 2회(100%), 태클 성공 1회(2회 시도), 압박 시도 3회, 리커버리 1회, 지상 경합 성공 3회 등을 기록하며 공수 양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강인은 이 기세를 리그에서도 이어갔다. 프랑스 리그앙 10라운드였던 스타드 브레스투아전에서 선발로 출전했다. 경기를 앞두고 엔리케 감독은 “우리는 이강인에게 많은 기대와 희망을 갖고 있다. 우린 이강인의 수준을 안다. 그는 공을 잃지 않고, 드리블 능력으로 수적 우위를 만들어낸다. 이강인은 신체적 능력이 매우 높은 선수다”라며 이강인에 대해 기대감을 표했다.
이어 “이강인은 다재다능하고,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가져올 수 있다. 그는 오른쪽이나 왼쪽 윙어, 중앙, 미드필더, 펄스 나인(가짜 9번)으로 뛸 수 있는 선수다. 감독 입장에서는 매우 만족스러운 일이다. 이강인의 다재다능함은 차이를 만들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강인은 엔리케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자이르 에머리의 선제골로 PSG가 앞서가던 전반 28분경, 역습 상황에서 공을 잡은 이강인은 전방으로 뛰어들어가는 음바페를 향해 정교한 아웃사이드 패스를 보냈다. 이강인의 패스를 받은 음바페는 침착한 마무리로 추가골을 터트렸다. 이강인의 리그 1호 어시스트였다.
축구 통계 매체 '폿몹' 기준 이강인은 평점 7.8점을 받았다. 2골을 터트린 음바페(8.8점)가 팀 내 최고 평점을 받았고, 자이르 에머리(8.8점), 바르콜라(8.2점), 파비안(7.9점)가 뒤를 이었다. 이강인은 PSG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평점의 주인공이 됐다.
세부 기록을 살펴보면 이강인은 패스 성공률 90%, 슈팅 정확도 100%(2회), 터치 51회, 드리블 성공 2회(3회 시도), 크로스 성공 2회(50%), 롱 패스 성공 2회(50%), 태클 성공 2회(50%), 리커버리 4회, 지상 경합 성공 7회(50%) 등을 기록했다.
경기가 끝난 뒤 리그앙 공식 계정은 “마에스트로”라는 말과 태극기와 함께 이강인의 기록을 올리며 브레스투아전 이강인의 활약을 주목했다. 마에스트로는 일반적으로 중원을 지배하며 경기를 조율하는 스타일의 선수들에게 붙여지는 별명인데, 이날 이강인에게 딱 어울리는 별명이었다.
프랑스 매체 ‘겟 프렌츠 풋볼 뉴스’도 이강인의 활약을 두고 “이강인은 공격 지역에서 공간을 찾는 능력과 완벽한 패스를 선보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후방에서 음바페를 향해 보낸 패스는 이강인의 뛰어난 기술과 시야를 보여줬다”라고 평가했다. 매체가 내린 평점은 7점이었다.
이강인은 이날 측면 공격수로 출전했지만 정작 경기 시간이 지날수록 중앙에서 활동하는 장면이 많아졌다. 수비 상황에서 커버하는 범위도 넓었고, 공격 전개 시에도 중앙에서 전방이나 측면으로 공을 연결해줬다. 이강인은 자신의 임무를 마치다 비티냐와 교체되어 나갔다. 풀타임을 소화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 스트라스부르전에 이어 리그 2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했고, 밀란전 득점 이후 리그에서 득점까지 기록해 2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만들었다는 점은 고무적이었다.
PSG 관련 소식을 다루는 프랑스 매체 ‘PSG 토크’는 “한 저널리스트가 PSG가 한국에서 어떻게 히트할 수 있을지 설명했다. 그는 브레스트와의 경기처럼 이른 시간에 경기를 치르는 게 한국에서 PSG의 존재감을 키우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라며 ‘르 파리지앵’이 한국계 프랑스 언론인 주 문과 나눈 이야기를 전했다.
