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수출·공매도 금지' 겹호재… 'K-바이오' 살아날까
고금리로 침체에 빠진 바이오 산업에 반가운 단비
기술수출 호재 계속될 수도… "바이오 투심 회복한다"
다국적 제약사로의 대규모 기술수출이 연이어 터지면서 'K-바이오'가 살아날 조짐을 보인다. 단 하루에 종근당·오름 테라퓨틱이 각각 빅파마(거대 제약사)와 신약 후보물질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내년 초 대규모 글로벌 바이오 행사를 앞두고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의 추가적인 기술이전도 예상된다. 여기에 공매도 전면 금지까지 가세하면서 바이오 산업 투자 심리의 빠른 회복이 기대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비상장 바이오 기업 오름 테라퓨틱(오름)은 전날 글로벌 제약사 BMS와 백혈병 신약 후보물질의 기술을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신약 후보물질의 개발명은 'ORM-6151'이다. 백혈병과 관련된 'GSPT1'이라는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분해하는 약이다. 올해 초 FDA(미국 식품의약국)로부터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오름과 BMS의 기술이전 계약 규모는 1억8000만달러다. 약 2300억원 수준이다. 계약금이 특이한데 총 계약 규모의 과반인 1300억원이다.
계약금은 상대방이 추후에 신약 개발 권리를 반환해도 돌려줄 필요가 없는 돈이다. 일반적으로 전체 계약 규모에서 계약금 비중이 높으면 좋은 조건이라고 본다. 1300억원은 올해 기술이전 계약금 기준으로는 가장 큰 금액이다.
같은 날 종근당이 노바티스와 1조7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하루 만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2곳이 '빅파마'로 불리는 다국적 제약사에 신약 후보물질을 수출한 것이다. 이로써 지난 6일 기준으로 올해 국내사의 기술수출 규모는 45억2000만달러(약 5조900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기술수출 전체 규모인 61억4600만달러(약 8조300억원)의 73% 수준까지 올라왔다.
앞서 전 세계적으로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 바이오 산업은 침체기를 맞았다. 일정한 매출 없이 R&D(연구·개발)를 이어가야 하는 중소형 바이오 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가장 최근엔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친 임상시험 결과로 유한양행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국내 바이오 산업 전반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그러나 잇달아 터진 대규모 기술수출이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수출 발표 이후 종근당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6.11% 급등했다.
여기에 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 공매도 금지가 바이오 투자 심리 회복에 날개를 달았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포함된 '코스피200 헬스케어' 지수는 지난 6일 전 거래일 대비 6.54% 상승했다. 중소형 바이오 기업으로 이뤄진 '코스닥150 헬스케어' 지수도 같은 날 6.29% 올랐다.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에서 헬스케어는 산업재 다음으로 공매도 잔고 비율이 가장 높은 업종이다.
추가적인 기술수출 호재가 더 예상된다. 내년 1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바이오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가 개최된다. 콘퍼런스 개최에 앞서 다양한 계약 논의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또 다국적 제약사의 주력 제품들이 곧 특허 만료에 직면한다. 이를 만회하기 위한 여러 기술이전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노바티스가 종근당의 신약 후보물질을 인수한 이유도 주력 심부전 의약품의 2025년 특허 만료를 대비한 것이라는 업계 설명도 있다.
항암제의 최신 트렌드인 ADC(항체약물접합제) 기술을 보유한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이중항체 전문기업 에이비엘바이오 등이 다음 기술수출 홈런 타자로 지목된다. 정맥주사를 피하주사 제형으로 바꾸는 플랫폼을 보유한 알테오젠, 비만 치료제의 지속력을 늘리는 기술을 개발한 펩트론 등도 거론된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종근당의 기술이전 계약을 필두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투자 심리가 개선될 것"이라며 "이어서 발표된 오름의 BMS 기술수출 계약, 내년 6월까지 공매도 전면 금지 등 이슈로 바이오 산업 분위기가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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