주 문은 “모두가 이강인을 보고 싶어할 것이다. 보통 한국인들이 PSG 경기를 보려면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한다. 이는 복잡하고, 이런 이유로 다시보기(하이라이트 등)를 선호한다. (브레스투아전은) 밀란과의 경기 이후이기 때문에 완벽한 일정이다”라고 했다.
‘PSG 토크’는 PSG가 이런 방식으로 한국에서 인기를 얻길 바라는 모양새다. 매체는 “토트넘은 손흥민으로 인해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손흥민은 토트넘의 스타가 됐고, 지난여름 해리 케인이 떠난 이후 공백을 메웠다. 이제 문제는 이강인이 손흥민처럼 스타 플레이어가 될 수 있냐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이강인은 대퇴사두근 부상으로 힘든 시즌 초반을 보냈지만,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PSG에 돌아온 이후 밀란을 상대로 득점을 기록했다. 이강인은 이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손흥민은 전성기의 후반기에 있기 때문에 아마도 이강인이 손흥민의 뒤를 이을 수도 있을 듯하다”라며 이강인의 손흥민의 뒤를 잇길 바랐다.
이런 활약 속에 이강인은 리그앙에서 공식적으로 선정한 베스트 일레븐에 이름을 올렸다. 리그앙 사무국은 지난 3일 공식 채널을 통해 10라운드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11명의 선수들을 선정했다. 여기에 이강인은 PSG 동료인 음바페, 자이르 에머리와 함께 선정됐다. 세 선수들 외에도 플로리안 소토카(랑스), 아르코 아담스, 테지 사바니에(이상 몽펠리에), 케빈 단조, 파쿤도 메디나, 데이베르 마차도(이상 랑스), 바포데 디아키테, 뤼카 슈발리에(LOSC 릴)가 포함됐다.
이강인의 활약은 멈추지 않았다. 이강인은 이어진 몽펠리에와의 리그 11라운드에서 선발로 출전해 전반 10분 만에 선제골을 터트렸다. 아슈라프 하키미가 오른쪽 측면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보냈고, 이를 음바페가 흘렸다. 이강인은 골문 상단 구석을 노리는 예리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강인의 리그앙 데뷔골. 득점 이후 이강인은 멋진 플레이를 보여준 음바페에게 달려가 득점의 기쁨을 나눴다. 이후 이강인은 경기 전반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다 후반 16분경 비티냐와 교체되어 나왔다.
이날 이강인은 패스 성공률 100%(48회 시도)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키 패스 1회, 롱 패스 성공 2회(100%), 드리블 성공 3회(5회 시도), 지상 경합 성공 6회(9회 시도), 태클 2회 등의 기록을 남겼다.
이강인이 뎀벨레와의 주전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글로벌 축구 매체 ‘골닷컴’은 “뎀벨레의 꿈이 죽어가고 있다”라며 뎀벨레가 부진에 빠진 뒤 그 부진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분석했다.
‘골닷컴’은 환경의 변화 외에도 엔리케 감독의 전술이 뎀벨레와 맞지 않는다고 짚었다. 매체는 “엔리케 감독은 뎀벨레에게 도움을 주지 못했다. 뎀벨레는 3명의 공격수들 중에서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출전했다. 음바페, 미드필더들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 왼발을 활용해 안으로 파고 들어가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뎀벨레는 다른 시스템에 던져졌다. 엔리케 감독은 4-2-4 포메이션의 오른쪽에 뎀벨레를 배치했고, 높은 위치를 유지하라고 했다. 깊이 내려와서 공을 받고, 측면에 공간이 있을 때 공격을 시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는 뎀벨레에게 맞지 않는 시스템이다”라고 했다.
매체는 “이강인은 아시안게임에서 돌아온 이후 그 자리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고, 더 많은 시간을 출전할 수도 있었다. 브래들리 바르콜라도 양 측면을 뛸 수 있을 정도로 다재다능하다. 카를로스 솔레르나 심지어 콜로 무아니가 그 자리에서 뛰어도 이상하지 않다”라며 뎀벨레의 자리가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김환 기자 hwankim14@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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